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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파트너에게 길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권순미 스타벅스코리아 미아사거리역점장(청각장애)

2011년 스타벅스코리아에 입사해서 수퍼바이저, 부점장, 점장으로 차근차근 승진했다. 승진할 때마다 ‘장애인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권순미 점장은 청각장애인으로서 고객과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장애인은 서비스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서비스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편집부 / 사진 김덕창
*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며, 실제 근무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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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만들고 있는 권순미 점장의 모습
스타벅스 미아사거리역점에서 근무하는 권순미 점장
반갑습니다. 스타벅스에서의 경력 소개 부탁드립니다.

2011년에 스타벅스코리아의 장애인 정규직 채용 1기로 입사했습니다. 자주 방문하던 집 근처 매장에서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2013년에 수퍼바이저, 2015년에 부점장, 2018년에 점장으로 승진했습니다. 2022년 1월부터 미아사거리역점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점장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 본인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타벅스는 장애가 있든 없든 똑같이 승진 기회를 부여합니다. 점장은 서류평가, 면접 같은 절차를 거쳐 승진하게 되고요. 한 매장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최고 관리자이니 책임감과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점장으로 일할 때 후배 파트너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그들의 역량을 키워주려고 애썼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성실히 노력하고 항상 배우려고 하는 태도도 좋게 평가받은 것 같습니다.

매장의 ‘베스트 스마일’로 선정되신 적도 있어요. 고객 응대 원칙이 있나요?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스몰톡(small talk)’을 시도하는 편이에요. 누구나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웃으면서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고객들이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요. 고객 한 분 한 분마다 이 매장에서 진심으로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청각장애인 고객은 제가 직접 수어로 주문받아 고객에게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권순미 점장이 환하게 웃으며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는 모습
고객들이 ‘베스트 스마일’로 뽑을 만큼 환한 웃음
매장에서의 일과와 주요 업무도 궁금합니다. 점장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매장이 목표에 따라 잘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하루, 한 주 단위 할 일을 계획해서 파트너들과 공유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점장이라고 사무만 하는 것은 아니고 파트너들과 함께 음료 제조, 고객 응대 등 서비스 업무를 합니다. 그러면서 매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획합니다. 매장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분위기를 조성할 책임이 있는 리더라고 할 수 있어요.

여러 매장을 경험하셨는데 미아사거리역점의 특성이 있나요? 운영의 주안점은 무엇인가요?

미아사거리역점은 복합적인 상권에 있습니다. 주변에 유흥가도 있고 쇼핑몰, 영화관, 예식장 등 다양한 상업시설이 공존하는 상권이에요. 역 앞에 있어서 고객의 연령대나 직업이 다양하고요. 다양한 고객의 취향과 기대를 파악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회사의 서비스 매뉴얼을 근무자들과 정확히 공유하고, 파트너들을 교육하는 데도 더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점장님 입사 이후 스타벅스의 장애인 근로자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스타벅스는 장애인 고용뿐만 아니라 직업인으로서의 성장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입사 전에는 장애 유형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직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입사 후에는 장애인 인사관리 담당 파트너와 수시로 면담해서 고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요. 장애인 파트너의 역량 강화 계기가 되는 장애인 바리스타 챔피언십도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승진 기회도 동등하게 제공하고 있어 중간 관리자(수퍼바이저 이상) 직급의 파트너도 49명에 달합니다.

직장 동료와 대화하고 있는 권순미 점장의 모습
다른 근로자의 성장을 돕는 것이 권순미 점장의 꿈이다.
점장님의 성취가 다른 장애인 근로자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매장의 장애인 바리스타나 그분들과 같이 일하는 관리자들이 가끔 상담을 요청합니다. 장애인 파트너가 앞이 막막하다거나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며 조언을 구할 때가 있어요. 장애인 파트너의 승진을 지원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며 고민하던 점장님도 있었고요. 점장님과 파트너를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중에 그 파트너가 승진했다고 고맙다는 소식을 전해왔을 때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일하면서 어렵고 힘든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제가 겉보기에 청각장애인이라는 티가 나지 않다 보니 고객께서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객이 불렀는데 못 들어서 제가 고객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시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한번 말씀해달라고 요청하곤 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고객과 눈을 마주치고 자신 있게 응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감도 중요하고, 그만큼 노력하셨다는 뜻이겠죠?

바리스타로 입사해 고객을 응대해보니 억양, 어투, 어휘 하나가 아무리 사소한 차이라도 정말 좋게 들리기도, 나쁘게 들리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제 말을 녹음해서 몇 번이고 듣고 발음과 어투를 좋게 들리게 하려고 계속 연습했습니다. 회사의 배려도 큰 힘이 됐습니다. 장애인 파트너도 노력하면 비장애인 파트너와 똑같이 성장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 회사의 가장 큰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무엇인가요?

리더로서 파트너들의 성장을 돕고 싶어요. 제가 장애인이라 승진은 어렵겠다고 생각할 때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많은 걸 알려준 점장님이 있었는데 그분 덕택에 제가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급변해도 자신을 향한 믿음을 더 지키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 노력은 언젠가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성실함은 큰 무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