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초록여행’ 함께 떠나요!
글 한정재 사단법인 ‘그린라이트’ 상임이사
여행에서 만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1학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수업 날, 나는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종강 인사를 했다.
“여러분 모두, 한 학기 동안 수고했습니다. 다들 좋은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동안 수고한 저 자신을 위해 여행을 선물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바로 내일 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에요. 여러분들도 수고한 자신을 위해 여행을 선물하세요.”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삶에 지치는 순간이 오면, 매번 회복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지방의 소도시나 나지막한 산으로, 한강을 길 따라 걷기도 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해외로 떠나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지루하고 예측할 수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자유로움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여유와 설렘이라는 선물은 몸과 마음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자유를 맛보고, 새로운 환경과 경관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일이기에 늘 설렘이 앞서기 때문이다. 여행지에 도착한 후 거친 산에 오르고, 아름다운 바닷가를 걷고, 조용한 숲을 헤매는 일은 때로 몸을 고단하게 하지만 오히려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준다. 이는 진정으로 신기하고도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왜일까.
여행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현재의 나를 만나게도 한다. 새로운 여정으로 잠들어 있던 열정과 꿈을 되새기며 미래의 나까지도 멀리 내다보게 해준다. 아마도 여행 도중 나 자신과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모습으로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일 터이다.
동행자와 여행할 때의 장점도 크다. 서로의 관계가 재편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간 서로에 대해 오해했던 부분이나 미뤄두었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관계가 긍정적으로 새로워진다. 여행을 계기로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느끼게도 되고, 나의 자아를 깊이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이 모든 여행의 과정은 나에게 힐링이라 불릴 만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이 회복 효과가 떨어질 즈음 나는 또다시 여행을 준비한다.
장애인분들에게, ‘초록여행’을 선물하다
나는 이러한 여행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에 많은 이들에게 여행을 선물하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몸이 불편해서 여행을 떠나기에 여건이 여의찮은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에게 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 바로 장애인 여행 지원 프로그램인 ‘초록여행’을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자체가 이 초록여행(www.greentrip.kr)을 모형으로 장애인 여행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 더욱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무엇보다 나와 함께 초록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볼 때의 보람이 매우 크다. 내가 여행에서 느낀 그대로 자유와 열정을 느끼고 가족과 관계도 회복됐다는 얘기들이다.
“초록여행은 지친 나를 일으키는 기분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이 조금 늦었다면 서로의 감정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을 만큼 골이 컸을 겁니다. 적정한 시기에 오해를 풀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초록여행은 저희에게 여행의 수단이 아닌 행복의 수단이었습니다.”
초록여행은 장애인 당사자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차량을 기반으로 한다. ‘항공·숙박·차량·여행경비’를 포함한 자유로운 여행도 제공하고 있으니,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분들이 많이 활용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더불어 초록여행이 아니더라도 독자분들 중 누군가 지금 삶에 지침을 느끼고 계신다면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보시길 추천한다. 어디든 상관없다. 작은 마을이나 멀리 떨어진 나라, 가까운 자연 속이나 도시의 번화한 골목이라도 말이다. 여행은 여러분에게 많은 것을 선사해줄 것이다. 또 경험과 만남을 통해 더 나은 버전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마음에 새로운 에너지를 가득 채워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