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가꿀 나만의 꽃과 향을 찾다
경기지역본부 김동진 대리, 송유정·이윤호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원 주임
경기지역본부에서 취업성공패키지를 담당하는 송유정·이윤호 상담원 주임과 경기발달장애인훈련센터의 김동진 대리가 향기로운 공방 ‘아틀리에 라벨라’를 찾았다. 세 사람은 아름다운 동화와 기분 좋은 꿈이 떠오르는 메리고라운드 용기에 직접 고른 향과 꽃을 채워 향초를 만들었다.
글 편집부 / 사진 김창제
걷고 싶은 날, 향기 가득한 공방으로
1월인데 오랜만에 포근한 날씨였다. 세 사람은 걸어서 20분 거리의 공방까지 차를 타는 대신 산책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기분 좋게 걸어 도착한 곳은 동수원 나혜석거리에 위치한 작은 공방. 소이캔들과 향수, 비누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일일 체험수업도 진행하는 곳이다.
세 사람이 만들기로 한 ‘메리고라운드 플라워 캔들’은 이 공방의 대표 상품이다. 회전목마의 형태와 비슷한 유리 용기를 사용하고, 향초 표면을 꽃잎으로 장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리에 앉은 세 사람은 만드는 과정이 적힌 안내문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송유정 상담원 주임과 이윤호 상담원 주임은 취업성공패키지에 이런 수업도 포함할 수 있을까 상상했다. 장애인 취업성공패키지는 구직자에게 상담과 취업계획 수립, 직업훈련, 취업알선과 취업 후 적응지도까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담당자로서 참여자에게 다양한 직업 세계를 소개할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어느덧 습관이 됐구나 싶다. 김동진 대리는 이렇게 모여 체험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발달장애인훈련센터도 훈련을 진행하지 못한 날이 많아서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게 사업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기분 좋은 기억을 소환하는 향 고르기
대두에서 추출하는 소이왁스는 파라핀보다 유해성이 적고 향과 배합하기 좋아 향초 재료로 널리 쓰인다. 용기 하나에 넣을 왁스의 양은 대략 170g. 왁스의 7퍼센트에 해당하는 12g의 향료를 넣고 잘 섞는 것이 첫 번째 과정이다.
좋은 향을 판단하는 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세 사람은 탁자에 놓인 15가지의 향을 차례대로 맡아 봤다. 김동진 대리는 은은하게 퍼지는 라일락 향을 골랐다. 꽃장식과도 어울릴 것 같다는 이유였다. 송유정 상담원 주임은 난초 향을 골랐다. 베이비파우더가 떠오르는 은은한 향이면서 색다른 산뜻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윤호 상담원 주임은 세븐 후르츠(7 Fruits)라는 이름의 향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름대로 여러 과일을 섞어 만든, 이국적인 매력도 물씬 풍기는 향이다.
다음은 하나씩 나눠준 메리고라운드 용기의 바닥에 나무심지를 고정하는 작업이었다. 나무심지는 보기에 고급스럽고 향초를 태울 때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소리가 나서 분위기를 더하는 매력으로 더욱 사랑받는 재료다. 세 사람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심지탭을 용기 바닥에 고정한 후 적당한 높이로 심지를 자르는 작업을 섬세하게 수행했다.
어떻게 보아도 꽃이라 예쁘다
꽃장식은 왁스가 어느 정도 굳은 후부터 완전히 굳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에 빠르게 완료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떤 모양으로 장식할지 미리 구상해 두는 것이 좋다. 세 사람은 종이에 용기 모양대로 원을 그리고 그 위에 꽃과 잎을 배열하기 시작했다.
“투머치(too much) 한가요?”
과감하게 꽃잎을 자르고 이리저리 배치해 보던 송유정 상담원 주임은 “놓다 보니 욕심이 나서 과도해진 것 같다”라며 웃었다. 김동진 대리도 “왠지 이것저것 올리고 싶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조용히 집중하던 이윤호 상담원 주임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을 완성했고, 다른 두 사람에게서 ‘금손’이라고 부러움을 샀다.
드디어 적당히 온도가 오른 왁스에 향을 섞어 용기에 부을 때가 됐다. 향초 만들기는 왁스에 향을 섞을 때나 굳은 왁스에 장식물을 올릴 때나 최적의 분량과 온도를 맞추는 것이 완성도를 좌우한다. 세 사람은 미니 저울로 왁스와 향의 양을 정확히 계량해 배합하고 왁스 온도가 60~65℃로 떨어질 때를 기다려 용기에 부었다.
투명한 유리 용기에 담긴 왁스는 노르스름한 색을 띤다. 액체였던 왁스가 굳으면서 미색으로 변해 갈 때를 기다려 직접 고른 꽃과 잎, 가지들을 올렸다. 핀셋을 잡은 손이 조금 떨렸지만 하나하나 신중히 올리자 마법처럼 근사한 모양이 완성됐다. 굳은 왁스에 꽃을 장식하면 어떤 모양이든 다 예쁘게 나온다는 강사의 설명은 과장이 아니었다.
내 손으로 이렇게 근사한 향초를 만들었다는 만족감으로 세 사람의 안면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디자인 감각이 부족하거나 손재주가 없다고 걱정하기보다는 부딪혀 체험해 보면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하루였다.
공단과 향초는 닮은꼴
김동진 대리
“내 손으로 캔들을 잘 만들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예쁘게 나와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향기로운 캔들과 우리 공단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공단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일하는 것을 보면 사람 냄새 나는 곳이라고 느낄 때가 많거든요. 스스로 노력해서 세상을 밝히는 모습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만드는 과정도 힐링입니다
송유정 상담원 주임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시는 분 중에도 향을 다루는 직종에 관심 있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체험수업을 활용해 어떤 일을 하는지, 자신에게 잘 맞는지 알아보시도록 안내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훈련과정에 포함된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한테는 향초를 만드는 과정도 힐링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한 향초가 될게요!
이윤호 상담원 주임
“선생님이 친절하시고, 상세히 설명해 주셔서 이해하기 쉬웠어요. 향초를 만들면서 우리 공단도 구직자의 방을 밝히는 향초 같은 존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매년 진행하는 사업도 새해가 되면 조금씩 바뀌고 추가되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구직자들께 잘 안내해서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