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미래
넷플릭스 드라마 ‘어웨이(Away)’
2년마다 ‘일자리 지형 전망 보고서’를 내놓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내에 사라질 일자리가 무려 1,400 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인공지능 AI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면서 현 일자리의 25%가 향후 5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거의 쓰나미에 가깝도록 엄청난 일자리 지형 변화 속에서 과연 장애인의 일자리 전망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넷플릭스 드라마 ‘어웨이(2020)’가 그려낸 미래를 통해 상상해 보자.
글. 차미경 문화칼럼니스트
‘다름’으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하는 드라마
‘어웨이’는 인류 최초로 화성을 탐사하기 위해 떠난 5명의 우주 비행사들이 화성으로 가는 여정에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SF 드라마다. 국적도 경험도 인종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인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서 온갖 갈등과 위기를 함께 겪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 가는 전 우주적인 인간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우주선의 총사령관은 에마 그린.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2번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힐러리 스웽크가 그 역을 맡았다. ‘마션’이나 ‘인터스텔라’ 등 다른 SF 영화들과 달리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성적지향과 인종 그리고 정치적 이념에 이르기까지 ‘다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화합의 과정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도 이 드라마의 장점이다.
특히 이 드라마에는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여럿 등장한다. 주인공인 에마의 남편 멧은 에마가 우주로 출발한 이후 뇌졸중으로 장애가 생겼다. 그로 인해 휠체어를 타게 됐지만 일터인 NASA에서 그의 장애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에마를 돕는 가장 유능하고 든든한 조력자로서 진두지휘하는 멧의 모습에서 휠체어는 그저 신발이나 슈트 같은 착용도구에 불과하다. 또 에마와 그의 딸 렉스를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도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그리고 에마를 대신해 렉스를 돌봐 주는 멜의 딸 캐시는 다운증후군을 가졌다. 그러나 그녀의 다운증후군은 그저 캐릭터의 특성일 뿐.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애를 가진 모든 캐릭터가 그렇다.
배우 힐러리 스웽크가 맡은 캐릭터 ‘에마 그린’은 리더로서 중심을 지키려하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크게 흔들린다. / 사진. 넷플릭스
근미래, 장애인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서두에 언급했듯 AI나 첨단기술 때문에 일자리의 지형이 급변할 가까운 미래에 장애인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이 어두운 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산성, 효율성, 경제성이라는 명분 아래 향후 5년 동안 1,400만 개의 일자리에 매달린 사람들이 자리를 빼앗긴다지 않는가. 이런 현실의 암울함 때문에 이 SF 드라마가 보여주는 달콤한 미래에 자꾸만 입맛을 다시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모두가 다르게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될 거예요.”
우주선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러시아인 미샤에게 영국인 크웨이시가 하는 말이다. 5인 중 우주비행 경험이 가장 많고 연장자인 미샤는 지구와 다른 환경에 오랜 노출로 시력을 거의 상실해 가는 중이다. 크웨이시는 우주선에서 지내는 동안 발바닥 각질이 불현듯 떨어져 나가 당황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시야가 흐려졌을 때 미샤가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을지 먼저 공감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해한다. 그리고 그런 일은 앞으로 미샤뿐 아니라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때가 되면 모두가 다르게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될 거라는 낙관도 덤덤하게 덧붙인다.
크웨이시의 낙관, 드라마 어웨이처럼 장애가 장애 되지 않고 그저 특성일 뿐인 드라마가 현실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면 일자리 1,400만 개가 사라지는 일이 일어난다 해도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또 다른 1,400만 개의 일자리를 상상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