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의 역사 알아보기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수어는 수화언어를 줄여 이르는 말이다. 음성 대신 손의 움직임을 포함한 신체적 신호를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 언어다. 손가락이나 팔로 그리는 모양, 그 위치나 이동, 표정과 입술의 움직임 등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 수어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글 편집부
한국인들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발전한 ‘한국수어’
수어의 시작은 이렇다. 농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의사소통을 위해 자연스럽게 손짓으로 표현한 것이 그 시작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농교육을 도입한 인물은 미국 의료선교사였던 ‘로제타 셔우드 홀(R.S Hall)’이다. 홀 여사는 1909년 평양맹아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한국인 이익민 교장과 그의 조카를 중국 최초의 농학교인 체후농학교에서 연수를 하게 한 후 농교육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이익민과 그의 조카가 수어 교육의 중심이 되어 학교를 운영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따라 농아동들이 수어를 배우기 위해 집단으로 모여 생활하고, 서로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한국수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
그 후 1913년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제생원(현 서울농학교)’에서 일본수어를 사용했으며, 강습회에서 이를 가르치기도 했다. 1935년에는 이창호 목사가 평양에 개교한 ‘평양광명맹아학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수어를 가르쳤다. 하지만 1943년부터 청각·언어장애인이 입술의 움직임과 표정으로 이해하고, 발성 연습을 통해 음성언어를 습득하는 교육법인 구화법으로 지도했다. 이를 계기로 1962년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는 농학교에서 수화법을 지양하고, 구화법으로 사용하도록 교육 방법을 정하였다. 1963년 서울농아학교(현 서울농학교)에서 ‘수화 교본’을 제작하기도 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보편적으로 활용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1982년 서울농학교를 중심으로 부산농학교, 대구영화학교 등은 국내 최초의 ‘표준수화사전’을 만들었으며, 1991년 교육부에서는 ‘한글식 표준 수화’를 발행했다. 국립국어원과 문화체육관광부는 2000년부터 한국수어표준화를 비롯해 한국수어연구와 보급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2005년 ‘한국수화사전’을 출판하고 2007년에는 개정판을 발간했다. 2013년 국립국어원은 수어 연구에 획기적인 ‘한국수어 코퍼스 구축을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토론과 수어그림, 영상을 보고 표현하는 수어 동작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분석하는 연구였다.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한국수화언어법’
2016년에는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다. 한국수어 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농인, 한국수어 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법을 기념하기 위해 2021년 ‘한국수어의 날(2월 3일)’도 제정됐다. 한글날(10월 9일), 한글점자의 날(11월 4일) 등과 함께 언어 관련해서 공식적인 법정 기념일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수어의 날이 속한 주간은 ‘한국수어 주간’으로 정하고, 매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날에 기념행사를 치룬다
한국수어의 날을 기념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2021년 KBS1 <다큐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는 뮤직 다큐멘터리 ‘농인 셋 청인 하나, 우당탕탕 좌충우돌 10년 분투기’를 공개했다. 주인공들의 대화와 퍼포먼스를 수어로 완성한 국내 최초의 수어 뮤직비디오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또한, 올해 신한은행은 청각장애인 일자리 창출 지원 카페인 ‘카페스윗’과 함께 이벤트를 진행했다. 카페스윗은 신한은행 본점 1층과 15층, 서울대입구점, 정릉점 등 총 6개의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6개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한 선착순 천 명에게 한국수어의 날 설명 스티커가 부착된 커피 드립백을 제공하기도 했다.
서대문도서관은 중앙대학교 수어동아리 ‘손짓사랑’과 서대문도서관 1층 로비에서 수어 체험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행사는 ‘한국수어의 날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 간단한 수어를 체험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의사소통은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그중 하나의 소통 방법인 한국수어 또한, 농인들과 한국수어 사용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의사소통 수단이다. 우리는 한국수어의 날이 제정되기까지의 여러 사람의 수 많은 노력을 기억하고, 그 노고가 헛되지 않게 우리나라 수어가 융성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