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스마트 팜에서 함께, 행복하게 성장합니다.”
해피팜 협동조합, 첨단 농업분야 발달 장애인 맞춤형 직무 개발하다
도심 속에도 과수원이나 채소 농장을 지을 수 있을까? 서울 5호선 마곡나루역과 서울식물원을 잇는 연결통로에 자리한 도시형 스마트팜 ‘해피팜 협동조합’은 이런 질문에 온통 초록이 가득한 풍경으로 대답하는 곳이다. 발달 장애인과 함께 도시의 내일을 열어가는 해피팜 협동조합을 찾았다.
글 편집부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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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고민하다
도심 속에 스마트팜이 과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매개가 될 수 있을까? 해피팜 협동조합은 초록이 주는 위대한 변화를 믿는 곳이다. 식물을 기르는 발달 장애인의 모습에서, 도심 속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맛보는 고객의 표정에서, 흙과 햇살 없이도 무럭무럭 자라는 새싹삼과 버터헤드의 변화에서 그 가능성을 만났기 때문이다.
도시형 스마트팜은 말 그대로 도시 유휴공간을 활용해 농업에 ICT나 IOT 기술을 접목하고 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자동으로 제어하는 농장을 말한다. 농작물의 재배생산, 연구에서 시작했지만 사업 모델의 안정화를 거쳐 작물을 활용한 화장품과 건강식품, 미니 스마트팜 재배기를 선보이는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물론 이는 안정적인 작물 생산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일. 해피팜 협동조합의 스마트팜 첨단 기술은 날씨와 관계없이 실내 온도를 섭씨 20~22도로 일정하게 유지해 사계절 내내 같은 품질의 채소를 생산해 낸다. 미세먼지나 농약, 병충해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큰 장점이다. 해피팜은 스마트팜 운영을 시작하던 초기 단계에서부터 장애인 일자리 채용을 염두에 뒀다. 매일 정성과 애정을 들여야 하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동시에 근무 환경이 안정적이며 변수는 적고 성취감을 가질 수 있다는 특성이 발달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년 전 한 명의 발달 장애인을 채용하고 직무 설계부터 장애인에게 잘 맞도록 설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 결과 현재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직업 훈련을 마친 발달 장애인 10명을 직접 고용했으며, 훈련생 2명도 함께하고 있다. 이는 해피팜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로, 장애인은 모두 오전과 오후 교대근무이자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있다.
스마트팜 분야 신규 장애인 직무의 탄생
해피팜은 최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남부지사와 함께 스마트팜 분야 신규 직무인 ‘스마트팜 시스템 운용 관리직’을 개발 중이다. 이 직무는 농작물의 재배나 수확 외에도 적정한 생육환경을 위한 재배실 온습도 측정 및 정보 수집, 작물 입출고 기록 등 스마트팜 시스템 전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해피팜 역시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나 ICT 기술이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시스템이 잘 운영되도록 농장주의 관점에서 전체 흐름을 살피고 관리하는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식물 역시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아무리 일정한 환경에서 재배한다고 하더라도 변수가 존재하고 이는 농장을 잘 돌보는 농부의 깊은 관심이 있어야 발견할 수 있다. 해피팜이 스마트팜 시스템 운용 관리직을 개발한 데는 스마트팜이 가진 가능성이 더 선명해질수록 그 핵심에는 사람이 있으며, 이를 발달 장애인 맞춤형 직무로 개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내일을 담보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 결과 해피팜 협동조합은 최초의 도시형 스마트팜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되었으며, 발달 장애인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새싹삼을 통한 판로 개척으로 더 높이 성장하다
팬데믹에 이어진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은 해피팜 협동조합이 현재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끊임없는 연구 및 제품 개발로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출 증대는 해피팜에 취업을 원하지만 운영의 어려움으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해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의 연계고용 제도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안정된 소득창출로 발달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해피팜의 바람은 확고하다.
해피팜 협동조합은 팜카페를 오픈해 실내 농장의 푸릇푸릇한 풍경을 바라보며 신선한 농작물과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선보였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고객이 팜카페를 찾을 때마다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고 말할 때, 직원들은 보람을 느끼곤 한다. 훈련과정 중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발달 장애인이 직업훈련의 반복 과정을 거쳐 채용되고, 직접 생산한 새싹삼을 원료로 개발한 탈모샴푸와 바디로션,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황기새싹 음료가 출시를 앞두는 등 회사의 성과를 함께 만들어 나갈 때도 성취감을 느낀다. 특히 해피팜에서 선보이는 새싹삼은 뿌리는 물론 잎과 줄기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삼 한 뿌리에 들어있는 사포닌 성분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으니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해피팜은 각 지역을 중심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 스마트팜이 조금씩 늘어나는 현실이 무척이나 반갑다고 말했다. 물론 선발주자로서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스마트팜 후발 주자들에게 견학이나 자문을 제공할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마트팜 시스템 운용 관리직 개발을 기점으로 발달 장애인이 스마트팜 분야의 핵심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정적 안착과 확산에 힘쓸 계획이다. 이에 더해 현재 서진학교와 업무 협약을 통해 현장실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더 많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분야를 선도하는 해피팜 협동조합의 성장이, 장애인의 지속가능한 내일로 이어지길 바란다.
“느림의 미학으로 틔우는 희망 새싹!”
최정원 이사
해피팜은 말 그대로 ‘행복한 농장’을 목표로 모두가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직무 능력은 꾸준한 반복과 기록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순환 업무를 거쳐 가장 잘할 수 있는 직무를 찾은 후에는 그 변화를 꾸준히 기록하고 분석해 업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격려와 지지는 직무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비장애인이라면 모두 장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요. 조금은 느리더라도 느림의 미학이 주는 교훈을 깊이 새기고, 곁에서 응원할 때 근로자의 진가는 빛을 발합니다. 차별 없는 고용을 위해 모두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나만의 미니팜을 운영하고 싶어요.”
노혜리 주임
저는 해피팜 협동조합에서 새싹삼을 키우고 깨끗하게 다듬어 도장까지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이곳에서 일한 지 3년 정도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던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잘 적응해 주임으로서 동료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식물을 키우는 게 익숙하지 않아 실수도 있고 어렵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활동을 지원해 주는 박교수님이 있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작물을 심고 난 후에 매일 자라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낍니다. 언젠가 저만의 스마트팜을 열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 새싹삼을 튼튼하게 키우겠습니다.
“주임으로 승진하는 내일을 꿈꿔요.”
하슬기 반장
새싹삼을 심고 키우는 재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진학교에 다닐 때 인턴으로 일을 시작해 벌써 2년이 되었네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적금도 들고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 때 행복해요. 일하면서 친구도 많아졌고요. 처음에는 새싹삼을 키우며 모종(묘삼)을 거꾸로 심기도 했어요. 지금은 연습을 많이 해서 잘하고 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일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트로트 노래도 부르고요. 그렇게 신나게 일할 때 매일매일 재미와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주임으로 승진하고 싶어요. 돈도 더 많이 벌고, 다른 사람들도 도와주고 싶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