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자립과 권익을 실현합니다
박현철·소형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동료지원가
‘피플퍼스트’는 장애인이기에 앞서 인간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운동이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는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연대를 실현하는 단체로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에 참여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에 함께한 박현철 씨와 소형민 씨를 만났다.
글 편집부 * 이 기사는 공단 SNS 내꿈내일 기자단의 김예지 기자와 함께 취재했습니다. / 사진 김덕창
성우가 녹음한 음성을 듣고싶으시면
오른쪽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동료지원가로 활동하고 있는 소형민(왼쪽), 박현철 씨
장애인 당사자가 다른 장애인을 돕는다면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은 고용노동부, 지자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함께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업을 돕는 사업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동료지원가’가 되어 같은 장애 유형의 참여자를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사업 수행기관에는 동료지원가의 인건비성 경비, 슈퍼바이저 지원금, 참여자 수당, 연계수당 등을 제공한다.
이 사업은 ‘동료지원가’라는 이름의 장애인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동료지원가가 또 다른 중증장애인인 ‘참여자’의 취업 의욕을 고취하고 경제활동 참여를 돕는다는 점에서 피플퍼스트서울센터의 활동과도 지향점이 유사하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는 발달장애인의 권익 옹호와 자립생활 지원을 위해 장애인의 자조모임과 동료 상담을 중시한다. 발달장애인이 서로 교류하면서 사회와의 접촉을 늘리고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립생활의 기반을 만든다는 의미다.
박현철 씨는 가족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피플퍼스트서울센터를 찾았다. 2018년에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했고 2020년에는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을 통해 ‘동료지원가’로 다시 합류했다. 소형민 씨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성민복지관에서 제과제빵 보조로 일하다가 2019년에 이곳으로 왔다. 어머니가 인터넷에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 정보를 보고 추천한 것이 계기였다. 면접을 잘 못 본 것 같아서 기대를 접고 있던 차에 합격 소식을 들었다.
마주 보고 대화하고 밥을 먹는다는 것
동료지원가는 말 그대로 다른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한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업 참여자를 상담하고 교육하며 그들과 자조모임을 운영한다. 교육자료를 만들기 위해 정보를 검색하고 파워포인트로 문서를 꾸민다. 장애인 권익 문제를 의논하고 교육하기 위해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는 것도 주요 일과다.
동료지원가마다 담당하는 참여자 수는 다르지만 연간 20~30명을 만난다. 동료지원가들은 이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할 때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는 요령과 인내하는 법을 배운다. 발달장애인에게는 타인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사람과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과정이 선물처럼 소중한 경험이 된다. 박현철 씨는 센터의 다른 동료지원가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다른 동료지원가들과 함께 일하고 회식하는 경험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처음으로 상담과 자조모임을 준비할 때는 PPT 자료를 만드는 게 어렵고 어떤 내용을 참여자들에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동료지원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고 느꼈어요.”
소형민 씨는 혼자 고시원에 살고 있었던 참여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참여자가 사는 곳을 방문해 같이 청소하고 밥을 먹으면서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전보다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고 소개할 때 소형민 씨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지난 10월에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권리옹호대회인 한국피플퍼스트 대회에 같이 참가했던 이야기도 들려주며 “신나게 즐기고 밥을 나눠 먹었던 게 정말 기분 좋았다”라고 말했다.
동료지원가에서 더 큰 조직의 리더로
‘동료지원가와 참여자는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다. 박현철 씨와 소형민 씨는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면서 처음 해보는 업무에 적응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늘리며 성장해 왔다. 센터에서 점점 더 많은 역할을 맡아 더욱 적극적으로 동료들과 함께할 방법을 찾고 있다. 소형민 씨는 권리옹호팀의 리더를 겸하고 있다.
“권리옹호팀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 집회, 토론회, 교육 등 많은 활동을 합니다. 저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맡아 어떻게 하면 발달장애인이 영화를 쉽게 접하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영화제에서 사회도 봅니다.”
박현철 씨는 2021년에 센터장으로 선출됐다. 센터장은 별도 조직인 운영위원회에서 선출하는데 동료들이 박현철 씨를 후보로 추천했다.
“센터장의 임기는 3년입니다. 직원으로 일할 때는 동료상담과 권익옹호에 집중하면 되니 마음이 편했지만, 센터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아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지도점검, 운영위원회 참가, 한국피플퍼스트와 각종 단위 활동 등 할 일이 늘었고 센터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그려가고 있습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동료지원가와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회의
서로의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는 길
박현철 씨는 소형민 씨에 대해 “동료지원가로서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 마음이 큰 사람”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른다. 직책과 상관없이 모두 이름을 부르는 것은 피플퍼스트서울센터의 평등한 조직문화를 보여준다. 센터는 대부분의 일을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한다.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의 경우, 초기에는 회의가 여러 주체별로 나뉘어 있었는데 통합주간회의로 변경됐다. 송효정 사무국장은 사업 경험이 쌓여 운영구조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동료지원가 회의, 실무자 회의, 비발달장애인 실무자 회의 등 여러 구조의 회의를 운영했어요. 모든 내용을 전체 인원이 공유하면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충분히 이해할지, 부담스럽지는 않을지 우려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동료지원가들이 각자의 업무와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통합회의에서 모든 내용을 공유하고, 세부 내용은 각자 결정해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활동 구조를 마련한 것이 이 사업으로 얻은 큰 성과입니다.”
동료지원가들이 활동가로서 성장하는 동안 센터도 달라졌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모두가 보고 겪었다. 이들은 그렇게 근로의 대가 못지않게 소중한 가치, 더욱 커진 신뢰와 희망을 함께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