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MZ말고 잘파(Z+alpha)
디지털로 무장한 ‘진짜 요즘 애들’
묵은해를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의 계절 산업계도 ‘뜨는 해’ 맞이에 여념이 없다. 미래의 주축이 될 소비층을 잡아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법. 이제 세상은 MZ 세대가 아닌 잘파(Z+alpha)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핵심 소비 주역 잘파세대. 이들은 누구일까.
글 강나경 자유기고가
스크린에이저, 잘파세대는 누구인가
잘파세대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대 이후에 태어난 알파(α) 세대의 합성어다. 이들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이전 세대보다 최신 기술과 문화를 빠르게 소화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하다. ‘인터넷을 도구가 아닌 공간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전통적 의미의 사회성은 낮지만 디지털 문해력을 바탕으로 국경의 구분이 없는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세계와 소통한다. 클릭과 터치만으로 지구 끝까지 닿는 진정한 스크린에이저(Screenager)이기도.
특히 저출생 시대에 태어난 잘파세대는 친인척으로부터 경제적 조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구매력도 높다. 그래서 이들은 ‘텐포켓(10 pocket: 용돈을 주는 사람이 10명 이상이라는 뜻)’, ‘골드 키즈(Gold Kids)’ 등으로도 불린다. 또 어린 나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겪은 이들은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하며 그 어느 세대보다 자기 자신을 중시한다. 때문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뛰어난 정보력을 바탕으로 환경과 국제 정세에 관심을 가지며 금융 지식도 높은 편이다.
재미와 경험 중시, 잘파세대의 소비 스타일
잘파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을 접한 까닭으로 디지털 피로도 역시 높은 편이다.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갈망이 커져있는 것도 사실. 이에 따라 ‘팝업 스토어(Pop-up Store)’가 성업 중인데, 소비를 통해 재미와 경험을 찾고 싶어 하는 잘파세대의 성향에 딱 맞아 인기만점이다.
잘파세대의 놀이터로 불리는 팝업 스토어는 웹 페이지의 팝업처럼 깜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오프라인 매장을 말한다. 매장 자체가 광고판 역할을 하는 팝업 스토어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방문하는 데다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한정판 굿즈와 신선한 체험 등을 제공해 ‘오픈런’으로 종종 이어지기도 한다. 이 특별한 브랜드 경험은 곧장 소셜미디어(SNS)에 업로드 된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기업에서는 당연히 팝업 스토어를 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버버리’는 지난 11월 5일까지 성수 로즈 팝업 스토어를 열어 화제를 모았고, 2024년 4월 21일까지 진행하는 ‘샤넬’의 조향(調香·향기를 조합함) 마스터클래스도 인기다. 지난달까지 운영한 대상 종가의 ‘김치 블라스트 서울 2023’도 누적 방문객 숫자 1만 명을 돌파했다.
잘파세대의 패션 키워드는 성별 구분이 없는 ‘젠더리스’다.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다양한 사이즈와 디자인을 제공하는 젠더리스 섹션 ‘유니스’를 신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성이 주얼리를 착용하고 스커트를 입거나 여성이 트렁크를 입는 등 성별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는 잘파 세대의 ‘확장된 취향’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카드의 ‘플리 체크카드(산리오 캐릭터즈)’도 잘파세대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한카드가 일본 대표 캐릭터 기업 ‘산리오’와 협업해 출시한 이 카드는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10만 장 이상 신청이 들어와 배송과 발급이 지연되기도 했다. 카드가 단지 지불 수단이 아니라 자기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잘파세대에게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스미디어가 자꾸 세대를 구분하는 게 때로는 납득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세대 구분 역시 타인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어 하는 우리의 본능이기도 하다. 새 시대 주역이 될 잘파세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계획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자기 자리를 잃지 않는 존재감을 가지기 위해, 다른 세대와 조화롭게 공존하는 포용력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