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하고 싶은 일이 생깁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 박준규 주임
출근 전까지 매일 8시간 투석으로 아침을 여는 박준규 주임. 여느 직장인처럼 출근길을 고되게 여겼던 그가 ‘제9회 일상 속의 장애인- 스토리텔링 공모전 고용부문’에 출품했고, 우수상을 받으며 더 깊고 짙은 일상의 원동력을 얻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있다는 박준규 주임을 만나고 왔다.
글 편집부 사진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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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애인과 일터>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현재 일하고 계신 서울맞춤훈련센터에서 어떤 계기로 일하게 되셨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준규 주임입니다. 회계, 보안, 자산관리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면서 만성신부전으로 신장장애를 갖게 되었어요. 이후에 두문불출하는 생활을 지속하다가 각성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장애인 취업’을 키워드로 검색하면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알게 되었고, 지금 일하고 있는 이곳 취업지원부에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제 번호를 남겨뒀어요. 혹시라도 여기서 채용공고가 나면 꼭 알려주셨으면 한다고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장애인 기간제 채용을 해서 근무하던 중에 당시 대리 직급이었던 구영진 과장님께서 공단 채용에 대한 언질을 주셔서 지원하고 면접까지 봤습니다. 다행히 합격해서 2020년 12월부터 근무를 시작했어요.
올해로 꽉 찬 3년 차 직장인이시군요. 주임님의 하루 일과가 어떠신지 궁금해요.
투석을 중심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전날부터 연결해둔 투석기를 제거하고 정리합니다. 만성신부전 판정을 받은 이후에 식이관리도 하고 있기 때문에 점심 식사를 위한 도시락도 준비하고요. 8시 반엔 출근을 완료해서 퇴근하는 2시까지 제게 주어진 일들을 차근차근히 해 나가고 있습니다. 구직자들의 훈련을 담당하는 센터다 보니 훈련에 필요한 자재를 구매하고, 지출이 나가는 날은 서류를 정리해서 지역본부 쪽으로 보내 출고를 하는 일을 합니다. 이 외에 정보보안, 자산 등록 등의 업무도 두루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일 8시간에 걸친 투석을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업무와 병행했을 때의 어려움은 없으실까요?
신장이식을 희망하고 있기에 뇌사자 장기이식을 신청하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로 치료 방법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상 유지를 위한 투석을 현재 7년째 이어오고 있어요. 업무적으로 특별히 어려운 건 없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지거나 무거운 물건을 못 드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저녁에 늦게 자면 투석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는 게 어려워져요. 그래서 송구하게도 센터 회식은 저 때문에 저녁이 아닌 점심에 하고 있습니다. (웃음)
박준규 주임이 업무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
근무지 환경은 어떤 편인가요? 동료분들과의 관계도 궁금합니다.
정말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한 건 물론이고요, 장애인분들이 많이 오시는 만큼 배리어프리 요소도 잘 갖춰진 곳이에요. 그리고 병원에 가거나 병가를 쓰는 데 있어 센터장님과 동료분들이 배려해 주셔서 속히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고요. 저에겐 최고의 근무지와 동료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제9회 일상 속의 장애인- 스토리텔링 공모전 고용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으셨어요. 출품한 작품 제목이 ‘젊은 투석환자의 내일’이었죠?
네 맞아요. 장애를 얻은 지 7년, 그리고 취업한 지 3년의 회고를 담은 에세이예요. 직장인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약간 해이해진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글을 쓰면서 입사 당시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던 그 마음과 다시금 만나게 되었어요. 이 마음을 되찾은 게 가장 큰 소득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어머니도 같은 공모전의 일반부문으로 출품하셨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못 하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수상 소식에 함께 기뻐해 주신 그 마음도 너무 따뜻했습니다.
신장장애를 가진 동료를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고용주나 직장인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할 수 있는 당부의 말이나 부탁의 말이 있을까요?
신장장애는 두 부류로 나뉘어요. 팔로 혈액투석을 하거나 복강으로 복막투석 하는 방법이 있어요. 혈액투석은 이틀에 한 번씩 하게 되는데 전일제 근로자가 혈액투석을 하게 되면 새벽에 투석을 하거나 휴가를 내서 하기도 해요. 사실 혈액투석을 하면 그날은 뭔가를 하기 힘들어요. 팔도 평소보다 두꺼워지고 무거운 것도 못 들고요.
복막투석도 저는 저녁에 하지만 일상 중에 6시간마다 한 번씩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회사에 먼지가 덜하고 바람 이동이 덜한 투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기업도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차에서 하는 분들도 계세요. 균이 생겨서 복막염이 생기면 최악의 상황엔 복막투석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기업체에서 환경적인 부분을 조금이나마 배려를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주임님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건강관리를 잘해서 이식할 때까지 공단에서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 일상 루틴이 집, 회사, 집, 회사이거든요. 이제는 조금 벗어나서 기타나 드럼 같은 악기를 배워보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글을 다양한 장르로 써서 개인적으로 책을 내보거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글을 좀 더 많이 다양하게 써보는 게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구직과 취업을 앞둔 장애인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장애를 갖게 된 후, 세상과 마주할 용기가 없던 시기가 있었어요. 제가 가둔 세계를 깨고 나와서 맞춤훈련센터에 왔을 때 직원분들이 적극적으로 취업알선을 해주시는 걸 보고 용기를 얻었어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오시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꼭 할 수 있다’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을 수 있어요.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결국엔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각 지역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본부에 문을 꼭 두드리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