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이 기본
글 배융호 (사)한국환경건축연구원 건강환경건축연구실 이사
배리어프리 환경에서 안전이 중요한 이유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Environment)’이란 장애인, 노인,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 등의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접근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의 의미를 접근과 편의 제공에만 국한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일명, BF 인증)’ 기준 역시도 그러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배리어프리 환경의 가장 큰 의의는 뭐니 뭐니 해도 안전이다.
아무리 편리하고 접근이 쉬운 환경이라 할지라도 안전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일까. 예를 들어, 폭이 넓고 단차(段差, 높낮이)가 없어 편리해 보이는 복도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복도의 바닥이 미끄러운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면?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약간의 물기에도 쉬이 미끄러져 크게 다칠 것이다. 이처럼 배리어프리 환경이란 편리성과 접근성 그리고 안전성이라는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
우리나라 BF 인증 기준, 복도와 손잡이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기준은 무엇일까. 먼저 ‘복도 기준’을 살펴보자. 1.2m 이상의 유효폭 확보, 2.1m 이하의 보행장애물 제거, 2cm 초과하는 단차 제거, 평평한 바닥마감, 물에 젖어도 미끄럽지 않은 바닥마감이 기준이다. 이는 접근로, 방풍실(출입문과 실내 경계 부분), 복도(통로), 계단, 경사로 및 화장실 바닥 등 대부분의 바닥이 있는 환경에 모두 적용된다. 특히 미끄러운 바닥마감은 낙상사고의 원인이 되므로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둘째로 ‘손잡이 기준’이다. 손잡이는 계단과 경사로, 엘리베이터 내부는 물론이고 복지시설과 의료시설 복도의 규정에 맞도록 설치해야 한다. 손잡이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넘어지거나 몸의 중심을 잃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필수적인 설비이기 때문이다. 손잡이의 세부 규정으로는 계단의 양쪽 모두 높이 85cm 내외로 손잡이를 설치해야 하며, 경사로도 높이가 15cm 이상일 때에는 양쪽 벽면에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평소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수평 손잡이를 많이 봤을 것이다. 이 역시 혹시 모를 넘어짐 사고나 중심을 잃었을 경우 잡을 수 있도록 한 안전장치다. 계단과 경사로의 추락방지턱도 마찬가지인데, 계단이나 경사로의 양쪽에는 5cm 이상의 추락방지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휠체어가 경사로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시각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의 발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보행장애물 및 피난과 대피 기준
셋째로 ‘보행장애물 기준’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높이 2.1m 이하에 장애물을 두지 않도록 하며 벽으로부터 튀어나온 장애물은 10cm 이내여야 한다. 또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2.1m 이내의 장애물이 있을 경우 바닥으로부터 60cm 이상의 보호벽이나 난간을 설치하여 충돌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보행장애물에 대한 기준은 시각장애인, 어린이 등이 보행장애물과 충돌하여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기준들이다. 출입문 전·후면이나 계단의 시작과 끝에 설치되는 점형 블록 역시 시각장애인에게 문과 계단이 있음을 미리 알려줌과 동시에 문과의 충돌 방지 및 계단에서의 추락 방지를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피난과 대피 기준’이다. 시각장애인의 대피를 위한 비상벨 또는 음성안내 장치를 설치해야 하며, 청각장애인의 대피를 위해 경광등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피난구 유도등’도 중요하다. 이 장치는 음성과 점멸이 동시에 지원되는 유도등으로 화재 등의 비상시에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 기구다. 또한 각각의 실(방)에 대피가 가능한 피난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정기적인 피난 훈련에 대한 시행계획과 매뉴얼도 갖추도록 하고 있다(BF 인증 최우수 등급 기준).
이 외에도 BF 인증에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위와 같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안전 기준들은 편의 및 접근과 함께 장애인 등 이용자들의 안전과 사고 예방에 우선한 것들이다. 따라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이 된다는 것은 편리하고 접근이 가능한 환경이 된다는 것과 동시에 장애인과 교통약자 등 모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생활환경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더욱 확대하여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추가로 ‘배리어프리 디자인’과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지난 8월호를 참고해주세요. ☜ (클릭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