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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 있던 회사에 다니게 돼서 매일이 보람찹니다.”

현대모비스, 장애인과 함께하는 일자리를 늘리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컨설팅을 진행해 장애인 일자리를 새롭게 발굴했다. 장애인 근로자의 직장 적응을 지원하는 정책도 마련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은 장애인 고용이 어렵다고 여겼던 사내 인식을 바꾸고, 현대모비스가 추진하는 ESG 경영의 모범 사례가 됐다.

편집부 사진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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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현대모비스 직원들이 정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단체 사진
미소를 짓고 있는 현대모비스 직원들
본사 6층 공용시설 관리자의 하루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앞 SI 타워. 현대모비스가 본사로 사용하는 건물이다. 점심 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커피 한 잔씩 손에 들고 사무실로 복귀할 때쯤 김태운 씨도 오후 출근을 서두른다. 사원증을 꺼내 목에 걸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면 옆에 있는 이들과 같은 회사원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아는 얼굴이 보여 인사를 건네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순간도 평범하지만 소중한 하루의 시작이다.
6층 사무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오늘의 할 일을 체크한다. 매일 반복하는 일도 실수하지 않도록 한 번 더 확인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였다. 김태운 씨의 업무는 직원 라운지, 도서관, 교육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라운지의 비품이 부족하지 않도록 수시로 확인하고, 도서관은 출납 관리와 장서 정리를 그때그때 해서 이용하기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크고 작은 회의 공간과 교육장들은 마이크, 프로젝터, 카메라 같은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그때그때 용도에 맞게 운영한다. 오늘은 몇 시에 어떤 교육이 있는지, 몇 명 정도 참석하는지 체크해서 알맞게 기기와 자리를 준비해 둔다. 교육이 끝나면 깔끔하게 뒷정리해서 다음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관리자의 업무다.

고객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책을 정리하고 있는 김태운 사원 사진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책을 정리하고 있는 김태운 사원
업무 상의 중인  김태운 사원과 유대희 근로지원인 사진
업무 상의 중인 김태운 사원과 유대희 근로지원인
현대모비스의 근로자 수 증가와 장애인 고용

공용시설을 전담 관리할 직원을 채용하자는 논의는 현대모비스가 장애인 고용을 다시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시스템 솔루션, 모듈 등을 제조, 개발하는 기업이다. 자동차부품 매출 국내 1위, 세계 7위로, 2022년 6월 기준 상시근로자 수는 1만 1,000명 이상이다. 매출과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는 와중에 장애인 고용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은 회사의 큰 고민이었다.
현대모비스가 장애인 고용에 어려움을 겪어 온 이유는 직원 비중이 큰 연구직, 기술직에 자격을 갖춘 장애인 지원자가 적기 때문이다. 생산직 장애인 근로자는 안전 문제로 경증이 대부분이다. 구직수요가 많은 중증 및 발달장애인 채용이 없다는 것도 현대모비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현대모비스는 기업경영에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함께 고려하는 ESG 경영과 연계해 장애인 고용 확대를 추진했다. 장애인을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바라보고, 임직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장애인 고용 확대가 절실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채용브랜딩팀이 장애인 고용을 주도적으로 맡아 ESG 경영 전담부서와 함께 전략을 논의했다. 실천 방안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구체화했다. 장애인에 적합한 일자리가 없다면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채용브랜딩팀은 본사와 연구소 등 각 사업장에 어떤 직무가 필요한지 조사하고 사업부 인사담당자의 의견을 구했다.

중요 서류 배달 등 틈새 직무 발굴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만든 일자리는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파워포인트, 엑셀 등을 활용해 문서 작업을 지원하는 사무 보조이고 다른 하나는 사무 및 연구 공간에 필요한 총무성 업무다. 총무성 업무는 공용시설 관리처럼 몸을 움직여 할 수 있는 일,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로 규정했다. 연구소의 특성을 고려한 틈새 직무도 개발했다. 시험결과서나 기술도면 같은 비공개 자료를 연구소 동에서 동으로 직접 전달하는 업무다. 회사 내에서 밖으로 보내는 문서와 물품을 수거해 발송부서로 전달하는 일도 맡는다.
공단은 현대모비스의 장애인 고용 확대를 제도적으로 지원했다. 채용공고만으로는 지원자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공단이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추천하는 모집대행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원고용 훈련제도도 활용하도록 했다. 직무지도원을 배치해 3주간 업무교육을 진행하고, 연구소 사무 보조의 경우 현장평가를 거쳐 최종 채용을 결정했다. 발달장애인 근로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 내용, 순서, 방식을 상세히 적은 매뉴얼도 만들었다. 현대모비스도 매뉴얼 제작과 수정, 직장생활 고충 상담 등 신규 장애인 근로자의 직장 적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들은 새로운 직무에서 조직의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인식을 회사에 확산시키고 있다. 채용브랜딩팀의 한수연 책임매니저는 “회사 여건상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방법을 찾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그간 ESG 경영 차원에서 장애인을 위한 많은 일을 해왔다. 의료기구와 생활용품 지원,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 등은 그 역사가 길다. 현대모비스는 이제 장애인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일자리를 나누고 함께하는 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 실천하는 중이다. 이러한 시도가 장애인의 더 큰 희망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소를 짓고 있는 허찬영 매니저 사진
허찬영 매니저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자는 논의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장애인 근로자들이 업무를 잘할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출근해 훌륭하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 괜한 걱정이고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지 않고, 장애인 일자리를 더 많이 늘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김태운 사원(청각장애)
“작년 9월부터 출근해 일하고 있습니다. 평소 자동차와 자동차산업에 관심이 많아서 이곳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회사에 출근하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된 것이 예전과 가장 많이 달라진 점입니다. 비슷한 일을 반복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큰 어려움은 없고 주어진 일을 스스로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 힘으로 벌어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입니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김태운 사원 사진

환하게 웃고 있는 유대희 근로지원인 사진
유대희 근로지원인
“청각장애인인 김태운 씨와 다른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업종의 직무지도원도 오래 했는데 장애인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고 알아서 하게 놔두는 곳이 적지 않았어요. 현대모비스는 인사담당자가 세심히 챙겨서 모든 장애인 근로자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우를 똑같이 하는 것도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