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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노동력의 원천으로 보는 호주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노동시장 참여율이 낮은 것은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이다. 호주도 예외는 아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변화는 호주 정부의 장애인 고용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정용문 경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모습의 사진

10년마다 업데이트되는 장애인 정책
호주에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의 비율은 53퍼센트로, 비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84퍼센트인 것과 대조적이다. 중증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특히 저조한데, 27%만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2022). 노동시장 참여 면에서 호주 장애인이 받는 불이익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는 않지만 비장애인과의 격차는 점진적으로 감소해오고 있다(Thomas, 2022).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호주 정부가 추진하는 장애인 고용정책의 변화였다. 호주 정부는 장애인을 주변화한 사회복지 수급자로 보기보다는 노동시장의 증가하는 기술 수요를 충족시킬 기술 노동의 원천으로 간주하려는 정책적 변화를 추진해 왔다(Buys, Matthews & Randall, 2015). 호주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10년마다 장애인 정책을 수립 ·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고용 문제는 그 정책에서 가장 먼저 고려된다.
현재 시행 중인 장애인 정책(Australia’s disability strategy 2021-2031)은 장애인 고용이 장애인 개인의 삶에 대한 통제력과 재정적인 독립성 그리고 신체적 · 정서적 웰빙을 제고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율 향상이 실질적으로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호주 장애인고용서비스 로고
호주의 다양한 영리 및 비영리 기관이 참여하는 장애인고용서비스 로고

호주 전역에 구축된 장애인고용서비스
호주에서 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는 데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메커니즘은 장애인고용서비스(Disability Employment Service)다. 호주의 장애인 고용서비스는 다양한 영리 및 비영리 기관에 의해 제공된다. 이들은 중앙정부와 재정지원 계약을 맺고 있으며, 고용 실적에 따라 차등적인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호주 전역에 106개의 장애인고용서비스 기관들이 약 3,800군데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의 장애인고용서비스는 근로 능력에 따라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조화돼 시행되고 있다. 하나는 ‘장애관리서비스(Disability Management Service)’로서 장기적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 장애인에게 구직활동을 지원하고, 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정기적이고 유연한 지원을 제공한다. 다른 하나는 고용지원서비스(Employment Support Service)로서 영구적 장애가 있는 구직자에게 직업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한다(Department of Social Services, 2021).

장애인의 노동시장 진입과 그 이후
노동시장 진입 확대가 장애인 고용정책의 일차적인 목표지만 호주 장애인 고용정책의 관심사는 소위 회전문 현상(단기 고용으로 종료되고 다시 고용지원서비스로 복귀하는 현상)을 최소화하고, 장기 고용을 촉진 · 지원하는 데에 있다. 기술자 부족을 겪는 산업 · 직업군에 장애인 고용 확률을 높이는 것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기술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강화하고 있다(Department of Social Services, 2021).
장애인고용서비스 기관은 기술교육과 취업 지원에 그치지 않고, 취업 이후 후속 지원으로 역할을 확대한다. 취업 후 서비스(Post Placement Support)는 장애인이 취업 후 6개월 동안 직장에 정착하는 것을 지원하며, 이후에도 필요한 경우 후속 지원 서비스(Ongoing Support)를 제공한다. 이 모든 활동은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며, 이용자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한다.
장애인고용서비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이는 취업 코치(job coach) 혹은 취업 컨설턴트(job consultant)다. 이들은 장애인 구직자의 옹호자 혹은 의사결정 자문가로서 장애인의 구직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애인의 고용 욕구와 취업 목표에 따라 개별화된 지원을 제공하며, 기술훈련과 취업 준비 지원 그리고 심리적인 지원 등을 수행한다. 구직 단계를 넘어서서 취업 이후 장애인과 고용주 사이에서 서로 필요로 하는 지원을 협상·제공하는 역할도 이들이 수행한다.

접근포용지수와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
장애인 고용 확대는 노동 공급 차원에서 장애인의 직업능력을 높이는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우며, (잠재적인) 장애인 노동 수요자에 대한 지원이 병행돼야 효과적이다.
최근 호주 정부는 ‘호주 공공부문 장애인 고용 전략(Australian Public Service Disability Employment Strategy 2020-25)’을 발표하고, 장애인 공무원 채용 증가와 장기 보유를 위한 계획을 실행 중이다. 호주 정부는 이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장애인 고용률을 7퍼센트로 상승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포용적인 직장문화와 장애인 친화적인 근로환경 형성을 위한 노력을 실행하고 있다(Australian Public Services Commission, 2020).
민간 고용주 지원은 호주 역시 다른 나라들과 유사한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할만한 점 중 하나는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민관기업 네트워크를 구축해 운영하는 것이다. 호주장애네트워크(Australian Network on Disability)는 장애친화적인 조직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된 기구로서, 300개 이상의 민간기업, 공공기관, 교육/의료기관 및 비영리 기구들로 구성돼 있다.
호주장애네트워크 회원사들은 장애인 접근이 수월하고 포용적인 근로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사례를 공유한다. 매년 회원사 기업들을 대상으로 ‘접근포용지수(Access and Inclusion Index)’를 측정 ·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 지수는 장애인 고용정책과 절차, 실천을 점검하는 강력한 도구로 기능한다.
접근포용지수는 장애인 노동자가 직장에서 직면할 수 있는 물리적(접근성, 업무환경 등)·비물리적 장벽(커뮤니케이션, 채용, 승진 등)을 해소하려는 기업의 노력을 측정한다(Australian Network on Disability, 2021). 접근포용지수 보고서에는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들이 공개되며, 이는 장애인 고용을 개선하려는 기업의 노력을 사회가 인정하도록 한다. 실제로 호주장애네트워크 소속사이거나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에 선정되는 기업은 이를 중요한 성취와 자랑으로 여긴다.

인터뷰 중인 여성의 사진
인터뷰 중인 남성의 사진
인터뷰 중인 금발 여성의 사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모습의 사진

호주의 장애인고용서비스 기관 CVGT Employment가 장애인 취업 지원 사례를 소개한 영상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