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안내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풋살동호회 3인의 가죽공방 체험기

가죽으로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카드지갑

글. 임채홍
사진. 황지현

맡은 업무는 모두 다르지만 풋살동호회라는 공통점으로 모인 오늘의 주인공들. 같은 직장 생활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오게 됐다는 이들의 가죽 공방 체험기를 소개한다.

전예훈 운전원 주임, 송정욱 안전관리자, 옥기욱 정신보건사(왼쪽부터)

전예훈 운전원 주임, 송정욱 안전관리자, 옥기욱 정신보건사(왼쪽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공 좀 찬다는 사람들은 모두 모였다는 풋살동호회 ‘The ball, 전설의 시작’. 평소 풋살장에서 인사를 나누던 전예훈 운전원 주임, 옥기욱 정신보건사, 송정욱 안전관리자가 도착한 곳은 분당에 위치한 멜란지 가죽 공방. 이들은 오늘 진행할 원데이클래스는 가죽공예를 통한 카드지갑 만들기다.
오늘의 원데이클래스를 이끌어갈 조도연 선생님의 안내로 수업은 시작됐다. “가장 먼저 유럽식 손바늘질을 알려드릴 거예요. 새들 스티치라는 바느질 방법인데 튼튼하고 견고한 박음질이 특징이에요. 그 전에 우선 나눠드린 안내책자를 따라 바늘에 실을 묶어볼게요.”

  • 투박하지만 꼼꼼하게

  • 평소 실과 바늘을 접하지 않아서일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안내 책자를 보는데도 여기저기 탄식이 흘러나왔다. “바늘에 실을 묶는 것부터 막힐 줄은 몰랐어요. 나름대로 자신 있었는데 말이죠.” 수업 시작 전, 자신감이 넘쳤던 송정욱 안전관리자가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 과정이 수업에서 가장 힘들다는 조도연 선생님은 “초보 분들은 평소에 이런 작업을 안 해보셨기 때문에 어려워하시는 건 당연해요”라며 “제가 도와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라고 안심시켰다.
    자꾸만 갈라지는 실에 비즈왁스를 덧칠하며 집중하던 옥기욱 정신보건사가 가장 먼저 실을 묶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전예훈 운전원 주임과 송정욱 안전관리자가 차례로 완성하자 수업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새들 스티치 기법을 활용해 바느질을 해볼 거예요. 손바늘용 가죽 고정 도구인 포니에 각자 카드지갑에 쓰일 가죽을 끼워놨으니 이제 차근차근 바느질을 시작해 볼게요.”
    본격적인 바느질이 시작되자 앞서나가기 시작하는 전예훈 운전원 주임. 그는 가죽 공방 체험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향수를 만드는 원데이클래스를 들은 적이 있는데 가죽공예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어려운 만큼 가죽공예가 훨씬 활동성도 있고 재밌어요.”
    이야기를 듣던 송정욱 안전관리자는 자신과 가죽공예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제 어머니가 미술 분야에서 계속 일하셨는데 예전에 취미로 가죽공예도 하셨어요. 당시엔 어머니가 가죽공예 한 작품을 보면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는 척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죽공예는 실용적이라서 좋다고 얘기한 옥기욱 정신보건사는 “평소라면 업무에 지쳐있을 시간인데 이렇게 분위기를 환기해 주는 원데이클래스를 들으니 좋네요”라며 “사무실로 돌아가면 더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실을 고르고 있는 옥기욱 정신보건사

