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함께

초록색으로 물들여가는
나의 장바구니

글. 김가현

물건을 구입할 때 환경 운동도 같이 할 수 있는 ‘그린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소비할 때마다 느끼는 마음의 가책을 덜어준다. 내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며 선한 영향력까지 펼치다 보니, 어느새 초록색으로 물들여지는 장바구니. 과연 그린 마케팅은 정말 지구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 지구를 위한 소비, 그린 마케팅

  • 단순히 상품의 성능이 좋다고 판매를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마케팅으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전하는지에 따라 판매량이 정해진다. 최근 환경에 관심이 많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그린슈머(Greensumer, 자연을 뜻하는 ‘Green’과 소비자의 ‘Consumer’를 합친 단어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를 의미)’라는 소비자 계층이 나타났다.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가 생겨나자 자연스레 관련 마케팅도 만들어졌다. 바로 ‘그린 마케팅’이다.
    그린 마케팅(Green Marketing)이란 자연환경 보전, 생태계 균형 등을 중시하는 시장 접근 전략이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생겨난 데에는 자발적인 원인과 강제적인 원인,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자발적인 원인은 그린슈머의 등장에 따라 기업에서 고객의 요구와 수요를 파악해 그린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다. 그린슈머는 환경보호, 채식주의, 동물복지 등의 가치를 추구하며, 상품성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 방향성 또한 소비 조건으로 본다.
    강제적인 원인은 유럽연합(EU)이 2021년 9월 24일 탄소중립을 제정하면서, 우리나라는 2022년 3월 25일부터 해당 법안을 시행한 점이다. 이 때문에 식당과 카페 같은 식품업계에서는 ‘매장 내에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사용 금지’가 됐었다. 위 같은 이유들로 기업은 그린 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 알록달록한 레고의 그린라이트

  • 그린 마케팅은 모두를 위한 경제 활동이 확실하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모든 기업에서 그린 마케팅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말이 쉽지 실천은 결코 쉽지 않다. 그린 마케팅을 시작하려면 엄청난 자본이 들기 때문이다. 법이 바뀌며 식품업계는 기존에 있었던 플라스틱 빨대들을 모두 버리고, 더 값비싼 종이 빨대를 사들여야 했다. 심지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물기를 머금고 찢어져 버리는 종이 빨대를 싫어했다.
    식품업계 외에도 막대한 자본금을 들이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기업이 있다. 그간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플라스틱으로 제조되는 ‘LEGO(이하 레고)’다. 레고는 탄소중립이 선언되기 전부터 환경 운동가들 사이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레고는 기후변화 시대에 미래가 없다’라며 꾸준히 비판받는 기업 중 하나였다. 그래서 레고는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베트남에 첫 번째 탄소중립 공장을 설립했다. 그리고 미니 피규어, 부속품, 인조 식물 등을 사탕수수로 생산해 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블록은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라는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 시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레고의 적극적인 친환경 활동에도 소비자들의 언성은 커져만 갔다.
    왜냐하면, 새 공장을 건축할 때와 ABS 블록의 생산과정에서 많은 환경오염과 탄소 배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고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즉각 철회해 재활용 플라스틱 페트병 소재를 연구했다. 결과적으로 1L 플라스틱 페트병을 조각 내 재가공을 거쳐 10개 내외의 블록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린슈머들은 레고의 끊임없는 친환경 기업 경영 방향성을 높이 샀고, 올해 레고의 상반기 매출은 13% 증가한 310억 크로네(약 3조 9,500억 원)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81억 크로네(약 1조 323억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 초록색 포장지로 감춘 환경 파괴

    • 처음부터 친환경적인 경영을 해온 기업들은 그린 마케팅을 펼칠 때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하지만 친환경 방향성이 아예 없었던 기업들은 레고처럼 막대한 자본금을 투자하며 그린 마케팅을 실행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게 ‘Green’과 위장을 뜻하는 ‘Whitewashing’의 합성어,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 생겨났다. 이는 한마디로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한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상품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특히 패션 브랜드 ‘H&M’은 2019년부터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의류 라인 ‘컨셔스 컬렉션(Conscious Collection)’을 선보였다. 발 빠르게 시도한 점은 좋았으나, 해당 컬렉션은 합성소재 혼용률이 72%로 기존 컬렉션의 61%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또한, 폭스바겐은 디젤 엔진 차량이 배기가스 배출량이 낮아 친환경적이라며 광고했지만, 사실 배기가스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배출량을 축소한 것으로 탄로됐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뭐든지 정도를 지나치면 너무 과해진다. 그린 마케팅을 과하게 한 기업은 그린 워싱이라는 악영향이 나타났고, 소비자들에게는 과한 소비를 부추겼다. 무언가를 구입할 때 고객이 생각해 둔 가격의 적정선, 구매 희망 개수 등이 있는데, ‘지구를 위한 환경 운동’이라는 명목하에 해당 구입 조건들은 한없이 낮아져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그린 소비를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정말 지구를 위한다면 덜 소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 H&M의 2019 봄 컨셔스 컬렉션

      H&M의 2019 봄 컨셔스 컬렉션

    환경에 관심이 많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그린슈머(Greensumer,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를 의미)’라는 소비자 계층이
    나타났다.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가 생겨나자
    자연스레 관련 마케팅도 만들어졌다.
    바로 ‘그린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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