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항균관리원
세균 걱정 없는 안전한 도서관을 만들다
지난 코로나 시국에 도서관과 같은 공공장소는 사람들에게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서관 이용자들은 같은 책을 대여해 읽기 때문. 도서관은 지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중요한 공간이기에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필수이다. 공단은 이를 눈여겨보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도서항균관리원’이라는 직무를 개발했다.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진 직무인지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본다.
글 편집부
*2022 직업영역개발 사업보고서를 재구성해 소개합니다.
소독과 방역 필수인 도서관에서 일자리 창출
2023년 현재, 코로나19는 엔데믹(풍토병, endemic)으로 전환됐지만 국민의 안전과 질병 예방을 위한 일상 속 방역은 생활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도서관이 보유한 책자 및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재이기에 엔데믹이라 할지라도 안전한 이용을 위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더욱이 ‘도서관 환경의 박테리아 및 곰팡이 오염에 대한 논문’을 살펴보면 도서관 책의 내외부에는 상당량의 박테리아와 곰팡이 병원균이 존재하며, 심각한 호흡기 질환 및 피부 감염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다.
공단은 코로나19가 기승이던 2021년부터 이러한 상황을 눈여겨보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착수했다. 근래 4~5년간 지식정보 생활기반 마련을 위한 공공도서관이 꾸준히 건립되는 상황인 것도 관련 일자리 개발에 확신을 가지게 했다. ‘제3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2019~2023년)’에 따르면 2023년까지 도서관 1,468개소를 확충할 예정이지만, 사서 증감률을 살펴보면 인력 충원이 도서관 확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 공공도서관의 도서 통계를 살펴보았을 때, 한 도서관당 하루 평균 303권이 대출되고 있어 대출과 반납 전후 도서를 소독하는 일이 하나의 신직무로서 가능성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에 공단은 시설 유지를 위한 인력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개발에 적극 나섰고, 이렇게 해서 개발된 직군이 바로 ‘도서항균관리원’이다.
취업 취약층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직군
도서항균관리원은 도서관 또는 자료실에서 책 소독기와 소독용 티슈를 이용해 반납 전후의 책과 비품을 소독‧항균하는 직무이다. 특히 취업 취약층인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로 개발되었는데, 이들의 고용률은 지면에서 여러 번 다뤄졌듯이 타 장애인구 고용률과 비교해 낮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이들의 취업 및 고용안정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개발은 매우 시급한 상황이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은 변화가 적고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직무에 배치하면 성실하게 일하는 강점이 있다. 공단은 이점에 착안하여 발달장애인과 도서항균관리원을 매치한 것이다. 또 2012년 공단에서 개발한 사서 보조 직무개발로 이미 여러 도서관에서 발달장애인을 채용하고 있어 도서관 직원들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도 큰 장점이었다.
공단은 도서항균관리원 직무를 수행하기 적합한 환경을 찾기 위해 공단 소속기관(충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 충북지사, 전북지사)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컨설팅을 시작했다. 특히 전북지사에 제안서를 제시하고 업무를 협의하고, 전주시청과 연계하여 장애 특성을 고려한 정규직 일자리 채용을 유도했다. 이후 면접을 진행했고 네 명의 합격자가 뽑혔으며, 이들을 위한 직무훈련과 사회화 훈련 과정을 운영했다.
21명의 발달장애인, 채용의 벽을 넘어서다
훈련 과정은 이랬다. 먼저 발달장애인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서 소독에 대한 ‘쉬운 직무 매뉴얼’을 제작해 업무를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이는 현장에서 요구되는 고객응대 능력을 키우고 근로 작업 습관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실무 중심의 훈련이었다.
전체 훈련시간은 전공교과 102시간, 소양교과 36시간으로 총 138시간이었는데,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얻도록 도서관 유사하게 만들어진 교육현장에서 진행됐다. 훈련생이 근무하게 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그 덕이었을까. 한 명의 발달장애인이 전주시청에 무기계약 근로자로 채용되는 성과를 냈다. 전주시청은 2019년부터 지자체 중 최초로 발달장애인 도서관 사서 보조를 공공부문 정규직으로 채용했던 이력이 있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은 공단은 발달장애인 채용의 벽을 한번 더 넘기 위해 참여기관 추가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가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지역의 정서를 고려해 도서항균관리원이 아닌 ‘북-키퍼’라는 직무명으로 훈련을 시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 센터에서 양성한 열여덟 명의 발달장애인이 북-키퍼 직무로 부산광역시 교육청 산하 13개 도서관에 채용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제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통해서도 두 명의 발달장애인이 도서항균관리원으로 취업에 성공해 총 스물한 명이 같은 직군으로 채용되는 쾌거를 낳았다.
이로써 도서항균관리원은 책과 자료를 다루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적용할 수 있는 장애인 고용사례로 검증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국민의 질병을 예방하는 동시에 당당한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산업군에서 장애인고용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