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바리스타
“가로수길 핫플에서 즐겁게 일해요”
2022년 11월 24일, 가로수길 북쪽 초입에 특별한 카페가 문을 열었다. 티몬 본사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이 카페의 이름은 ‘티몬위드유 카페(TMON With You Cafe)’. 영문 머리글자를 따 ‘TWUC’라고 쓰고 ‘툭’이라고 읽는다. TWUC는 티몬의 자회사형 1호 장애인 표준사업장 티몬위드유가 운영하는 카페로서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글 편집부 /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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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일할 자리, 우리가 만들자
강남에서, 그것도 물가가 비싸기로 이름 높은 가로수길에서 3,000원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는 흔치 않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커피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매장이지만 벌써 커피 맛이 좋아서 온다는 단골손님들이 생겼다.
밖에서 보면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고 인테리어도 감각적이다. 맛집과 명소 트렌드를 이끄는 가로수길의 카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품질과 서비스, 가격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필요하다. TWUC는 장애인 고용과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표방하되 지속가능한 경영을 모색한다. 티몬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장애인 표준사업장 티몬위드유를 설립하고 카페 오픈을 준비할 때부터 이 분야 경험이 풍부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도움을 충분히 받은 이유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란 장애인이 근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환경을 조성해 인증받은 사업장으로, 공단이 그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티몬은 장애인 고용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장애인과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표준사업장 설립에 집중했다. 인사책임자인 이수현 이사는 지원이 적고 관리도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장애인 고용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왜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렵냐고 하면 회사에 장애인이 할 만한 일들이 많지 않다는 대답이 나옵니다. 그러면 회사에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 처음에는 고객센터나 단순 사무직 일자리를 생각했는데 공단의 자문으로 아예 새로운 업, 즉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장애인 바리스타와 사회복지사 매니저
TWUC에서 일하는 인원은 장애인 바리스타 10명과 매니저 3명이다. 이들은 3팀으로 나뉘어 1일 3교대로 근무한다. 바리스타 10명 중 8명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매니저 3명은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활동하던 사회복지사들이다.
바리스타들은 지적장애, 자폐, 청각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중증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커피를 추출하고 음료를 만들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도 할 수 있도록 2주간 직업훈련을 받았다. 위생관리, 안전교육은 기본으로 실시하고 카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정한 롤플레잉 훈련도 진행했다. 철저한 준비와 연습에 힘입어 TWUC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아침에는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방문으로 주문이 몰리는 편이지만 바리스타들의 차분한 응대로 원활히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염효재 파트장은 장애인과 꾸준히 소통해온 매니저들의 역할도 설명했다.
“바리스타 채용에 앞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회복지사를 매니저로 먼저 채용한 것이 카페 오픈 준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매니저들은 장애인 근로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카페를 함께 만들고 있어요.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할 때 사회복지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도입되면 앞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할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위로와 교류가 필요한 모두를 위해
장애인이 근무하는 카페라는 사실을 알고 카페를 둘러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출입구에는 턱이 없어 휠체어를 타고 어려움 없이 드나들 수 있다. 매장 한가운데에 배치한 대형 테이블도 모서리 없는 원형 탁자다. 테이블을 더 놓을 수 있는 공간을 여유롭게 비워두기로 했을 때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수익을 생각하면 테이블을 놓아야 하지만 휠체어로 이동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데 카페를 준비하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고객이 장애인이 일하는 카페에 대한 선입견을 안고 들어오게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실내외 어디에도 ‘장애인 직원을 배려해 달라’는 식의 안내 문구는 표시하지 않았다. 이곳은 편견 없는 교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카페 이름 ‘TWUC’는 ‘TMON WITH YOU CAFÉ’의 약자인 동시에 ‘툭’이라는 말의 쓰임을 생각하면서 지었다. ‘무심코 툭 건넨 한마디로 마음이 툭 트이면 세상에 툭 던져진 우리의 마음도 위로받을 수 있다’라는 따뜻한 의미를 담았다. TWUC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눌 필요 없이,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모두의 공간인 셈이다.
이수현 이사
“티몬위드유 카페가 장애인 청년들이 교감하고 상생하며 꿈을 키워가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카페가 자리 잡은 가로수길은 신분당선 신사역 개통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매달 눈에 띄게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근에 아파트단지와 학교도 많아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착한 소비를 확산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카페 사업이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장애인과 함께 하는 경험이 일상이 되는 곳’으로 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더불어 티몬위드유 카페의 경험이 필요한 기업이 있다면 저희 노하우를 나눠드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성장시켜 보고 싶습니다.”
함성재 바리스타(자폐성장애)
“고등학생 때 직업훈련으로 커피머신을 다룰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경험이 인상 깊어서 커피 공부를 시작했어요. 열심히 준비해서 2021년 10월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어요. 다른 카페에서도 짧게 근무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넓고 깨끗한 환경을 갖춘 카페에서 근무할 수 있게 돼 기뻐요. 아직은 음료를 복잡하게 주문하시면 좀 힘들기는 하지만 매니저님이 도와주셔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 첫 월급을 받았는데 연말에 부모님과 외식하기로 했어요. 앞으로 저축도 하고 싶어요. 열심히 일해 바리스타를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