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만나다
함께하는 일터

장애인이 전기 기술자로 성장하는 곳,

행복드림복지회

행복드림복지회는 전체 구성원의 70퍼센트가 장애인과 고령자인 사회적기업이다. 장애인의 권익옹호와 재활지원을 위해 2017년에 설립돼 전기 부품 제조와 전기공사 서비스로 연 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장애인이 어떻게 전기공사를 하느냐는 편견에 맞서 거둔 성과다. 지난해에는 사회적기업 육성 유공으로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글 편집부 / 사진 최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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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드림복지회 전직원이 모여 파이팅 하는 모습
셔틀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한파가 여전히 매섭지만,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 마음만은 춥지 않다. 집 앞으로 찾아온 셔틀버스에 올라 먼저 탄 동료와 인사를 나누며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나를 기다리는 곳으로 갈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통근버스 덕에 집과 회사를 편하게 오갈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 여유로워진 만큼 부족했던 공부 시간을 늘렸다. 올해는 꼭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요량이다.
셔틀버스는 직원들의 동네를 두루 거쳐 회사에 도착했다.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있는 행복드림복지회 사무실. 그 옆에는 두리 E.N.G의 사업장이 있다. 행복드림복지회는 장애인 권익옹호와 재활지원을 활동 내용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고, 두리 E.N.G는 행복드림복지회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수익사업을 영위하는 또 다른 법인이다.
행복드림복지회는 배전반, 분전반, CCTV 등을 제조하고 전기공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배전반과 분전반은 아파트, 빌딩 등 모든 건축물에 사용되는 전기 시설이다. 정전되면 열어서 퓨즈가 내려갔는지 확인하는 곳, 주로 두꺼비집이라고 불리는 장치가 분전반이고 분전반으로 전기를 나눠주는 장치가 배전반이다. 행복드림복지회는 생산시설에서 이 장치들을 직접 제조하고 전국 각지의 관급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부품을 만지는 모습
행복드림복지회는 배전반, 분전반 등을 제조하고 전기공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

행복드림복지회의 출발은 퇴직자들의 고민이었다. 공직자로 퇴직한 사람들이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 나눌 방안을 찾아 전기공사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장애인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해 장애인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고 사회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재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설립목적이다.
전체 임직원 26명 중 장애인이 절반이고 중증장애인은 10명이다. 중증장애인은 생산, 서비스, 사무 등 다양한 직무에 종사하고 있다. 생산직은 재료를 자르고 부착하고 연결하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을 배워 일한다. 처음 입사할 때는 단순한 작업도 어려워하지만, 차츰 능숙해져 실수 없이 맡은 일을 해 내고 더 어려운 공정으로 옮겨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장애인 직원들이 직장생활에 적응하고, 직무역량을 키워나가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 행복드림복지회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행복드림복지회는 설립 초기부터 직원 기술교육에 과감히 투자했다. 강사를 초빙해 전문기관 수준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원에 다니는 직원들에게는 비용을 지원했다.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자격증 취득 수당을 공기업보다 높게 책정해 직원들이 스스로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독려했다. 그 결과 직원 대부분이 전기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게 됐고 지금도 더 어려운 자격시험에 도전한다.
직원들이 성장하면서 회사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설립 2년 만에 약 4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익산산업단지의 부지를 확보해 생산시설을 늘렸다. 작년에는 인천공항 분전반 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023년으로 이월된 인천공항 매출을 제외하고도 2022년에만 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설립 이듬해인 2018년도 매출액 16억 원의 세 배다. 설립 당시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성장세다.

행복드림복지회 근로자가 배전반, 분전반 등의 부품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는 모습
행복드림복지회는 직원과 함께 성장하고 직원의 자부심이 되는 기업이다.
행복드림복지회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행복드림복지회에 전기공사를 맡기려는 고객은 드물었다. 회사소개서를 들고 찾아갔다가 “장애인이 어떻게 전기공사를 하느냐”는 편견 어린 냉대만 받고 돌아선 적도 많았다. 돌파구는 기술력이었다. 직원 중 기술자가 많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기회를 잡으면 공사부터 AS까지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렇게 실적을 쌓으면서 행복드림복지회라면 믿고 맡겨도 된다는 평판을 얻었다.
연구 역량도 행복드림복지회의 자산이다. 설립 초기부터 특허 출원에 힘써 ‘AI 기능을 구현한 수배전반 화재감시 및 진화시스템’ 외 6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기능장을 새로 영입하고 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2023년에는 제대로 규모를 갖춘 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함께 일하는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봉사와 기부도 꾸준히 해왔다. 기부는 첫해 500만 원으로 시작해 3,000만 원으로 늘렸다. 특히, 증증장애인 직원들이 봉사에 참여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다 함께 익산 미륵사지를 찾아 환경미화를 하고 좋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날은 모든 직원이 손꼽아 기다린다. 행복드림복지회는 사람이 자산이라는 말을 구호가 아닌 현실로 만들며 구성원의 자부심이 됐다. 수치로 나타나는 성취뿐만 아니라 함께 추구하는 가치가 더 큰 자부심이어서 오늘도 직원들은 행복하게 일터로 향한다.

행복드림복지회의 조연용 대표
조연용 대표
“일자리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의 사회적 참여 기회를 넓히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드림복지회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는 임직원 여러분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해올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가는 토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행복드림복지회는 장애인의 권익옹호와 재활사업에 최선을 다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고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

박미숙 사무처장(지체장애)
“2018년 9월에 사무처 보조원으로 입사했습니다. 행복드림복지회는 다른 회사나 기관보다 승진이 빨라서 저도 벌써 사무처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채택돼 수행되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모두가 입사하고 싶은 회사, 한번 입사하면 끝까지 다니고 싶은 회사로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회사가 대외적으로 인정받다 보니 익산시 사회적기업협의회 부회장이라는 중책도 맡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역할을 널리 알리는 데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박미숙 사무처장의 모습

양정민 사원의 모습
양정민 5급 사무직(지체장애)
“기술부 소속으로 사무 보조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게 생소했고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지금은 일을 하나씩 배우며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회사가 점점 성장하고 있어 저도 책임감을 느낍니다.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배우고 싶은 게 많아지고 자기 계발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2월 말에 열리는 사무자동화산업기사 시험에 도전해 보려 준비 중입니다. 전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해서 도면 설계 같은 전문적인 일을 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