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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보적인 장애인고용 재단을 만들다

장애인지원단체, 온세(ONCE Social Group)

세계 각국은 자국을 대표하는 장애인고용사업체가 있다. 스웨덴 ‘삼할(Samhall)’, 영국 ‘엠플로이(Employ)’, 독일 ‘장애인 작업장(WfbM)’, 일본 ‘특례자회사’, 네덜란드 ‘케어팜(CareFarm)’, 미국 ‘굿윌스토어’ 등이다. 이번호에서는 현재 독보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페인의 장애인지원단체인 ‘온세(ONCE)’의 활동을 소개한다.

글. 이정주 누림센터 센터장

온세 복권사업소 이미지로  온세 로고와 점자 표기가 되어있다.
스페인의 장애인복지 총본산, 온세(ONCE)의 성장 배경

스페인의 대표적인 장애인지원단체는 ‘온세(ONCE : National Organization of the Spain Blind)’이다. 온세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하나는 ‘스페인시각장애인협회’ 조직 명칭이고 다른 하나는 시각장애인협회가 발행하는 복권(lotto)의 이름이기도 하다. 온세는 1938년 12월에 설립되었고 시각장애인협회지만, 시각장애인에 국한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인 장애인복지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다.
온세의 활약은 장애인복지, 고용, 교육, 치료 등 전 영역에서 압도적이다. 이러한 온세가 최근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해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큰 청소용역 사회적기업인 일루니온(ILUNION社)과 합병하여 ‘온세 소셜 그룹(스페인어: grupo social ONCE)’을 만든 것이다. 이는 종업원 7만여 명 규모로 유럽 최대의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난 것을 의미한다.

길거리 온세 복권 사업소에서 사람들이 복권을 구매하고 있다.
온세(ONCE) 복권사업소에서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모습
온세 소셜 그룹 로고 이미지
온세 소셜 그룹(스페인어 : ONCE grupo social) 로고 이미지
모든 장애인을 위하는, 온세(ONCE)의 역사

온세의 역사는 1935년 스페인 시각장애인의 전국 조직(Sindicat de Cecs de Catalunya)에서 복권을 발행하면서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반정부군이었던 프랑코 총독이 정권을 잡자 그를 지지하던 온세는 1938년 12월 13일에 본격적인 친정부 비영리단체로 출발하며 복권사업을 독점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온세의 수익구조는 주로 복권과 기부로 이뤄진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복권을 판매하고, 그 수익의 일부를 시각장애인들의 교육, 고용, 복지 등에 사용하고 있다.
온세는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복권 중 하나이며 매일 1회씩 추첨한다. 아울러 매년 8월 15일에 행사를 열어 ‘El Cuponazo de Verano’라는 특별 로또를 발행하는데, 상금은 2억 유로(약 3,000억 원)에 달할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구매 가능한 세계적인 복권이기도 하다. 온세의 복권 수익 50%는 상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50%는 사업비와 복권 기금으로 활용된다. 사업비는 판매점에 대한 수수료, 발행경비, 추첨 방송비 등을 포함한다. 복권 기금은 시각장애인을 넘어 모든 장애인의 자립과 통합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젝트에 쓰인다.

초기 온세 복권 이미지
초기 온세 복권의 형태(1953.11.16. 발권)
최근 온세 복권 이미지
최근 온세 복권의 형태(2023.6.11. 발권)
장애인고용의 중심, 온세(ONCE)의 활약

온세는 복권으로 얻어진 수익으로 장애인 평생교육프로그램과 마드리드 자치대학 부설 물리치료학과에서 물리치료사(안마사)를 양성하고 기초교육, 직업교육, 문화예술교육, 체육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또한 장애인 문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 문화 예술단체와 협력해 공연, 전시, 축제 등을 개최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부터 스페인 장애인예술협회와 함께 ‘장애인 예술가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매년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장애인 문화 예술단체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장애인 권리 보호를 위해 장애인 차별 금지법과 장애인 권리 협약의 이행을 강력히 주장했다. 장애인들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동등한 기회와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법률적 보호,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중요한 압력단체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의 장애인고용 분야에서 온세의 역할은 압도적이다. 온세는 복권사업 수익을 기반으로 1980년대부터 산하에 ‘FUNDOSA’, ‘CEOSA’ 등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세탁, 식품 소매, 주거·노인돌봄서비스 사업을 수행해왔다. 2014년에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청소용역 업체인 일루니온과 합병해 온세 소셜 그룹(ONCE Social Group)을 재창업하는데 이르렀다.

장애인고용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난, 온세 소셜 그룹

이른바 지주회사 온세 소셜그룹 산하의 ‘일루니온(ILUNION)’은 청소 및 환경 분야에서 선두 기업이었던 면모를 그대로 살렸으며, 본격적인 장애인고용 전문회사로서 성장했다. 상업 청소, 병원, 농식품, 제약 부문, 기술과 화학 청소를 주업으로 삼고 있다. 나아가 조경 및 원예사업으로 확장해 공공기관과 개인 녹지 공간의 유지 관리를 위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산업용 세탁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현재 스페인을 넘어 포르투갈과 남미 콜롬비아까지 약 45개의 세탁산업 공장을 보유함으로써 장애인고용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주요 호텔 체인, 병원, 정부산하의 청소 위생산업과 과점하며 6,000여 명 이상의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중 4,800여 명은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거·노인돌봄서비스 사업도 수행하는 중이다.
이렇듯 온세 소셜그룹은 시각장애인 복권판매원 7,000여 명을 포함해 약 3만 명 이상의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에 따라 그야말로 장애인고용 전문 사회적기업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2023년 현재 7만 1,000여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중 58%는 장애인이며 42.8%가 여성이다. 스페인 전체 GDP의 0.27%를 차지하는 대규모 사회적기업이며 스페인 정부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2022년 11월 스페인 산체스 총리가 우리나라에 국빈 방문했을 때 온세 관계자들이 대거 동행하여 화제가 됐다. 대통령 초청 국빈 행사로 개최된 ‘한·스페인 비즈니스 포럼’의 주제 중 하나로 ‘한·스페인 장애인고용’이 선정될 정도였다. 이를 통해 스페인에서의 온세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한국 측 토론자로 필자가 참석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한·스페인 비즈니스 포럼’에서 스페인 ‘산체스’ 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사진
‘한·스페인 비즈니스 포럼’에서 스페인 ‘산체스’ 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사진

‘한·스페인 비즈니스 포럼’에서 스페인 산체스 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