공감, 함께하다
KEAD 툰

함께 일하는 세상을 위한 장애 유형별 에티켓 신장장애인 편
그림 권도연
신입사원 김현수가 복도에 잔뜩 쌓인 택배상자 앞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서서 마음속으로 말한다. 다들 외근가고 없는데, 이 많은 걸 언제 혼자 다 옮기지?
이때, 30대 후반의 남자 황 과장이 지나가자 반가운 표정으로 부탁하는 김현수. 저기, 과장님! 워크숍 물품이 왔는데 같이 좀 비품실로 옮겨주시겠어요?
황 과장은 곤란한 표정으로 현수에게 말한다. 미안해요, 현수 씨. 지금 무거운 걸 들기가 어려워서…. 황 과장의 말에 실망한 현수는 뭐야, 누군 쉬운가라고 속마음으로 말한다.
현수의 표정을 읽은 황 과장은 멋쩍은 표정으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오해는 말고요. 제가 신장장애인인데 방금 투석하고 오느라 힘쓰기가 그래요. 아직 지혈이 덜 돼서 혈관이 터질 수 있거든요. 황 과장의 말을 들은 현수는 당황해서 앗,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미안해한다.
세 개짜리 각 티슈 묶음세트를 오른 손에 든 황 과장이 반대쪽 손가락으로 휴지를 가리키며 말한다. 오른쪽 팔은 괜찮으니까 이 휴지 세트는 비품실에 가져다 놓을게요. 그 말을 들은 현수는 무안해져 어쩔 줄 모르겠는 얼굴로 황 과장을 제지한다. 아뇨! 과장님 제가 다 하겠습니다!
사무실 안, 자신의 자리에 앉은 현수는 팔소매를 걷어 올린 채 땀을 닦고 있다. 아, 덥다 더워. 근데 일주일에 세 번이나 투석하면서 회사 다니는 직원이 있다더니 황 과장님이셨구나.
투석에 대해 궁금해진 현수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며, 액정화면 속 여성 아나운서의 말을 듣고 있다. 투석은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으로 나뉩니다. 혈액투석은 반드시 도관을 팔에, 복막투석은 배에 삽입해야 투석을 할 수 있는데, 바늘이 꽤 두껍고 커서 환자가 심적, 체력적으로 힘이 들죠.
핸드폰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현수. “어후, 도관을 몸속에 삽입한 채 지낸다고? 진짜 힘들겠다. 항상 조심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날, 자동차 안. 운전하는 현수와 보조석에 황과장이 앉아 있다. 황 과장은 말한다. 현수 씨, 답사도 같이 가주고 운전까지 해줘서 고마워요. 현수는 대답한다. 아닙니다, 그 보다 과장님. 신장장애에 대해 궁금한 게 있는데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위로 현수 얼굴이 작게 그려진 말풍선 있고, 현수의 질문이 이어진다. 과장님, 투석할 때 4시간씩 걸리면 계속 연차 쓰시는 거예요? 그렇죠. 회사에서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로 배려해주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긴 해요.
답사 장소에 도착해 자동차 문을 열고 나오는 현수와 황 과장의 대화가 이어진다. “야간투석이나 주말투석이 가능한 병원도 있지만, 보통 월수금, 화목토로 받는데 화목토는 대부분은 야간투석을 안 하거든요.” 황 과장의 말이 끝나자 궁금한 표정으로 다시 질문하는 김현수. 그럼, 복막투석 하시는 분들은요?
인사팀, 이혜진 대리가 복막투석을 해요. 점심시간에 의무실에서 하고 있죠. 복막투석은 하루에 2~4번 정도 해야 해서 위생적인 공간이 필수에요. 길을 나란히 걸으며 말하는 김현수와 황 과장 두 사람 사이로, 팔목 투석을 하는 예시 그림과 복막 투석을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김현수가 말한다. “그렇구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과장님.” 그 말을 들은 황 과장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물어봐줘서 내가 더 고마운데?”라고 답한다.
정면에 토속음식점 간판이 보이고 입구 앞에 서 있는 김현수와 황 과장. 현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황 과장에게 말한다. 과장님, 여기 괜찮을까요? 음식 가리셔야 하잖아요. 황 과장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한다. 단골집이에요. 현수씨도 맛있다 할 걸?
식당 안, 김현수와 황 과장이 마주 보고 앉아 있고 테이블 위에는 음식들이 놓여있다. 황 과장은 숟가락을 든 채 현수에게 말한다. “주인장이 나처럼 신장장애인이라 환자용 건강요리와 일반요리를 같이 파는 곳이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으며 미소로 답하는 현수. “와, 일석이조 식당이네요. 음식도 다 맛있고, 과장님 덕에 여러모로 많이 배운 하루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