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우승 7연패에 도전하는 태극전사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선수 합동훈련 현장
지난 1월 10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관하는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한국 대표팀의 합동훈련이 시작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합동훈련은 한국의 종합 우승 7연패를 향한 마지막 담금질이다.
선수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자발적으로 훈련에 몰두하며 메달 획득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글 편집부 사진 김덕창
조용하지만 뜨거운 국가대표 합숙 현장
인천 부평구 구산동의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ODA센터 건물 외벽에는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한국 대표팀의 합동훈련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선수들은 합동훈련 첫날에 국가대표가 되었다는 가슴 벅찬 감동을 만끽하며 이 현수막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었다. 낯설었던 공간에 꽤 익숙해진 지금도 훈련장과 기숙사를 오가며 아침저녁으로 바라보게 되는 현수막은 여전히 감동을 준다.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맞은편 벽면을 가득 채운 대표팀 30인의 사진과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치열했던 예선을 뚫고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들의 면면을 차례로 훑어본다. 올림픽에 나가는 이유와 살아온 길, 꿈과 사연이 제각각 다른 선수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1층과 2층에 직종별 훈련실이 마련되어 있는 건물은 조용하면서도 은은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훈련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서니 선수와 기술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논하는 듯 열중한 모습이 보인다.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최선의 여건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은 오는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메스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4회 대회부터 9회 대회까지 출전국 종합 우승 6연패를 이어왔고 이번 대회에서 7연패의 위업에 도전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직업기능 30개 직종과 기타 4개 직종에 34인의 선수 출전을 지원하며, 종합적인 우승전략을 수립하고 선수들의 훈련을 이끌었다. 11월부터 12월까지 각자 소속된 장소에서 개별 훈련을 진행했고, 1월 10일부터 출국 직전까지 11주간 합동훈련을 진행한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 19 대유행과 국제 분쟁 등으로 7년 만에 열리게 된 터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만큼 선수단의 의지가 강하다. 특히, 마지막 11주의 합동훈련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 공단은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지원한다. 우선, 직종별 전문가로서 국내외 대회 경험이 풍부한 기술위원이 소속훈련부터 합동훈련까지 선수를 일대일로 지도한다. 청각장애인 선수와 기술위원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수어통역사도 훈련에 참여한다.
합동훈련은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과 후원 기업의 기술연수원, 연구소, 스튜디오 등 7개소에서 진행된다.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합숙소가 차려졌다. 기능 직종 30명의 선수 중 20명이 이곳에서 훈련한다. 이곳은 선수가 조용히 훈련에 몰입할 수 있는 직종별 훈련실을 갖추고 있다. 기숙사와 식당은 선수들이 편하게 휴식하며 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운영되며, 공단 직원들은 재료 준비부터 간식까지 선수들의 모든 편의를 지원한다.
꺼지지 않는 불빛과 열정
선수들은 하루 12시간 가까운 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합동훈련이 시작되고 첫 2주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기본 훈련 시간이었고, 이후에는 밤 10시까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고 선수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지만 되도록 일정대로 훈련하도록 권장한다. 그래도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선수들이 있어 자정까지 훈련실을 개방하고 있다.
훈련소 2층에는 시각디자인, 캐릭터디자인, 워드프로세서 등 컴퓨터 직종 선수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훈련실이 있다.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오늘은 적당히 훈련하고 쉴까 하다가도 옆 선수가 남는 모습을 보고 다시 자리에 앉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시각디자인 직종에 출전하는 고성아 선수는 부산에서 올라왔다. 2주에 한 번 집에 가기는 해도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보고 싶을 때가 많다. 고 선수는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을 느끼고 성실히 훈련하는 분들이 많다. 공단 직원들도 밤 10시, 12시까지 근무하며 애써주시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을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대부분 생업을 잠시 뒤로 하고 이번 합동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은 간절한 꿈을 품고,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훈련에 임한다. 미용 직종의 전경수 선수는 대전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데 두 달 이상 매장을 닫게 돼 손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전 선수는 “존경하는 명장님처럼 되고 싶고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 내 실력을 확인하고 성장해서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는 게 이익보다 중요하다”라고 대회에 참가하는 각오를 밝혔다.
자랑스러운 6연패의 기록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크게 다가올 때도 있다. 훈련소는 선수들이 고충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담실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문화 프로그램 등도 함께 운영한다. 무엇보다, 함께 일상을 공유하고 훈련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선수들은 긴 훈련에 지치지 않고 용기를 되찾는다. 올림픽이라는 화려한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쳐 보이자고 굳게 나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들은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조정연(시각장애), 자전거조립 국가대표
“30년 넘게 자전거조립을 해왔어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훈련하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반복 훈련을 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제가 최고령자로서 모범을 보이면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종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입니다. 힘들어도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엄기원(청각장애), 사진(실내) 국가대표
“2016년에 캐릭터디자인으로 금메달을 땄고, 이번에는 직종을 바꿔 도전합니다. 새로운 기능을 배우는 것도 재미있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어울리는 것도 행복합니다. 올림픽을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많이 해드리고 싶습니다. 목표가 있어 여기까지 왔으니 개인사 같은 일들을 생각하지 말고 훈련과 대회에 최대한 집중하시면 좋겠습니다.”
고명훈 수어통역사
“훈련소에서 생활하다 보니 장애인의 실제 생활이나 고민을 좀 더 생생하게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통역하면서 듣는 내용들, 사진 기법 같은 직종별 지식도 재미있습니다.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 많아 저도 조금은 성장하는 느낌이에요. 이곳에서 생활한 지 한 달이 안 됐는데 벌써 선수들과 정이 많이 들었어요. 이분들이 메달을 따면 제가 딴 것처럼 기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