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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보고서

FUN해야 사는 MZ들

“중요한 건 가잼비지!”

저성장 시대, 똑똑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고품질에 저렴한 가격, 뛰어난 기능으로 무장한 완벽한 상품일지라도 비슷한 소비를 경험해 온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해박한 지식과 단단한 이성으로 무장한 채 불황시대를 살아가는 스마트 펀슈머들. 이제 그들의 마음은 ‘감성’ 앞에서만 열리고 있다. 특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는 소비 그 자체의 즐거움을 원한다. ‘펀슈머(Fun+Comsumer)’ 마케팅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다.

강나경 자유기고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사진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빙그레 인스타그램 제공
장수 브랜드들의 이미지 변신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지난 2020년 식품회사 빙그레의 SNS 관리자로 처음 등장한 ‘빙그레 왕국’ 왕자의 이름이다. 왕자가 관리하는 SNS 게시판은 MZ들의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고 이는 전설의 펀슈머 마케팅으로 회자되고 있다.
빙그레는 ‘빙그레 왕국’이라는 세계관에 제품의 특징을 살린 여러 캐릭터를 등장시켜 단순 제품 홍보가 아닌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얼마 전 공개된 브랜드 캠페인 영상도 5일 만에 1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재치 있는 서사를 브랜드와 치환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빙그레의 전략은 펀슈머들의 오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장수브랜드들은 젊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펀슈머 마케팅을 즐겨 사용한다. 뉴트로 열풍과 함께 등장한 대한제분의 ‘곰표’ 제품들도 브랜드의 낡은 이미지를 타계하기 위한 적극적 콜라보레이션의 결과였다. 듬직한 백곰을 앞세운 패딩 점퍼와 치약, 과자, 밀맥주 등의 큰 성공으로 대한제분의 ‘곰표’는 이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익숙하고 친근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재밌어서 사고, SNS에 인증샷!

펀슈머가 기존 소비자와 가장 다른 점은 소셜미디어(SNS)에 ‘인증샷’을 올린다는 점이다. 기업은 제품이 ‘눈소문’을 타고 퍼져 나가는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당연히 재미있고 특이할수록 SNS에서 인기를 끌 확률도 높아진다. 주로 기존 제품을 변형시켜 새로움을 주거나 타 브랜드, 친근한 캐릭터와의 콜라보로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명랑 핫도그’에서 출시한 통오이를 넣은 ‘오이 핫도그’나 ‘팔도’에서 라면 사리 8개를 넣은 ‘점보 도시락’을 내놓은 것 역시 펀슈머들에게 ‘살 거리’, ‘올릴 거리’를 제공하려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두 제품 모두 ‘완판’ 기록을 남겼다. 광동제약에서 출시한 ‘비타 500 잔망루피 에디션’ 역시 출시 이틀 만에 1차 생산량을 모두 팔아치웠다. 피자알볼로는 올해 호요버스의 RPG게임 ‘원신’과 협업을 한 후 전 가맹점 하루 평균 매출액이 250% 증가했다. 게임이 주는 이미지가 프랜차이즈에도 입혀지는 브랜딩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비타 오백 잔망루피 에디션. 광동제약 제공 / 벼볌바와 배뱀배. 해태아이스 인스타그램 제공

비타 500 잔망루피 에디션. 광동제약 제공 / 벼볌바와 배뱀배. 해태아이스 인스타그램 제공

네이밍도 중요한 펀슈머 전략 중 하나다. ‘버거킹’이 지난 4월 한정판으로 출시한 ‘콰트로 맥시멈 미트 포커스드 어메이징 얼티밋 그릴드 패티 오브 더 비기스트 포 슈퍼 미트프릭 4’는 높은 가격 책정에도 불구하고 론칭 첫 주 예상 판매량의 150%를 돌파했다. 공백과 숫자를 빼고도 39글자가 넘어 메뉴판에 ‘콰트로 맥시멈… (이하 생략)’이라고 표시했는데 이 메뉴판 사진도 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해태 아이스크림은 기존 스테디셀러 ‘바밤바’와 더불어 배 맛 아이스크림인 ‘배뱀배’를 출시하고, 지난 만우절 시즌에는 쌀 맛 아이스크림 ‘벼볌벼’를 한정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발한 네이밍이 능사만은 아니다. 펀슈머 마케팅으로 비식품과 식품의 다양한 콜라보가 이어지며 안전사고의 위험이 대두됐다. 이 때문에 ‘말표 구두약 초콜릿’이나 ‘딱풀 사탕’처럼 소비자의 착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기도 했다. 소비자 좀 웃겨 보겠다고 건강까지 해치게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불황 속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펀슈머 마케팅으로 기업들은 새로운 판로를 열고 브랜드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펀슈머 제품들 사이에서 가잼비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안목도 높아가고 있다. 재미에만 치중해 별 고민 없이 출시된 단기 화제성 제품이 아닌 지속가능한 제품과의 재미를 원하는 펀슈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가잼비’가 중요하다고 해도 장삿속이 너무 뻔한 제품에 지갑을 여는 건 정말 재미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