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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인형’에 근심 맡기고 유쾌한 새해 맞아요

최은영·최윤희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상담원 주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 직업체험훈련을 담당하는 최은영 상담원 주임과 최윤희 상담원 주임이 서울 인사동의 명물, 쌈지길 2층을 찾았다. 이곳에는 한지로 생활소품을 만드는 ‘두리두아트샵’이 있다. 두 사람은 한지로 걱정인형을 만들고 걱정처방전을 작성하면서 근심을 훌훌 털고 새해 새 희망을 이야기했다.

편집부 / 사진 김창제

최은영 상담원 주임과 최윤희 상담원 주임이 정면을 바라보며 웃는 사진

내 고민을 들어줄 한지 걱정인형 만들기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밤, 누군가가 ‘걱정은 내게 맡기고 너는 편안하게 잠들렴’이라고 속삭여준다면, 아마도 마음 푹 놓고 단잠에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마야 문명의 발상지 과테말라에서 유래했다는 걱정인형은 이런 애정과 위로의 속삭임을 담은 자그마한 인형이다. 한지 걱정인형은 한지라는 소재로 한국적 감성을 더한 두리두아트샵의 대표작. 한지로 얼굴과 몸통, 팔, 다리를 만들고 자그맣게 뭉친 색실이나 풍성한 양모로 머리카락을 만드는 손가락 크기의 인형이다.
한지 걱정인형을 직접 만들기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소속 최은영, 최윤희 상담원 주임이 인사동의 공방을 찾았다. 최은영 상담원 주임은 제과, 간병보조 직업체험을 맡고 있다. 최윤희 상담원 주임의 주요 업무는 직업훈련준비과정 프로그램 운영이다. 두 사람은 체험 당일이 마침 학생들 방학하는 날이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공방에서 만들어 볼 수 있는 인형과 상품은 종류가 다양해서 두 사람은 만들고 싶은 인형을 직접 고를 수 있었다. 최은영 상담원 주임은 화사한 색감의 양모 머리가 포인트인 레인보우 해피돌을 골랐고, 최윤희 상담원 주임은 ‘클래식이 최선’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기본 걱정인형을 선택해 체험을 시작했다.

최은영, 최윤희 상담원 주임들이 수공예품을 만드는 모습의 사진
최은영·최윤희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상담원 주임들이 한지 걱정인형 만들기 체험을 함께했다.

나만의 취향이 보이는 생김새와 스타일
한지 걱정인형 만들기의 첫 번째 단계는 몸통 제작. 흰색 한지를 돌돌 말아 목공풀로 고정하는 작업이다. 작은 인형을 만들려니 종이도 작아서 단단하게 말기가 쉽지 않은데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두 사람은 빠르게 몸통을 완성했다. 다음 단계는 완성한 인형 몸통에 옷을 입히는 과정이다. 한지를 꼬아 만든 색색의 지끈 중 두 가지 색을 골라 몸통에 둘렀다. 작은 몸통에 꼼꼼하게 둘러야 하는 세밀한 작업이라 두 사람 다 말없이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몸통에 옷을 입히니 제법 인형다운 모양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몸통 윗부분에 눈과 입을 붙여 얼굴을 만들고 양옆에 팔과 다리를 붙일 시간이다. 미리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은 검은색 한지를 핀셋으로 집고,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집중력을 발휘해 눈, 입, 팔, 다리의 순으로 한지 걱정인형을 완성해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머리카락을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최은영 상담원 주임은 두 가지 색의 양모를 예쁘게 땋아 풍성한 머리숱을 표현했고, 최윤희 상담원 주임은 명주실을 자그맣게 뭉쳐 섬세한 머리카락을 완성했다.
하나만 만들고 끝내기 아쉬워 하나씩 더 만들기로 했다. 두 번째 인형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할 생각에 만드는 손길이 신중해졌다. 그래도 두 번째 만들 때는 조금 더 속도가 붙었다. 마지막으로, 완성한 한지 걱정인형을 투명한 유리병에 담은 후, 함께 넣어줄 걱정처방전을 작성했다.

최은영 상담원 주임이 동그랗게 꼬여있는 실을 손으로 만지고 있는 사진
한지를 꼬아 만든 색색의 끈으로 인형을 만들었다.
산타 모자를 쓴 조그만 병에 담긴 4개의 걱정 인형들 사진
유리병에 담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 한지 걱정인형

걱정처방전에 적은 새해 희망
최윤희 상담원 주임은 자신과 어머니를 위해 걱정처방전을 적었다. 인형은 각각 ‘행복이’, ‘건강이’라고 이름도 붙였다. 걱정인형에게 부모님 건강과 지금 하는 일에 관해 바라는 점을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학생들의 고용연계훈련과정을 운영하는데, 그중에서도 취업 전 평가에서 돌발행동을 하거나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는 학생을 관리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반복 학습과 훈련으로 행동을 수정해나가는 게 쉽지 않을 때가 많지만, 참여하는 학생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취업한 후에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은 다니면 좋겠어요.”
‘손도 빠르고 재주가 있다’라며 연신 동료를 칭찬하기 바빴던 최은영 상담원 주임은 두 개의 인형 중 하나는 대학생 딸의 몫이라고 했다. 일본어학과에서 경영학과로 전과를 희망하는 딸이 시험에 통과하기를 기원하며 걱정인형 이름을 ‘행복 경영학도님’이라고 붙였다. 자기 몫의 인형은 ‘행복이’라고 부르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마음을 걱정처방전에 담았다.
“제가 맡은 제과와 간병보조 직업체험에 참여하는 학생들 모두 학교생활과 훈련과정에 잘 적응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좀 더 쉽고 간단한 말로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해당 직무에 맞는 대화 위주로 구성해 실제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요.”
두 사람은 2023년에도 99퍼센트에 달하는 현재의 취업률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들려주며 이날 만남을 마무리했다. 직접 만든 한지 걱정인형을 손에 들고 집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빛났다. 이제 그날그날의 고민을 들어줄 작은 친구를 곁에 둘 수 있게 됐다. 2023년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이 좀 더 가벼워졌다.

체험 소감 한마디

더 이상 걱정은 그만!
최은영 상담원 주임
“누구나 걱정 하나씩은 품고 살잖아요? 그런데 병 속에 걱정인형을 담는 행위를 통해 걱정을 객관화하면서, 이젠 더 이상 걱정을 끌어안고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우리 훈련센터에 오는 학생들도 한지 걱정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또 2023년엔 더 건강해지고 다이어트도 성공하길, 우리 학생들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길 기원해봅니다.”

바라는 대로 이루어져라!
최윤희 상담원 주임
“그동안 뭔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조용히 차분하게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지막에 걱정처방전을 작성한 것도 재미났고요. 2023 년엔 부디 가족들 모두 건강하길, 또 우리 훈련센터에 오 는 학생 모두 좋은 곳,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길 바라 봅니다. 걱정처방전에 ‘바라는 대로 이루어져라!’ 라고 적어뒀으니 꼭 이루어지겠죠?”
최윤희 상담원 주임이 손으로 병을 만지며 정면을 바라보며 웃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