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함께
반려동물을 향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글. 임산하
현대 사회의 반려동물은 가족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 팔거나 때로 유기하기도 한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유기동물 문제가 심각하다. 이제는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
‘반려동물’이라는 단어에 담긴 사회적 약속
-
지금은 ‘애완(愛玩)’을 넘어선 ‘반려(伴侶)’의 시대다. 동물은 사람이 쥐락펴락하는 대상이 아닌 삶의 동반자이자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생명이다. 그래서 이제는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사람에게도 ‘주인’ 보다는 ‘보호자’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반려동물은 소유물이 아닌 책임을 다해야 하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보호자. 이를 애완동물과 주인이라는 말보다 익숙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이질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정착됐다는 의미다. 언어는 사회 구성원 사이의 약속이므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2022년 말 기준 552만 가구로 지난 2020년 말 536만 가구 대비 2.8%가 증가했다”고 한다. 552만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7%를 차지한다.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만큼 이들을 겨냥한 시장도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펫코노미’라는 신조어가 이를 증명한다. 펫코노미는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경제를 의미하는 ‘Economy’가 결합한 단어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이른다. 반려동물을 위한 의식주부터 이동 시 이용하는 ‘펫택시’, 금융 상품으로 등장한 ‘펫보험’, ‘펫카드’, ‘펫적금’, 게다가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까지. 더불어 반려동물을 동반한 문화 활동, 체험, 여행이 트렌드로 주목받으면서, 반려동물을 환영하는 ‘펫프렌들리’ 카페, 식당, 호텔 등도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
보호자가 말하는 사랑의 이면
-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곳은 단연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올해 1월 5일, ‘구리갈매DT점’이라는 반려동물 동반 매장을 열었다. 일평균 1,200여 명이 방문한다는 이곳에는 평일에도 내부가 북적인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차치할 수는 없으나, 많은 이가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단순한 진심일지 모른다. 나의 가족이 환영받는다는 것, 가족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겼다는 것. 이 진심의 근원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되물어 봐야 한다. 과연, 우리의 사랑은 진실한가.
최근 한 유튜버가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사망한 지 1년 정도 지난 반려견의 유전자를 복제해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게 된 사연을 공개한 것. 누군가는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으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 증상)’을 이해한다고 격려하고, 다른 누군가는 동물을 도구화해 동물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한다. 물론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동물복제 규제 조항이 따로 없어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법은 결코 윤리 위에 있지 않다.
-
책임감을 갖고 동물을 바라봐야 할 때
-
많은 이가 반려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랑의 깊이를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때로 그 사랑을 의심하게 되는 까닭은 매년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수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22 반려동물 보호 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의 수는 11만 마리를 넘어선다. 그중 27.5%가 입양되었고, 43.7%는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았다. 하루 평균300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유기되고 130마리 이상이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물 유기의 근본적 원인이 동물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문화라고 지적한다. 굳이 ‘펫숍’을 찾아가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가는 마트에서도 동물을 쉽게 살 수 있다. 펫숍의 동물들이 대다수 불법 번식장을 통해 유통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더라도, 생명을 구매하는 문화에 대한 의문은 필요한 때다.
사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이다(‘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장애인보조견에 대한 인식 개선이 지연되는 것. 시각장애인안내견, 청각장애인도우미견 등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장애인보조견이 출입을 거부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말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이들을 반려동물로 여기고, 물건으로 생각하며 쉽게 거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보조견은 대중교통수단과 공공장소, 숙박시설, 식품접객업소 등에 얼마든지 출입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 장애인보조견 등 여러 동물이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동물권에 대한 문제를 짚자면, 실험동물, 식용동물 등 여전히 윤리 밖에 놓인 무수한 동물들이 있다. 모든 문제는 교차한다. 그러니 단순히 몰랐던, 그래서 외면해 온 문제들에 책임감을 갖고 진짜 ‘펫프렌들리’한 우리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곳은 단연 스타벅스다. 많은 이가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단순한 진심일지 모른다. 나의 가족이 환영받는다는 것, 가족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겼다는 것. 이 진심의 근원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되물어 봐야 한다. 과연, 우리의 사랑은 진실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