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함께하다
KEAD 툰
함께 일하는 세상을 위한 장애 유형별 에티켓 – 요약 편
그림 권도연 글 편집부
현수가 노란 전구 조명, 트리 등 연말 분위기를 자아내는 호프집 가게 안에서 친구들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애들이 어디 있지? 그때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리던 친구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들려온다. 현수야, 여기! 현수 왔다~
왁자지껄 얘기 중인 친구들을 발견하고 반가운 표정을 짓는 현수. 진짜 반갑다. 잘들 지냈어? 안경을 쓴 친구가 대답한다. 현수가 양복 입고 다니니까 대박 신기한데? 이에 웨이브 머리를 한 친구가 맞장구친다. 학교 다닐 때 만날 후드티만 입었잖아~ 곱슬머리의 남성이 우리도 이제 직장인 태가 난다, 하하. 라며 웃는다. 이를 듣던 짧은 단발의 친구가 한숨을 내쉰다. 휴우~ 난 벌써 좀 찌든 것 같아.
옆에 앉은 단발머리의 친구를 위로하는 현수. 친구들과 다 같이 맥주잔을 부딪친다. 맞아, 사회생활이 녹록지는 않지. 그런 의미에서 짠, 하자. 이에 나머지 친구들이 건배! 라고 큰 목소리로 외친다.
무르익은 분위기, 친구들의 얼굴이 조금씩 붉어져 있다. 안경을 쓴 친구가 현수에게 묻는다. 그럼, 이번엔 현수 차례. 신입 1년 차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현수. 월급 받는 거? 하하. 곱슬머리의 친구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좀 진지하게 말해 봐.
곰곰이 생각하는 현수. 글쎄, 아마도…. 이때, 입구 쪽에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멋! 죄송하지만 밀지 말아주실래요?
현수가 소리 나는 입구 쪽을 본다. 휠체어를 탄 30대 여성 장애인과 이를 밀어주려던 30대의 남성이 보인다. 여성 장애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도와주시려는 건 너무 감사한데, 말없이 밀어주면 제가 다칠 수 있어요. 도움 주려던 남성이 무안해서 머리를 긁적인다. 힘들어 보이셔서…. 죄송합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친구들이 왈가왈부 속닥속닥 중이다. 웨이브 머리를 한 친구가 퉁명스럽게 말한다. 저 장애인, 너무 예민한 거 아냐? 안경을 쓴 친구가 말을 잇는다. 그니까. 선의로 그런 건데 사람 무안하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단발머리 친구가 이를 맞받아친다. 왜? 싫을 수도 있지. 장애인은 꼭 도움받아야 해? 잠시 고민하며 묻는 곱슬머리 친구. 도와주는 것도 타이밍이 있나? 이들을 지켜보던 현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잠깐 얘들아! 내가 딱 정리해줄게. 일단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길까?
조용한 카페 안, 현수를 중심으로 친구들이 모여 앉아 있다. 지난 일을 골똘히 떠올리며 이들에게 차분히 설명하는 현수. 아까 그 지체장애인은 혼자서 잘 가고 있는데 갑자기 진로 방해를 받은 거야. 휠체어나 목발 같은 장애인 보장구는 허락 없이 손대면 안돼. 도움을 줄 때도 항상 당사자의 의사를 물어보는 게 먼저야. 안경을 쓴 친구가 다른 장애인들도? 하고 묻는다.
설명을 이어가는 현수. 좋은 질문이야. 특별한 위급 상황이 아니라면 다 똑같아. 회사에 입사하고 다양한 장애 유형의 동료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거든? 근데 장애 유형별로 에티켓이 있더라고. 웨이브 머리를 한 친구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유형별로? 어떤 에티켓?
현수가 다른 사람의 팔꿈치를 살짝 잡고 가는 시각장애인을 회상하며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시각장애인한테 길을 안내할 때는 시각장애인이 잡은 지팡이 반대편에서 팔꿈치를 잡게 한 다음에 반걸음 앞서서 걸어야 해. 팔을 잡는 건 실례거든. 길을 알려줄 때도 ‘몇 미터 앞에 계단이 있다’ 식으로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도움이 돼. 고개를 끄덕이는 곱슬 머리 친구. 오~ 그렇구나.
진지한 표정으로 다른 장애인 유형에 대하여 설명하는 현수. 또, 청각장애인 대다수가 수어로만 소통하는 게 아니야. 구화나 필담을 할 수 있어. 요즘은 인공 와우 수술도 많이들 해서 들을 수 있는 청각장애인도 많아. 다만, 조금 크게 말해주고 입 모양을 읽을 수 있도록 대화하는 게 포인트야.
긴 머리의 친구가 오, 몰랐던 사실들이네. 현수 대단한데? 라며 그를 자랑스러워 한다. 미소짓는 현수. 고맙다. 근데 너희들 내부 장애에 대해서 들어봤어? 호흡기장애나 신장, 심장, 간, 뇌전증, 장루·요루장애 같은 것들.
현수에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질문하는 곱슬머리 친구. 그런 유형도 장애인에 속해? 현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한다. 그럼, 경증에 따라 장애인 등록도 되는걸? 암튼, 먼저 설명한 장애는 외부 장애라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내부 장애는 겉으론 안보이니까 사람들이 잘 몰라. 그래서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 하더라고.
현수가 이어서 설명한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내부 장애인들은 공통으로 과로나 술, 담배, 스트레스는 절대 금물이야. 또 식단 조절을 해야 할 수 있으니 회식할 때 고려해야 해. 이에 안경을 쓴 친구가 그건 비장애인도 마찬가지 아냐? 라고 말한다. 옆에 앉아 있던 긴 머리의 친구가 눈을 흘긴다. 너 T지? 크게 웃는 곱슬 머리 남성. 크하하, F 화났다. 이들을 지켜보던 단발 머리 친구가 한 마디 거든다. 결론은 동료들의 배려가 필요하겠네.
16.
눈 내리는 거리, 현수와 친구들이 서로 등을 토닥이며 다정하게 걷고 있다. 현수가 그렇지! 아무튼, 사랑하는 친구들아.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자! 라고 덕담한다. 현수의 옆에서 걷고 있던 곱슬 머리 친구가 말한다. 아까 술 먹지 말걸. 이에 대답하는 단발머리 친구. 갑자기? 안경을 쓴 친구는 내년에는 나도 금연을 도전해볼까? 라며 새해 다짐을 말한다. 긴 머리를 한 친구가 그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대답한다. 실패하면 밥 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