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함께하다
KEAD 툰
함께 일하는 세상을 위한 장애 유형별 에티켓 –뇌병변장애인 편
그림 권도연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 신입사원 김현수가 마음속으로 말한다. 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이때, 톡으로 이성욱 과장에게 메시지가 오고 현수가 내용을 확인한다. 잠시마요. 지금 확인 중이비니다. 중입니다. 오타를 보고 조금 짜증이 난 표정의 현수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하아, 문자 오타는 왜 이렇게 많이 내실까?
옆자리, 긴 머리를 묶은 30대 초반의 유 대리가 현수에게 묻는다. 현수 씨, 제안서 총무팀에 컨펌 받았어요? 유 대리의 질문에 현수가 머뭇거린다. 아 그게 말이죠. 이성욱 과장님께서 아직…
유 대리가 이어서 말한다. 이 과장님 톡이 좀 느리죠? 재작년에 교통사고로 머리 쪽을 다치셨거든요. 후유증으로 왼쪽 편마비가 와서 왼손을 잘 못 쓰신대요. 이 말을 들은 현수는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이 된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유 대리가 슬며시 미소를 머금고 현수에게 말한다. 업무 복귀하신 지 얼마 안 돼서 적응 중이신 것 같은데, 좀만 더 기다려 봐요. 이때 메시지 알림이 오고 현수가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앗, 방금 과장님이 컨펌 마치셨대요.
회사 탕비실에서 음료 만들며, 편마비에 대해 궁금해진 현수는 생각에 잠긴다. 나이도 젊으신데 사고로 편마비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자료 좀 찾아보자.
현수는 핸드폰 액정화면 속 남성 아나운서의 말을 듣고 있다. 뇌병변장애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뇌성마비,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해 팔다리 마비가 나타나며, 신체적 장애 외에 언어장애, 시각장애 등이 동반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핸드폰 화면을 보며 정보를 얻은 현수가 마음속으로 말한다. 뇌성마비는 많이 들어봤는데 임신 중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출산 중에 호흡장애로 뇌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발생하는구나. 현수는 몰랐던 사실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다음 날, 현수는 구내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는 30대 후반의 이성욱 과장을 본다. 저기, 이성욱 과장님이시다. 현수는 그를 발견하고 반가워한다.
이성욱 과장에게 다가가며 말을 거는 현수. 과장님, 옆에 앉아도 될까요?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이 과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앉아요. 현수 씨.
현수는 자리에 앉으며 이 과장에게 빨대 꽂은 음료를 건네며 말한다. 과장님, 빨대로 드시는 게 편하시죠? 이 과장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현수 씨가 내 장애를 아는구나? 고마워요. 물어볼 건 뭐예요?
식사 후 음료를 들고 산책길을 걷는 두 사람. 현수가 이 과장에게 말한다. 팀에서 장애 유형별 생활 안내서를 만들게 됐는데요. 실례가 안 된다면 뇌병변장애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 그때, 다리를 살짝 저는 이 과장을 본 현수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다리를 많이 저시네. 과장님과 보폭을 맞춰서 걷자.
이때, 이 과장이 돌부리에 걸려 왼쪽으로 넘어진다. 놀란 현수는 얼른 마음을 다잡고 이 과장에게 차분하게 묻는다. 과장님! 괜찮으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이 과장이 왼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대답한다. 오른쪽으로 와서 팔을 좀 잡아줄래요?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 이 과장이 안경을 고쳐 쓰며 현수에게 말한다. 현수 씨가 미리 공부를 많이 했나 보네. 좀 전에도 어떻게 도와줄지 먼저 물어봤잖아요? 보통 잘 안 그러거든. 현수가 대답한다. 네! 좀 찾아봤습니다. 근데 눈도 안 좋으세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되묻는 현수.
벤치에서 일어나며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 눈도 나빠졌죠. 처음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하고 힘이 들었지만, 이제 복직도 하고 현수 씨 같은 배려심 돋는 동료도 있고,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데? 이 과장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이 과장에게 말하는 현수. 과장님, 장애는 누구나 생길 수 있으니 이참에 불편하신 것들 싹 다 말해주세요. 제가 안내서에 열심히 반영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