      실을 고르고 있는 옥기욱 정신보건사

    • 바느질 중인 송정욱 안전관리자

      바느질 중인 송정욱 안전관리자

  • 마음 편안한 시간

  • 어느덧 바느질이 끝나고 세 사람은 카드 지갑의 가장자리를 마감하기 위해 선생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진영 보조 선생님은 “이 작업은 엣지코팅이라고 가죽제품의 내구성과 방수 기능을 위해 하는 작업이에요”라며 “코팅제를 카드지갑의 가장자리에 바르실 건데 너무 두껍게 하진 마시고 얹는다는 느낌으로 균등하게 칠해주세요”라며 수업을 진행했다.
    가죽공예는 처음이라 괜찮을까란 우려와는 달리, 어느새 수업에 몰입해 집중하고 있는 세 사람의 얼굴엔 사뭇 진지함도 보였다. 이제 남은 건 코팅제 위에 색을 덧칠해 주는 작업뿐. 수업이 막바지로 향하자 전예훈 운전원 주임은 2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났다고 말했다. “가죽공예를 하다 보니 제 성격과도 맞는 것 같아요. 묵묵히 하다 보니 어느새 수업이 마무리되고 있네요. 직접 만든 카드지갑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마지막으로 스펀지에 물감을 묻혀 덧칠하던 송정욱 안전관리자도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밌었어요. 수업이 너무 어렵지도 않고 선생님들이 잘 알려주셔서 편하게 즐길 수 있었어요”라며 “제가 만들었지만 카드지갑의 색과 모양이 이쁘게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라고 전했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물감을 말리던 옥기욱 정신보건사는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게 오랜만이었는데 생각보다 뿌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풋살동호회 분들과 함께해서 더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종종 이런 자리가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훈훈하게 수업을 마쳤다.

    • 가죽에 바느질 구멍을 뚫고 있는 전예훈 운전원 주임

      가죽에 바느질 구멍을 뚫고 있는 전예훈 운전원 주임

    • 가죽공예 도구들

      가죽공예 도구들

“화려한 주연보다는 든든하고
묵직한 조연으로 공단 직원들과
교육생들이 믿을 수 있는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

  • 풋살동호회 <the ball, 전설의 시작>

  • 서로 일하는 곳도, 하는 업무도 다른 이들이 오늘 모일 수 있었던 건 풋살동호회의 끈끈한 우정 덕분이다. 무엇보다 ‘매너와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풋살동호회에 이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정욱 안전관리자는 풋살동호회의 가장 큰 장점으로 공단 내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분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개인이 일적으로 만날 수 있는 분들은 한정되어 있지만, 풋살동호회에 오면 여러 분야에 있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거든요. 서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지, 어떤 고충이 있는지 얘기하다 보면 많은 걸 배우기도 해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서 땀 흘리는 것. 이게 풋살동호회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옥기욱 정신보건사는 “2주에 한 번씩 모여 풋살을 하는데 유산소 운동인 만큼 체력이 느는 게 몸으로 느껴져요. 아침에도 상쾌하게 일어나고 피곤함이 덜해요. 물론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공을 꾸준히 차다 보니 몸이 건강해졌어요”라며 “건강한 신체의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몸이 안 피곤하니 일도 즐겁고 밝게 할 수 있게 됐어요”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전예훈 운전원 주임은 “풋살을 할 때 거칠게 하는 분들이 없어서 좋아요. 운동을 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는데 최대한 서로를 배려해 주고 누군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일단 바로 경기를 중단하고 괜찮은지 확인하거든요. 이게 제가 풋살동호회에 계속해서 나가는 이유 같아요”라고 말했다.

    조도연 선생님에게 바느질을 배우고 있는 세 사람

    조도연 선생님에게 바느질을 배우고 있는 세 사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전예훈 운전원 주임
    • 전예훈 운전원 주임

      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운전원 직무를 맡고 있는 전예훈 주임입니다. 청사 내에 있는 차량들 운행 및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주로 직원들이 출퇴근할 때나 일과 시간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원활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공단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교육생들의 외부 활동까지 수송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는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 보람차고 의미 있는 수송 업무를 하고 싶어 오게 됐습니다. 화려한 주연보다는 든든하고 묵직한 조연으로 공단 직원들과 교육생들이 믿을 수 있는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

    • 옥기욱 정신보건사
    • 옥기욱 정신보건사

      경기지역본부 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 정신보건사로 일하고 있는 옥기욱입니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분들도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가지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중증 정신질환자나 남들보다 예민해서 심리적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공단 훈련과정과 사회에 더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상담 업무, 심리지원 프로그램 운영, 각종 의료•심리 평가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으며 훈련생들이 교육원에 입학할 때 필요한 입학 선발 평가도 담당 중입니다. 앞으로도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육생들이 무사히 취업할 수 있도록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송정욱 안전관리자
    • 송정욱 안전관리자

      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안전과 보건을 맡고 있는 송정욱 안전관리자입니다. 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이 사업장에서 꼭 지켜야 하는 법이나 시행령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안전사고 제로(Zero)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단 특성상 비장애인 근로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훈련생이나 고객들도 있기 때문에 더욱 안전에 주의하고 있습니다. 큰 사고부터 컵을 씻다가 손이 베이는 작은 안전사고 하나까지 모두 신경 쓰고 한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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