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100명에게 소리를 선물합니다
인공와우 수술비 지원하는 밴드 ‘이층버스’
글 김형규 밴드 ‘이층버스’ 프로듀서, 모던K실용음악학원 대표, 알비더블유 이사
밴드 이층버스는 청각장애 아동의 인공와우 수술비를 지원하기 위해 활동하는 밴드다. 정기 공연을 열고 그 수익금으로 수술비를 마련한다. 나는 이층버스의 프로듀서다. 내 이름은 알비더블유의 음악 프로듀서로 먼저 알려졌고, 알비더블유는 마마무, 원어스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이자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K팝 아티스트의 음악을 만들고 세계적 성취를 지원하는 것은 더없이 신나고 뿌듯한 일이지만, 그 일보다 현재 내 삶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밴드 이층버스 활동이다.
밴드 이층버스의 멤버는 바이올린 제니윤, 보컬 이선호, 건반 이상인, 드럼 박성룡, 베이스 박동혁, 기타 연태희, 퍼커션 이소운, 디렉터 권석홍, 박동준이다. 사실 음원 수익은 많지 않아서 새로운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모던K실용음악학원의 자금을 투자하는 형편이다. 대신 4개월에 한 번씩 여는 콘서트의 티켓 판매 수익으로 수술비를 마련한다.
100명의 수술비를 지원하면 해체하는 것이 이층버스의 목표다. 2017년에 결성된 후 지금까지 총 14명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기기 교체 비용을 지원한 두 명 포함이다. 나의 생전에는 100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겠냐고 농담을 섞어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대기업 같은 큰손 후원자를 만나 목표를 단번에 채우는 상상을 한다. 그 이후에 계속할 더 즐거운 활동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면서.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장애인 지원을 시작한 것은 회사에 아이돌 연습생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연습생들과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장애인의 삶에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선물하고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 밴드 활동을 구상했다.
인공와우 수술을 모두가 원하는 것은 아니고, 수술 후 적응과 훈련을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다. 수술비 지원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수술 후 삶이 달라졌다는 아이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내 삶이 위로받는다고 느낀다. 우리 콘서트 무대에 올라 수술 경험을 나눠주는 아이와 가족들의 마음도 뭉클하다. 누군가는 청각장애인의 삶을 이야기하고, 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그렇게 공감대를 확산해야 한다. 이층버스가 그런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나는 이층버스의 운전사, 멤버들은 안내원이자 엔진이며 바퀴다. 정기 기부 콘서트에 함께하는 객원 아티스트들도 있다. 지난 연말에 서울시 어린이병원에서 연 콘서트에는 2021년에도 함께했던 더원이 다시 찾아주었다. 수입이 안 되는 일인데도 기꺼이 참여하는 아티스트들 덕에 이층버스가 계속 달릴 수 있다.
이층버스가 기분 좋은 여행을 떠나는 관광버스가 됐으면 한다. 이층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다음 콘서트에는 더 많은 관객이 찾아오시면 좋겠다. 공연 소식은 이층버스 인스타,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실 수 있다. 우리의 따뜻한 음악으로 위로받고, 타인을 응원함으로써 자신도 힘을 얻는 놀라운 경험을 하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