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인재로 성장하고 싶어요.”
이강용 KB국민은행 CoreNext부 개발자
이강용 개발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은 ‘소통’이다. 청각장애인인 그는 스스로를 비장애인과 다르다고 생각해 장애 뒤에 숨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고의 개발자가 되기 위해 매일 더 소통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그를 만났다.
글 편집부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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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2022년 KB국민은행 CoreNext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강용입니다. 지금은 ICT 부문의 모델링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개발에 앞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취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취업 전 포스코1%나눔재단에서 ‘디지털 코딩 아카데미(한국장애인고용공단 구로디지털훈련센터와 협업)’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 장애 환경과 개발 업무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수료 후 취업 준비과정이 길어지니 초조하더라고요. 친구들은 1차 합격을 하는데, 저는 1차도 붙지 못했으니까요. 동기들에 비해 제 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더 조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항상 떨어지지만은 않을 거다. 분명히 빛을 볼 때가 올 거다’라는 마음으로 취업 준비를 이어갔죠.
입사 후 가장 힘이 된 사람은 누구였나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아무래도 장애로 인해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예상도 했고, 마음도 다잡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줬습니다. 동료들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제 장애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배려심이 깊어 서로를 많이 이해하고 도와줍니다. 입사했을 때 가장 도움이 된 사람은 ‘나 자신’과 ‘KB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반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생활까지, 청인들과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소통하셨어요.
사실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보조기가 있어도 각각의 소리가 아닌 하나의 소음처럼 들리기 때문이죠. 여럿이 있을 때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알아듣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일대일 환경에서 대화하며 관계를 쌓았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와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찾았죠. 작은 관계부터 유지해 점차 넓혀가는 것이 저만의 비결입니다.
개발자로 일하며 이강용 님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자존감과 제 일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보다 저를 더 자랑스럽게 여기더라고요. (웃음)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입사 후 실무에 투입되니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지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업무를 더 열심히 배워서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거든요. 하루빨리 능력을 길러 모두에게 힘이 되는 팀원이 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설계 업무를 새로 맡았는데요. 비록 마무리에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끝마쳤을 때 뿌듯하며 보람찼고, 일이 더 재미있어졌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강용 님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당장 지금은 1인분도 해내기 어렵지만요. (웃음) 제 몫을 다 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이제 시작하는 장애인 근로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제 장애를 보지 않더라고요. 결국 장애를 가장 의식하는 건 제 자신이었어요. 그것만 극복한다면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두려움을 깨고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