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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과 제대로 핏이 맞는 변호사, 이성준입니다.”

이성준 법무법인 다움 변호사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국립재활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이성준 변호사가 소송을 수행하거나 자문하는 곳들만 봐도 그가 어떤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헬스케어, 노동·인사 등을 주 업무 분야로 삼아온 그가 2022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감사로 활동하고 있는 건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일이 아니었을까. 공단과 제대로 핏(Fit)이 맞는 이성준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부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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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준 변호사가 법무법인 다움 글이 새겨진 사무실을 배경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모습
공단의 비상임감사를 겸임하고 있는 이성준 변호사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입니다.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추락사고를 당해 척수손상을 입었고 1999년 당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2년에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고요, 헬스케어와 노동 분야에 특화된 업무 경력을 살려서 2022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비상임감사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뭔가 이뤄야겠다, 하는 큰 꿈을 품고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건 아니었습니다. 1999년에 사고로 장애를 가진 후에 2년간 은둔 생활을 했는데요, 그 사이에 욕창이 심해져 욕창 수술을 받은 후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활로를 찾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공부’였고 그런 생각에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법학이 아닌 경제학을 전공했던 사람이었고, 이동 문제 때문에 신림동 고시촌은 엄두도 못 냈습니다. 홀로 온갖 제약들과 싸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집에서 공부한 지 7년 반. 사법고시에 패스하며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건을 담당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변론이나 사건이 있었나요?

2017년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지 얼마 안돼 시작해서 올해 5월에야 마무리된 사건이 떠오릅니다. 무려 6년이나 변호한, 저에겐 좀 남다른 의미의 사건이에요. 청소년기에 심장이식을 받고 10년 뒤에 심부전 악화로 사망한 환자의 사례였습니다. 심장이식을 받은 분들을 잠재적 시한부로 생각하는 사회적인 편견을 느꼈고, 그러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워 유가족들에게 나쁘지 않은 결과를 안겨드릴 수 있어 보람된 일이었죠.

이성준 변호사가 진지한 모습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
이성준 변호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11년 차 변호사로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보통 의료전문변호사라고 하면 의사, 간호사 출신을 떠올리는데 저는 중환자실 입원부터 일반병동 입원, 여러 진료과의 진료를 경험한 ‘환자 출신 변호사’입니다. (웃음) 그리고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5년 가까이 근로자로 조직생활을 했던 경험이 인사노무 관련 분쟁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헬스케어, 노동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부분을 넘나들면서 유기적으로 변론할 수 있고, 환자의 입장을 최선을 다해 변호할 수 있다는 점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무지 환경과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코엑스 무역센터 건물 안에 법무법인 사무실이 있는데요, 휠체어로 어디든 다닐 수 있을 만큼 물리적인 장벽이 없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건물입니다. 장애인이 일하기에 더없이 편한 공간이고, 동료들도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사람들이라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죠. 문제는 출장을 나갈 때인데요, 변호사는 출장이 많은 직업이거든요. 기일에 맞춰 법원도 가고, 자료 수집을 위해서 경찰서나 검찰청도 가야 하고요. 관공서 건물 중에 오래된 건물들은 배리어 프리가 잘 구축되지 않아서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아요. 아쉽지만 이 또한 우리 사회가 함께 개선할 부분이라 여기며 ‘이동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2022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비상임감사로도 활약하고 계십니다. 어떤 계기를 통해 함께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장애인고용 문제는 보건과 노동의 측면을 모두 아우르는 영역이에요. 제가 장애인이면서, 의료와 노동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인지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늘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걸어온 커리어와 결도 맞고 핏도 맞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직업인으로 쌓은 경험과 보건분야에 대한 경험, 그리고 장애당사자로서의 경험을 녹여내 미력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직접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공단 감사실의 감사 업무 방향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청렴·공정한 감사로 장애인고용 파트너를 지원한다’는 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감사실의 비전이에요. 저는 이 비전을 실현할 토대로 내부 감사 시스템의 체계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부 감사 시스템의 체계화는 정확한 문제 진단과 점검 활동을 기반으로 하여 공단의 내외부 청렴도를 자가 점검할 수 있는 거울이 될 거예요. 작년만 해도 매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한 등급 격상하는 성과를 거뒀어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종합청렴도 등급이 계속 상향 조정될 수 있도록 시스템 체계화를 공고히 해나갈 계획입니다.

이성준 변호사가 업무 이야기를 하는 모습
미소를 지으며 업무에 대해 설명하는 이성준 변호사
KBS ‘다큐 3일’ 사법연수원 편에서 하셨던 인터뷰에서 ‘신은 때론 인간의 지혜를 초월한 섭리로 당신의 먼 앞날을 걱정해주는 법이다’라는 문장을 말씀해주셨는데 아직도 이 말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요즘에도 이 경구를 이정표 삼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네 맞습니다. 고시공부하면서 틈틈이 읽었던 소설,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대망』에 나오는 문장인데 마치 저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 늘 간직했던 문장이에요. 갑자기 장애를 갖게 되었고, 생각지도 않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어쩌면 이런 일들이 내 먼 앞날을 위해 신이 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엔 ‘무의식이 정하는 삶의 방향이 운명이다’라는 문구를 새로이 품고 있어요. 자기계발서를 보다가 만난 문구인데, 생각이 말을, 말이 행동을, 행동이 습관을, 습관이 운명을 만들기 때문에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깊은 곳까지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삶의 방향과 운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지요. 스스로의 운명을 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긍정 에너지를 놓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생각보다는 쉽진 않네요. (웃음)

구직과 취업을 앞둔 장애인 분들, 그리고 독자분들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주제넘게 느껴질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은 각자의 숙제를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은 모르는 자기만의 숙제가 있잖아요. 숙제를 푸는 과정에서 나만의 깨달음이 형성된다고 느낍니다. 가장 쉬운 숙제부터 해결해 나가면서 나의 강점과 취약점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시길 바라요. 그렇게 얻은 깨달음은 다음 도전을 위한 단단한 자양분이 되어줄 겁니다.

변호사 이성준과 사람 이성준, 목표한 바와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인상 깊은 문장을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요즘엔 ‘적합한 일을 갖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면서 ‘이게 내가 갈 길이구나’, ‘나는 이런 일을 잘하는 사람이구나’를 느낍니다. 그래서 변호사 이성준과 인간 이성준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어요. 거창한 계획과 목표보다는 앞으로 30년 정도 더 믿고 맡길 수 있는 변호사로 의뢰인들에게 남길 바랍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 근로자분들께 좋은 영향을 끼치는 변호사이자 비상임감사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