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비누처럼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일합니다!”
감사실 감사부 청렴감사팀 최진우 팀장, 허새잎 과장, 김미리 과장
실생활에 없으면 안 되는 비누처럼 청렴감사팀의 존재는 그러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렴문화를 제고하는 데 기여하는 만큼 때론 받지 않아도 될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품은 씻어내고 향기만 남기는 이 일에 왠지 모를 사명감을 갖게 된다는 세 사람을 만나 손수 비누를 만들어봤다.
글 편집부 사진 김덕창
청렴감사팀, 바다 비누를 만들다
비누 공방에 앉은 세 사람은 잠시 숨을 고른다. 급박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조금 늦게 도착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비누 베이스를 ‘치킨무’ 크기로 깍둑썰기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손을 조금씩 놀리며 방금 처리하고 온 업무와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손으로 뭔가 만지고 자르니까 환기되는 것 같지 않아요?” 허새잎 과장이 후련한 한마디를 내뱉자 이내 나머지 사람들의 얼굴에도 긴장 풀린 웃음이 감돈다.
오늘 만드는 비누는 ‘MP 비누’로, 이름에 내포된 뜻처럼 Melt(녹다), Pour(붓다)를 반복하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비누 베이스에 열을 가하면 점도가 높은 액체로 변하는데 천연 향료, 보습제 등의 원하는 재료를 혼합해 붓고 굳히면 완성된다. 작업은 간단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건 어떤 색과 향을 고를지에 대한 선택이다. 선생님이 직접 만든 샘플 비누를 보여준다. 바다의 단면을 표현한 비누 샘플엔 3개의 바다층이 다른 색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깍둑썰기한 비누 베이스를 녹일 동안 세 사람은 바다층을 표현할 3개의 천연색소를 골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허새잎 과장과 김미리 과장은 선생님이 만든 샘플 비누와 같은 파란 계열의 색소를 고르며 안전한 길을 택했다. 반면 어떤 색을 고를지 고민하던 최진우 팀장은 김미리 과장의 추천에 힘입어 분홍, 보라, 주황색을 골라 조금 실험적인 길을 걷기로 한다. 세 사람은 서로의 바다가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서서히 올렸다.
우리가 만드는 청렴이라는 바다
세 사람 앞에 직육면체의 긴 실리콘 몰딩이 각각 놓였다. 바다의 단면, 모래자갈층, 바다색 1층, 2층, 3층 그리고 물거품층을 순서대로 깔아 올릴 예정이다. 모래자갈층엔 녹인 비누 베이스와 곡물을 섞어 올리고, 나머지엔 비누 베이스에 다양한 색소와 한 가지의 향료를 섞어 제조한다. 어떤 향이 어울릴까? 주저하는 최진우 팀장과 달리 허새잎 과장은 평소 좋아하던 플로럴 계열의 라일락 향을, 김미리 과장은 비누 향과 흡사한 프레쉬오션 향을 선택했다. 최진우 팀장은 오렌지 계열의 색소와 어울리는 스윗오렌지향을 택했다. 베이스에 색소를 섞는 세 사람에게 넌지시 업무 이야기를 물어보자, 미소 띤 얼굴로 차근차근 답변을 준비한다.
단어 ‘감사(監査)’를 풀이하면 감독하고 검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감사실 소속인 청렴감사팀은 부패 방지, 청렴도 제고, 제도 개선 등을 담당하며 관련된 활동을 기획하고 수립하여 수행하는 일을 담당한다. 이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부 직원과 장애인 근로자분,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를 위한 제도적 보완 개선에 힘쓰고 있다. 기존에 2년 동안 같은 부서에 있던 두 사람과 달리 올해 팀에 합류한 허새잎 과장은 팀에 들어오기 전과 후, 감사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졌다고 답했다. “이전에는 감독하고 검사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 감사실을 견제했다면, 이제는 ‘왜’ 감독하고 검사하는지에 방점을 찍어 업무를 보고 있죠. 올바른 방향, 청렴을 향한 노력이자 과정을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들어요”라고 허심탄회하게 고백했다. 감독하고 검사 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세 사람은 감시를 위한 감독이 아닌, 청렴한 문화를 안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 주십사 부탁했다.
