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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보고서

챗GPT 열풍 속, 인공지능 윤리문제

AI는 결국 인간을 닮는다

우리의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현대인의 삶에서 인공지능은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이 되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이 앞으로 우리 삶 저변에 더욱 널리 쓰이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과연 인공지능이 일으킬 잠재적인 문제들까지 우리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느냐다.

편집부

로봇의 손바닥 위에 저울이 놓여있는 모습의 일러스트 그림
이미 도래한 미래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소설 <아이, 로봇>에서 ‘로봇 3원칙’을 제시했다. 3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지켜야 한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는 로봇의 행동 양식을 제시한 이 원칙은 후에 많은 창작물에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현대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계속해서 고심해야 할 ‘인공지능 윤리’의 핵심을 가리키고 있기도 하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아이, 로봇 이미지와 영화 아이, 로봇 이미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아이, 로봇> / 영화 <아이, 로봇>
에이 아이 화가 딥드림이 그린 세 마리의 새 그림
AI 화가 딥드림이 그린 그림 / 사진. 딥드림 제너레이터 홈페이지

비록 SF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로봇들이 도로 위를 활보하는 휘황찬란한 미래가 도래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이미 인공지능은 삶 곳곳에 스며들어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 예컨대 자율주행 차량은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교통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며 끊임없이 시스템을 발전시킨다. ‘시리’, ‘구글어시스턴트’, ‘빅스비’ 등의 스마트 디지털 도우미는 전자제품과 결합해 사용자가 내린 명령을 행동으로 구현한다. 특정 플랫폼에서 사용자의 취향을 가늠해 추천하는 알고리즘 역시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의 플랫폼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사용자가 이미 보고 좋아한 것을 분석하고, 다른 수천 개의 콘텐츠와 비교하고 대조한 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를 제안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은 고객과 상호 소통하는 방법으로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ChatGPT의 개발사 오픈AI에 마이크로소프트가 10억 달러(약 1조 2,400억 원)를 투자한 사실은 인공지능을 향한 초거대기업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증명한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인간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문화 예술 분야에서 창작 활동까지 보여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AI 화가 ‘딥드림’이 그린 작품들이 걸렸고, AI 작곡가 ‘아야무스’가 쓴 곡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도 했다.

양날의 검, 인공지능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달과 비례해 인공지능 윤리(AI Ethics) 침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자율주행차가 운전자와 보행자 중 누구를 더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자율주행차 사고가 날 때마다 대두되는 문제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익숙하게 활용되고 있는 딥페이크 편집물은 가짜 이미지, 영상, 뉴스, 음성 등을 생성해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쪽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역시 차별주의적인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
예컨대 백인 우월주의자와 여성⸱무슬림 혐오자들이 MS 인공지능 챗봇 ‘테이’에게 인종⸱성차별 발언을 학습시켜 챗봇이 부적절한 말을 쏟아낸 사례가 있다. 굳이 이런 챗봇을 악의적으로 조작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범죄 전과자의 얼굴 이미지를 기반으로 재범률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테스트에서 인공지능은 흑인의 재범률이 백인에 비해 실제보다 훨씬 더 높다고 추론했다. 여성, 장애인, 유색인종 등 소수 집단의 데이터 수집이 부족한데서 오는 차별적인 통계적 추론이었다.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닮아간다.
이러한 인공지능 윤리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발전이 장애인들이 지고 있는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돌봄 서비스가 정신질환자 및 발달장애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룩소르 대학교 컴퓨터 공학부 연구원들은 심장박동을 읽어주는 센서를 통하여 아동의 감정 상태를 판단해 자폐 아동이 주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AI 사물 인터넷 기반 지능형 시스템 도입을 논문을 통해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에서 개발한 하프물범 새끼 모양 애완로봇 ‘파로’는 아동 자폐 당사자들의 정서 훈련교육에 기여하고 있다.
위의 여러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고, 인공지능 기술은 양날의 검처럼 계속해서 명과 암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학습하며 정교함을 더해가는 인공지능에 차별과 화합 중 무엇을 가르칠 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