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함께하다
KEAD 툰
함께 일하는 세상을 위한 장애 유형별 예의 –호흡기 장애 편 그림 권도연 글 편집부
사무실 안, 누군가가 현수를 부른다. 옷, 이거 왜 이러지? 현수 씨 잠깐 봐줄래요? 현수가 무슨 일이지 싶은 표정으로 네, 과장님하고 대답한다.
삼십대 후반의 마른 체형인 장기훈 과장이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현수에게 말한다. 또 회사 서버에 접속이 안 되네요. 현수는 장기훈 자리로 가서 의연한 표정으로 말한다. 가끔 연결이 잘 안되더라고요. 제가 얼른 해드릴게요 라고 말하고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루는 현수.
작은 파우치를 들고 있는 기훈과 현수가 음료를 들고 회사 옥상정원에 들어선다. 기훈이 머쓱한 표정으로 말한다. 영업팀에 있다가 홍보팀에 오니 정신이 없네. 매번 도와줘서 고마워요. 현수 씨, 다음엔 음료 말고 식사 한번 합시다. 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닙니다, 과장님.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내직으로 근무 신청하셨다고 들었는데 실례지만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영업팀은 어떤지 관심이 있어서요. 제가 외근을 좋아하거든요. 기훈이 조금 망설이며 입을 연다. 아, 그게… 말이죠.
이때, 두 사람이 서 있는 옥상정원 근방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다. 담배 냄새를 맡은 장기훈 과장은 파우치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심하게 콜록거린다. 현수는 놀란 표정으로 장 과장을 부축하려고 다가서며 과장님! 괜찮으세요? 하는데…
장 과장이 벤치에 앉아 힘들게 숨을 쌕쌕거리고, 기훈의 작은 파우치를 든 현수는 안절부절 그 앞에 서 있다. 이때 기훈이 숨을 고르며 힘겹게 말한다. 내가 호흡기가 안 좋아서 담배 냄새에 예민해요. 올해 초, 호흡기장애인 등록도 했죠. 그래서 건강상 영업직은 무리라 부서도 옮긴 거고요. 현수가 말한다. 아, 그러셨구나… 호흡기장애는 갑자기 생긴 거예요?
현수가 들고 있던 파우치에 손을 뻗으며 말하는 기훈. 코로나 때 잠깐 폐렴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 후에 급격히 나빠지더라고요. 보통 사람들의 삼분의 일 정도 숨을 쉴 수 있어요. 안 되겠다. 거기 네블라이저 좀 줄래요? 현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그게 뭔데요? 이 가방 말씀이세요?
기훈이 네블라이저를 입에 대고 기구를 사용하며 대답한다. 네블라이저는 휴대용 호흡기를 말해요. 이걸 사용하면 숨쉬기가 한결 편해지죠. 기훈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현수. 과장님,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불안해진 현수가 마음속으로 말한다. 일일구라도 불러야 하나…
컨디션이 나아진 장 과장이 입에서 네블라이저를 떼고 미소를 지으며 현수에게 부드럽게 대답한다. 아이고, 현수 씨가 많이 놀랐구나? 요즘 아이부터 노인까지 네블라이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미세먼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대요. 현수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아, 죄송합니다.
장기훈 과장이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현수에게 말한다. 하하, 사과를 왜 해요? 다만 이상하게 보지는 말아줬으면 싶네요. 휠체어를 탄 사람을 보고 우리가 놀라진 않잖아요. ‘아, 호흡기가 안 좋구나’ 정도로만 봐주면 좋겠어요. 옥상정원 입구를 향해 걷는 두 사람. 다시 장 과장이 말한다. 이제 괜찮아졌는데 사무실 들어갈까요? 발걸음을 옮기며 현수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호들갑스러운 반응도 불편하겠어.
다음 날, 탕비실에서 긴 머리를 묶은 30대 초반의 유 대리가 표정을 찌푸리고 있다. 현수가 컵에 물을 따르며 묻는다. 대리님, 무슨 일 있으세요? 유 대리가 울상인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니, 좀 스트레스받아서요. 옆자리에 새로 오신 장 과장님 있잖아요. 숨소리가 너무 커요.
현수가 유 대리에게 설명한다. 장 과장님 호흡기장애를 가지고 계시잖아요. 숨을 쌕쌕거리는 천명 증상이 있으실 거예요. 유 대리가 현수의 말을 듣고 조금 민망해한다. 아 정말요? 현수가 말을 잇는다. 저도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됐어요. 장애인등록도 하셨다나 봐요. 알아보니까 발병 일년이 경과하고 이개월 이상 적극적 치료를 했는데도 호전이 없으면 장애 판정을 받는대요.
며칠 후, 사무실에 나란히 앉아 있는 유 대리와 장기훈 과장. 유 대리가 기훈에게 식물을 선물한다. 과장님, 이 화초가 호흡기에 좋은 식물이래요. 기훈이 의외의 선물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고마워요, 유 대리.
다른 날, 대형 사이즈 공기청정기 앞에 서 있는 현수와 기훈. 현수가 너스레를 떠는 제스처로 말한다. 과장님, 제가 경영팀에 이 공기청정기를 사달라고~ 사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잘했죠? 하하. 기훈이 쌍 엄지를 치켜들며 따뜻한 표정으로 현수를 본다.
공기청정기 앞에 현수, 기훈, 유 대리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오, 대박! 확실히 사무실이 쾌적해진 것 같은데요? 유 대리가 말한다. 장기훈 과장이 자신의 두 손을 맞잡으며 그 말에 호응한다. 다들 신경을 써줘서 정말 고마워요. 홍보팀의 따스운 분위기에 찐으로 감동했어요. 유 대리는 말을 덧붙인다. 과장님, 사실 저도 예전에 폐렴으로 고생했거든요. 우리 함께 호흡기 건강을 지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