감사(監査)를 감당해 주셔서 감사(感謝)합니다
청렴감사팀의 노력은 작년에 빛을 발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한 단계 격상한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진우 팀장과 김미리 과장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허새잎 과장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이에 김미리 과장은 머쓱해하며 청렴감사팀이 이룬 결과가 아닌, 공단 직원 모두가 합심해서 이룬 결과이기에 더 값진 성과라고 답했다. 이에 최진우 팀장은 “저는 저희 공단 직원분들의 윤리 인식 수준이 비교적 높다고 봐요. 기준이 높은 만큼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를 점검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 잘하고 있다고 셀프 칭찬을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베이스에 색소를 섞어 다른 층을 내는 비누가 완성되는 것처럼, 공단의 청렴도도 하나씩 쌓여 아름다운 결과를 맺는 것이리라. 세 사람이 입을 모아 강조한 올해 목표는 ‘결과 내는 일에 급급하고 만족하는 팀이 아닌, 우리 직원분들에게 과정을 잘 설득하고 차근차근 밟아나가 모두가 동의하는 결과로 나아가는 것’이다.
심해의 바다빛을 간직한 비누를 완성한 김미리 과장, 청량한 푸른빛의 비누가 인상적인 허새잎 과장, 그리고 해질녘 해안의 비누를 표현한 최진우 팀장. 딱딱하게 굳은 비누를 5등분해 완성품을 받아 드는 표정이 공방에 들어올 때와 사뭇 다르다. 최진우 팀장은 마지막으로 공단 직원들에게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비위를 알게 되셨다면, 그리고 사소한 거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저희에게 상담해 주세요. 이 비누처럼 사소한 티끌이라고 깨끗이 닦아 거품을 함께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청렴한 직장생활을 위해,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을 위해, 고용주를 위해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응원하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최진우 팀장
둘째가 올해 유치원에 갔어요. 적응을 할 수 있을지 늘 걱정이 되는데 오늘 만든 이 비누가 격려의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오면 가장 먼저 손을 씻곤 하잖아요. 집 안의 위생을 지키는 작은 조각이 되기를 바라고, 더불어 온 가족이 제가 만든 이 비누향을 간직하면서 남편, 아빠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늘 저와 함께한 두 과장님께도 감사 인사드리며, 올해도 지금까지 해주신 만큼 잘 부탁드린다고 지면을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이 비누로 올해 고민이 씻겨 지길 바라요.”
허새잎 과장
제가 손재주가 없는 ‘똥손’인데요, 오늘 만든 비누를 가져가면 남편이 정말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줄 것 같아요. 남편과 제가 차례로 몸담았던 ‘홍보실’에서 만드는 사보에 출연하게 된 것도 정말 감회가 깊었어요. 작년에 피부병에다, 직접 지은 집 문제 등 고민거리가 많았는데요. 올해 이 비누로 그 고민이 깨끗하게 씻기길 기원합니다. 올해 2월부터 감사실 업무를 시작했는데요. 최 팀장님, 김 과장님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핸드메이드 비누라 애정템이 될 것 같아요.”
김미리 과장
평소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비누를 잘 안 쓰고 액상 세정제를 주로 사용해 왔었어요. 그래서 오늘 비누를 만드는 일이 새로운 도전에 가까웠습니다. 직접 만든 거라 애정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매년 마음만 먹고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운동’을 시작했는데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라 계속 꾸준히 지속하고 싶습니다. 4월부터 청렴도 기본 계획 수립을 하게 되는데요. 최 팀장님, 허 과장님과 합심해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