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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트렌드

실험동물관리원

장년장애인 제약·바이오산업으로 진출하다

코로나19 감염병 이후 제약·바이오산업이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의료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고령인구 및 만성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수요 역시 커지는 실정이다. 공단은 이러한 고성장·신산업 분야인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장애인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살피고 ‘실험동물관리원’이라는 새로운 직무를 개발했다. 어떤 과정으로 탄생한 직무인지 자세히 소개한다.

편집부
* 공단의 직업영역개발 사업보고서를 재구성해 소개합니다.

한 남성이 동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일러스트 그림
미래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제약·바이오산업은 현재 매우 각광받는 산업 중 하나다. 주요 제약기업들은 지난 팬데믹 이후 고용 규모를 확대했다. 특히 연구인력의 증가 폭이 내근이나 영업직보다 더욱 컸다. 감염병 위기 상황을 겪으며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는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주요 상장 제약기업 20곳의 직원 수는 총 2만 4,69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2.7% 늘었다. 팬데믹 3년 위기 상황에서도 제약바이오기업이 고용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는 의미일 터. 이렇듯 제약·바이오분야 발전과 더불어 핵심 연구기반인 실험동물 연구자원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동물실험 보호·복지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수행한 기관에서 사용된 실험동물 수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기관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동물실험 역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공단은 이러한 시류를 빠르게 읽고 장년장애인을 위한 신규 일자리를 개발한 것이다. 바로 ‘실험동물관리원’이다. 이 직무는 실험동물 사육관리를 위해 사료 및 음수 공급부터 사육공간 소독 및 청소까지 수행하는 일.

㈜종근당과 협업, 장년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발굴

공단이 장년장애인을 위해 실험동물관리원 직무를 개발한 이유는 이렇다. 장년장애인은 ‘장애’와 ‘고령’이라는 이중위험에 노출돼 취업 문이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더욱 좁은 편이기 때문이다. 50세 이상 장년장애인 실업자가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실업 상태를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신의 나이를 꼽았다. 그만큼 장년장애인의 일자리가 다양하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장년장애인은 이전에 공단에서 개발한 ‘실버케어매니저’나 서울시에서 추진한 ‘반려견돌봄전문가(펫시터)’ 그리고 서울 관악구에서 진행한 ‘길고양이 관리인’ 사례 등으로 검증했듯이 다양한 돌봄서비스에 강점을 가졌다. 따라서 공단은 장년장애인과 실험동물관리원이라는 직무 매칭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빠르게 추진해나갔다.
먼저 국내 대표 제약사인 ㈜종근당에 협업을 제안했다. 물론 처음부터 설득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종근당 담당자는 장애인고용 필요성에 공감하고 고용 의지도 있었으나 사업체 특성과 이에 맞는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고용 컨설팅을 진행했다. 연구소 내 실험동물관리 직무에 대한 발굴 및 연구소 현장 방문을 통해 세부 직무를 논의한 결과 ㈜종근당은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명 합격, 장년장애인의 직무 활성화 계기 마련

이후 공단은 경기동부지사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하고 서류전형 합격자 대상으로 심층면접과 실험동물 접촉가능여부 확인을 위한 동물실 현장면접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사전에 면접관을 대상으로 면접 전후 장애 유형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했다. 면접합격자 대상으로 동물실험의 특수성을 인지하도록 윤리적 준수사항 등에 대한 교육도 마쳤다. 이로써 6명의 면접대상자 중 2명이 합격했으며, 2명 모두 50대 남성으로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합격자 2명은 실험동물관리원 직무 훈련을 열심히 했지만 아쉽게도 고용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면접 시 동물실 현장 방문 및 보호장비 착용 후 실험동물과 접촉을 통해 직무 수행가능 여부를 확인하였으나 실제 직무 수행 시 동물실의 환경 적응(동물접촉 포함)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공단은 이에 굴하지 않고 실험동물관리원의 직무 확산·보급을 위해 동종 제약·바이오사업체에 해당 직무를 지속적으로 제안했다. 사업체와 협의를 통해 실험동물 직접 접촉 직무를 제외하고 세척 및 소독 범위를 줄여 업무 강도를 조정하여 본 채용 전 현장에서 훈련프로그램 진행을 건의했다. 이러한 훈련프로그램 실시는 장년장애인에게 현장에서 직무를 경험하는 기회를 줄 수 있고, 사업체는 참여대상자의 직무수행역량 평가 및 업무조정 필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제약·바이오산업의 활황과 인력 확대는 장년장애인 고용 전망도 밝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장년장애인이 실험동물관리원으로서 근무할 수 있도록 민간사업체, 병원, 대학교 등의 동종업계에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