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제로(0), 이젠 절약 과시의 시대
영끌, 호캉스, 오픈런은 끝났다!
최근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작년부터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기세, 가스 요금과 같은 공과금은 물론 택시, 버스, 지하철 등의 교통 요금도 줄줄이 올랐다. 젊은 세대에게 유행하던 ‘영끌, 호캉스, 오픈런’ 등의 용어는 어느새 절약과 소비지출방어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MZ세대는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글 편집부
MZ세대의 슬기로운 절약 과시 생활
과소비 대신 무지출이나 저지출과 같은 과시 절약 문화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과시 절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절약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즐기는 대화형과 자신의 지출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인증형이다.
대화형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거지방’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뜨는 500여 개의 방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방에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천여 명이 모여 자신의 소비 습관을 공유한다.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돈을 썼는지에 대한 지출 내용을 올리면, 방에 있는 동참자들이 엄격한 평가와 피드백을 나눈다. 소비 내용이 합리적이면 칭찬과 함께 돈을 써도 된다는 합의에 다다른다. 반대로 불필요하거나 과하게 돈을 썼다고 판단되면, ‘돈이 남아도느냐’, ‘금수저냐’ 등의 따끔한 충고를 한다. 거지방 성향도 제각각이다.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순하게 운영되는 방이 있는가 하면, 진지하게 소비 성향을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방도 존재한다.
대화형 절약이 이야기를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는다면, 인증형 절약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스타그램)에서 ‘#무지출챌린지’ 키워드를 적극 활용해 인증하고 자랑하는 방식이다. 무지출챌린지란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지출을 전혀 하지 않는 도전을 일컫는 말이다. 특정 기간을 설정하고 해당 동안에 돈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의 SNS에 인증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무지출챌린지를 태그한 게시물이 1만여 개가 넘는다. 무지출이나 절약 습관을 인증하며 공유하는 이 일련의 유행은 비단 특정 SNS에 한정되지 않는다. 디시인사이드, 더쿠, 에펨코리아 등 여러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하게 무지출 인증글이 올라온다.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실천을 과시하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 기존 과소비 문화에 대한 거부감, 타인과 함께 처지를 나누면서 느끼는 안도감, 절약을 통한 성취감 등이 과시 문화의 동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상에서 건강 지키고, 돈도 벌고!
MZ세대가 소비지출방어와 동시에 소소한 부수입을 늘리기 위해 적극 활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짠테크’와 ‘앱테크’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두 용어는 각각 ‘짜다’와 ‘애플리케이션’을 재테크와 결합한 합성어다. 짠테크로 지출 비용을 줄이고 앱테크를 통해 소소한 부수입을 늘린다면, 두 가지 방식을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상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짠테크는 다양하다. 가계부를 작성해 쓸데없는 지출을 인지하고 줄이는 것, 새 제품 대신 중고 거래 앱으로 중고품을 구매하는 것, 알뜰폰을 사용하는 것 등이 모두 짠테크에 포함된다. 특히, ‘냉장고 파먹기’는 외식 대신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 식사를 해결하는 것으로 MZ세대가 짠테크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준다.
손바닥 위 핸드폰에서 이뤄지는 앱테크는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있다. 가장 대표적인 앱테크 중 하나는 ‘캐시워크’다. 걸을수록 돈이 쌓이는 만보기 앱으로 100걸음마다 1 캐시가 적립돼, 하루에 만보를 걸으면 100캐시를 모을 수 있다. 또한 ‘돈 버는 퀴즈’, ‘캐시로또’ 등을 통해 캐시 적립이 가능하다. 이렇게 적립한 캐시는 전국 수만 개의 다양한 제휴점(스타벅스, 버거킹, CU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운동량이 부족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다. 이외에도 ‘네이버 마이플레이스’, ‘토스’, ‘샵블리’ 등의 다양한 앱들은 우리가 손쉽게 앱테크를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준다. 걷고 사고 먹는 일상의 모든 행동을 소소한 부수입으로 바꿔주는 앱테크, 몰랐다면 지금부터라도 실천해보자.
이렇듯 MZ세대의 절약 과시 문화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책 <라이프 트렌드 2023>에서 저자는 소비하지 않는 것이 취향인 시대를 강조하며, ‘플렉스, 오픈런, 호캉스 등 기존의 과시적 소비 경향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무지출 챌린지, 중고 시장 확대 등의 사례를 비추어 이러한 경향을 ‘과시적 비소비’로 명명하고 있다.
캐나다 광고업계 종사자 테드 데이브(Ted Dave)가 1992년부터 시작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은 지금의 트렌드와 부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매년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아무것도 사지 않음으로써, 연말 소비를 권장하는 기존의 과소비 문화에 정면으로 대항한 것이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의 주요 슬로건인 ‘덧셈은 시시하다. 뺄셈은 짜릿하다’는 2023년 현재 MZ세대를 중심으로 더욱더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