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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보고서

‘로코노미’ 들어보셨나요?

‘로컬’이 힙한 MZ세대 소비법

전북 익산시 인화동 하나로마트 앞은 새벽 3시부터 ‘생크림 찹쌀떡’을 사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떡’은 중장년층에게 더 인기 있는 음식이지만 익산 ‘떡켓팅(떡+티켓팅)’ 참가자는 MZ세대가 대부분이다. 익산 하나로마트는 오전 8시 30분 개장과 함께 그날 공급 가능한 물량을 적어 공지하기에 ‘컷 통과’에 실패한 이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 MZ세대가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이유다. 이렇게 팔려나간 생크림 찹쌀떡이 자그만치 70만여 개라는데,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강나경 자유기고가

당근, 상추 등 채소를 들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
지역 이름이 붙어야 불티나게 팔린다!

식품·외식업계에 ‘로코노미’ 열풍이 뜨겁다. 로코노미는 지역(Local)과 경제(Economy)를 합친 말로 지역 기반 소비 경제 활동을 뜻한다. 실제로 ‘남해 마늘 바사삭(굽네치킨)’, ‘옥천 단호박 라떼(스타벅스)’, ‘창녕 갈릭 버거(맥도날드)’, ‘해남 녹차 빼빼로(롯데제과)’ 등이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로코노미 먹을거리가 인기를 끌게 된 제일 큰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에 국내 여행이 늘어나면서 지역 특산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 엠브레인에서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지역을 방문하면 그 지역 특산물을 먹어봐야 한다’는 응답이 91.5%에 달했다. 특히 MZ세대에서 로코노미 식품이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로코노미 식품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라는 질문에, 85.5%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로코노미는 ‘제주 감귤’, ‘보성 녹차’ 같은 스타급 특산품이 아니라 그동안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농산물에도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전국 대파 가운데 40%를 생산하는 전남 진도군이 대표 사례다. 대파는 요리에 들어가는 ‘부재료’ 이미지가 강해 마케팅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진도군 농수산유통산업단 관계자는 “진도 대파를 홍보하려 대파 축제도 열고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봤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봤을 뿐”이었다면서 “CU 편의점과 진도 대파 불고기 (삼각)김밥 시리즈를 내놓은 뒤로 농민들도 활력을 되찾았다”라고 말했다.

익산의 명물이 된 생크림·녹차·흑임자 생크림 찹쌀떡 3종 실속세트 / 사진. 익산농협
익산의 명물이 된 생크림 찹쌀떡 3종 세트. 익산농협 제공
‘상생’을 강조하는 것도 로코노미 식품 특징이다. 굽네 제공
‘상생’을 추구하는 로코노미 식품. 굽네 제공
팜 스테이, 지역과 가까이 더 가까이

이뿐만이 아니다. 로코노미와 함께라면 ‘못난이 농산물’도 상품 가치가 올라간다. 롯데마트는 장마철 비바람에 떨어져 표면에 흠집이 입거나 모양이 찌그러진 오이를 정상 제품의 반값에 판매하는 ‘B+급 오이’ 행사를 열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농가는 물건을 팔아서 좋고 소비자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 수 있어 모두 만족해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힘입어 롯데마트의 상생 농산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0% 이상 늘었다.
로코노미가 ‘지역 밖으로’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 지역산 먹을거리가 사랑받으면 지역에 대한 친근감이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을 찾는 소비자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농협은 전국 3백여 곳에 ‘팜 스테이(Farm Stay)’ 마을을 운영하면서 도시 사람들을 ‘지역 안으로’ 유도하고 있다. 팜 스테이는 각 지역마다 지역 특색에 맞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로코노미 앞에 ‘하이퍼(Hyper)’라는 표현까지 붙는다. 로컬을 넘어 ‘동네 생활권’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하이퍼 로코노미’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한 상거래 어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이었다. 당근마켓에서 ‘당근’이 ‘당신 근처’라는 뜻인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이를 계기로 최근에는 물건뿐 아니라 재능을 동네 주민에게 파는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21세기를 흔히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로컬을 떠난 적이 없다. 글로벌은 우리에게 ‘개인’이 될 것을 강요하지만 사람은 ‘인간’이기에 우리는 여전히 ‘서로’가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도우면서 지역과 지역이 균형을 회복하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의 ‘오래된 미래’다. 원시인도 서로 자기 동네에서 많이 나는 물건들을 주고받으며 살았다.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윈윈인 로코노미 트렌드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어질 이유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메가박스 인근에 마련한 맥도날드 ‘한국의 맛’ 삼주년 전시회. 한국맥도날드 제공 사진
서울 코엑스몰에서 열린 맥도날드 ‘한국의 맛’ 3주년 전시회. 한국맥도날드 제공
경남 창원시 ‘빗돌배기마을’ 팜스테이 프로그램에 어린이들. 농협 제공
경남 창원시 ‘빗돌배기마을’ 팜 스테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 농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