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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블록의 역사 알아보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길을 걷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노란 블록. 바로 시각장애인이 보행할 때 발바닥이나 지팡이의 촉감으로 위치와 방향을 알 수 있도록 한 ‘유도(점자) 블록’이다. 인도나 건물 내부 바닥에 울퉁불퉁하게 돌출되어 설치된 유도 블록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편집부

흰 지팡이를 든 시각장애인이 유도 블록으로 걸어가는 사진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가 발명한 점자에서 발전

유도 블록은 1824년 파리맹학교 교사였던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가 고안해 낸 점자를 토대로 발전했다. 1965년 일본의 엔지니어이자 발명가인 ‘미야케 세이이치(Seiichi Miyake)’는 친구의 실명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유도 블록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돔 형태의 돌기가 7X7열로 49개가 줄지어 있는 보도블록이 제작되었다. 이후 1967년 일본 오카야마의 현립 오카야마 맹인학교와 가까운 국도 2호 주변 교차로에 최초의 보도블록이 설치됐다.
1974년에는 ‘도로의 맹인 유도시스템 등에 관한 연구위원회’가 조직되어, 1975년 두 차례에 걸친 실험을 통해 좀 더 명확한 설치 기준이 마련되었다. 이 실험에서는 유도 블록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완전한 유도 방법은 아니지만, 그들이 필수로 가지고 다니는 흰 지팡이를 사용할 경우 단독보행 보조설비로서의 기능을 인정받았다. 그 후, 차차 전 세계로 널리 퍼지게 되었고 현재의 보도블록 생활환경에 자리매김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1981년 한국시각장애인복지재단이 도입해 최초로 실내용 점자 블록을 제작했으며, 1988년 서울패럴림픽을 계기로 외부 설치를 본격화했다.

1967년 최초로 일본 오카야마의 현립 오카야마 국도 2호 주변 교차로에 설치된 보도블록
1967년 일본 오카야마 국도 2호 주변 교차로에 설치된 보도블록. 사진 Phronimoi
최초로 유도(점자) 블록을 발명한 미야케 세이이치 사진
최초로 유도(점자) 블록을 발명한 미야케 세이이치. 사진 Phronimoi
유도 블록이 노란색인 이유

오늘날의 유도 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보행 특성을 고려해 설치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시력 대신 모든 잔존감각으로부터 수집되는 정보를 분석하고 통합해 보행 정보로 활용한다. 즉 주위의 물체, 소리, 냄새 등 쉽게 포착할 수 있는 감각적 단서가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랜드마크를 통해 목적지로 방향을 정하면 다음 랜드마크에 도달할 때까지 직선으로 이동하는 편이다. 이러한 시각장애인의 보행 특성을 고려해 설치한 유도 블록의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블록의 형태, 재질, 색깔 등이다.
먼저 형태 면에서는 크게 선형 블록과 점형 블록으로 나뉜다. 선형 블록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방향의 지표가 되는 일자 모양으로 블록당 4개의 돌출선을, 점형 블록은 36개의 돌출점을 가지고 있다. 계단, 승강장, 장애인용 승강기 등 위험요소의 전면 또는 선형 블록의 시작과 끝에 배치된다. 정리하자면, 선형 블록이 전진과 방향을 뜻한다면 점형 블록은 멈춤과 방향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은 지팡이를 이용해 방향을 확인하고 위험요소와 장애물, 안내 등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유도 블록의 재질은 외부에는 고강도 콘크리트와 인조대리석을, 내부에는 자기질과 세라믹 재질을 두루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도 블록은 왜 노란색일까. 시각장애인은 장애 정도에 따라 빛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과 시력이 0.04 미만인 저시력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10% 정도이며, 이들은 빛과 색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파장이 길고 주목성이 높아 사람 눈에 가장 잘 띄는 노란색을 사용한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의 <도로 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유도 블록의 전체 색상은 원칙적으로 노란색을 사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노란색 선형 유도 블록과 점형 유도 블록 이미지
30X30cm 크기의 유도 블록 형태인 선형 블록과 점형 블록
시각장애인을 상징하는 흰 지팡이를 짚고 있는 여성 사진
시각장애인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흰 지팡이
시각장애인을 상징하는, 흰 지팡이

더불어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활동 보조기구는 ‘흰 지팡이’다. 지체장애인이나 노인이 보행할 때 사용하는 지팡이와 구별해야 하기 때문. 이를 위해 1980년 10월 15일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BU)는 ‘흰 지팡이의 날’을 제정했다. ‘시각장애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를 이끌어 내자’는 취지에 따라서다. 또한 흰 지팡이는 동정이나 무능의 상징이 아니라 자립과 성취의 상징을 뜻한다.
최근에는 IT기술과 GPS와 같은 다양한 첨단 기술로 시각장애인들의 편리한 보행을 돕는 장치들이 등장하고 있다. 도우미로봇, 시각보조기기, 팔꿈치도움, 시각장애인 차량봉사센터 등이다.
장애인이 편리한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도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유도 블록, 그리고 흰 지팡이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미관상의 이유로 유도 블록을 바꿔서는 안 되며, 꼭 필요한 장소에 올바른 방법으로 설치하여 이들의 안전한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