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주의 사상에 걸맞은 장애인고용 정책을 강조하다
‘장애인연합회 전국대표대회’를 통한 의지 표명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장애인연합회(CDPF) 제8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시진핑 국가 주석을 비롯한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등 기라성 같은 중국 공산당의 주요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이 장애인 정책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보여주는 최대 규모의 행사이기도 했다. 이번 호에서는 격변하고 있는 중국의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글. 이정주 누림센터 센터장
시진핑, 더 나은 장애인 복지를 위한 포부 강조
시진핑 주석은 지난 가을 열린 ‘장애인연합회(CDPF) 제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장애인 돌봄’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날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을 반영해 당과 국가가 장애인을 위한 대업 완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애인 유형 단체와 더불어 장애인 노동자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또한 중국 사회주의 완성은 그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더 많이 일하며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중국 공산당의 존재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말은 단순히 구두선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9월 1일 제정된 <배리어프리 환경 건설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신체장애인의 이동 제한을 철폐하는 원년이 되겠다고 의지를 보인 것이다. 곧 있을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장애인 아동 재활 및 지원서비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관련 법률을 결의할 것이며, 장애인의 사회보장과 개호(介護)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온 중국 장애인 복지의 발전과 위업을 지속적으로 추동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중국에서는 장애인연합회 전국대표대회에 중국 최고의 권력자인 시진핑과 고위당원, 관료들이 참석하는 건 놀라운 일은 아니다. 8,500만 중국 장애인을 향한 국가 주석의 메시지는 장애인과 그 가족,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에게 마음을 울리고 중앙, 지방정부, 장애인 단체, 기관들은 일사불란하게 후속대책 마련의 시발점이 된다.
장애인연합회 전국대표회의에 참석한 주요 인물들과 장애인 참석자들의 연호에 화답하는 시진핑
1) 장하이디(Zhang Haidi) 중국장애인연합회(CDPF: China Disabled Persons’ Federation) 의장이 2016년부터 올해까지 RI 회장으로 활동
배리어프리(BF)를 지향하는 장애인 환경개선법 제정
실제로 중국 장애인 복지, 특히 장애인고용은 최고 권력의 관심에 힘입어 강력한 제도로 발전했다. 중국 「장애인보장법」과 「장애인취업조례」에 근거하는 몇 가지 제도를 살펴보자.2)
첫째, 집중배정 취업이다. 정부가 설치한 복지기업3)에 장애인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취업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표준사업장과 유사하다. 둘째, 비율분산 취업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업체 의무고용제도를 뜻한다. 중국 사업체는 ‘전체근로자의 1.5% 미만으로 장애인을 고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비율은 성, 자치구, 직할시, 인민정부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5%~2%에서 정해져 있다.4)
셋째, 공익성 취업이다. 우리나라의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와 유사하다. 역시 지방정부에 따라 공공일자리의 비율이 다르다. 예를 들면 산시성, 네이멍구 자치구, 닝싸 회족자치구, 후난성, 산둥성, 쓰촨성 등은 10%이며 간쑤성, 티베트, 광저우시 등은 장애인들을 30% 공익성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넷째, 보조성 취업이다. 우리나라의 직업재활시설에 가깝다. 경제활동인구 중 노동생산성이 현저하게 부족한 지적·정신·중증 지체장애인을 위한 일터다.
2015년 7월 중국은 8개 중앙 정부 공동으로 「장애인 보조서 취업을 발전시키는 데 관한 의견서」를 제정했다. 2017년까지 모든 직할시, 2020년까지 모든 현(시)급에 적어도 한 곳의 장애인 보조성 취업 시설을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 세계장애인동향(2019) 김병철 참고
3) 복지기업은 전체근로자의 25%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며 장애인 근로자 수는 그중 10명 이상 이어야 한다. 복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수첩’이나 ‘장애인군인증(1급~8급)’을 소지해야 한다.
4) 예를 들면, 북경시는 「장애인보장법」과 「북경시 비율에 따라 장애인을 취업하는 취업 방안」 등 관련 규정에 근거해서 북경시 행정구역 내의 국가기관, 준공공기관, 기업, 시민단체 등 사용자는 장애인을 재직 인원의 1.7% 이상 의무 고용을 하게 되어있다.
장애인고용을 높이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
중국 정부는 장애인 미고용사업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장애인취업보장금(약칭: 잔보금(殘保金) 징수제도가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고용부담금과 같은 성격이지만 규모는 다르다. 우리는 최저임금의 60%를 부과하고 있지만, 중국은 해당 지역 평균임금 기준이다. 상시근로인원에 따라 적용이 다르다고 해도 얼핏 중국의 부과금(장애인취업보장금)은 우리나라 부담금에 비해 꽤 커 보인다. 이런 점에서 중국 기업은 꽤 압박받을 것이다. 그래서 수조 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제 위기는 장애인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간의 기업 압박을 거두고 기업부담을 완화해주고 있다. 먼저 2020년 1월부터 장애인취업보장금을 차등 부과했다. 1%~1.5% 미만일 경우 3년간 납부해야 할 금액의 50%, 1% 미만인 사업체는 90%로 경감 해주고 있다. 의무고용을 면제해주는 사업체도 기존 20명 이하 기업에서 30명 이하 기업으로 잠정적으로 확대해주었다. 그동안 직접고용만 허용했는데 파견 노동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모두 재정 부담을 완화해주려는 중국 재정 당국의 기업 껴안기로 보인다.
애당초 이 조치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 방안이었다. 그러나 계속 이어지는 경제 위기로 중국 정부는 올해 초(2023년 3월) 2027년까지 연장할 것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다소 주춤하고 있는 장애인고용의 일면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장애인고용에 대한 열의가 식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도 그랬듯이 국가 경기에 따라 장애인고용은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맞는 장애인고용을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장애인고용 정책이 기대되는 이유
장면을 바꾸어 본다. 2002년 여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일 때 중국 칭화대, 북경대 교수 등을 포함한 중국 장애인고용연구단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방문했다. 그 당시 중국 장애인연합회 초대 회장 덩푸팡5)도 방문단의 일원이었다. 사회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시장경제 부흥을 외치던 중국은 사회주의가 보호해야 할 대표적인 집단, 장애인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대안으로 찾은 것이 장애인고용정책이었다. 이후 여러 차례 방문이 이어졌고 2007년 5월 ‘중국 장애인 취업조례’가 제정됐다.
중국은 모든 장애인 서비스를 장애인연합회로 일원화시켰다. 장애인고용, 복지, 체육, 고용, 문화관광, 이동, 보조공학, 배리어프리 등. 심지어 장애인 수첩, 증명서 발급까지 하나의 기관에서 집행하는 통합적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 공산당은 장애인연합회 상임위원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한다. 이들의 눈에는 우리나라 최저임금 60%는 큰 부담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임금노동자의 평균임금을 마지널(Marginal) 부담으로 정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을 반영하고 그들만의 해결 방법으로 장애인고용 문제를 해석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변화를 목도하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이행경제체계(Transition Economy System)를 구사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 중국의 장애인고용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여전히 기대된다.
5) 1944년 출생한 덩푸팡(鄧朴方)은 1962년 베이징대 기술물리학과에 입학했다. 1968년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의 협박에 시달리다가 베이징의 한 건물 3층에서 몸을 던진 후 하반신이 마비됐다. 1988년 중국장애인연합회를 창설해 오랜 기간 주석과 명예 주석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