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예술의 길이를 다시 재다
장애예술인이 원하는 것
글 방귀희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
고대 그리스 시대 의학자인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고 했다. 이 명제가 아직도 유효할까? 그 유명한 프랑스 인상파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는 정신장애 속에서 800여 점의 유화를 그렸지만, 살아있을 때는 단 1점밖에 판매가 되지 않았고 사후에 이름이 알려졌다. 척추장애인 프랑스 화가 툴루즈 로트렉의 ‘세탁부’는 2005년 미술작품 경매에서 당시 최고가인 232억 원으로 판매되었다.
바로 이런 경우 때문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명제가 공감을 얻었지만, 오늘날 예술이 영원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술을 소비하는 것은 사람인데 사람의 취향이 사회변화에 맞춰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가 입장에서는 죽은 사후에 유명해지는 것보다 살아있을 때 작품이 팔려서 당장에 겪고 있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판매에 고전을 겪고 있는 장애예술인들은 오늘 당장에 발목을 잡는 경제적인 문제가 해소되기를 더욱더 바라고 있다.
전업작가를 희망하는 장애예술인을 도울 방안 시급
장애인예술(Disability Art)은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행하는 예술이며, 예술 행위를 하는 장애인은 장애예술인이라 불린다. 장애예술인에게 예술은 사회적 활동이자 장애인예술을 업(業)으로 삼아 소득을 얻는 직업활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애예술인의 예술 행위가 사회적인 차별로 직업적 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장애예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예술활동 참여 횟수는 연 4회로, 장애예술인의 82.18%가 발표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예술활동의 기회가 적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장애예술인 가구 수입은 2020년 3,215만 원으로 2019년 기준 연평균 장애인가구 수입 4,246만 원의 75.7%에 지나지 않는다.
가구 수입 중에서 문화예술 창작활동 수입은 연 218만 원으로 전체 수입의 6.8%에 불과하다. 장애예술인이 문화예술 활동으로 발생하는 수입은 월 18만 원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장애예술인지원법」 제11조 장애예술인 고용지원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생기는 이유다.
‘장애예술인의 창작물 우선구매제도’ 활성화를 바라며
물론, 장애예술인에 대한 정부의 보호조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애예술인지원법」 제9조2(장애예술인의 창작물 우선구매)에 ‘공공기관에서는 해당 연도에 구매하는 창작물의 100분의 3 이상을 장애예술인이 생산한 창작물로 구매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률」에 따른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제도도 마련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제도로 공공기관에서 장애예술인의 미술품을 구매해 장식하고 장애인예술인의 공연 티켓을 구매하여 관람하며, 장애 문인이 집필한 도서를 구입해 비치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우선해야 한다. 이러한 장애예술인 창작물의 의무적인 구매는 향후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구매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판로가 개척되고 장애예술인에게 경제적 도움으로 이어진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장애예술가들의 작품은 놀라울 만큼 발전할 것은 분명하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예술은 우리에게 위안과 기쁨이 된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예술이 장애인예술이라면 위안과 기쁨에 희망과 용기를 더해줄 것이다. 다시금 장애예술은 인생의 길이와 비례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장애예술인이 가진 장애라는 서사가 인생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예술에 대한 길이 즉 가치는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