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발판삼아 지속가능한 내 일을 꿈꿉니다.”
섬섬옥수, 장애인 근로자와 함께 성장하는 일터
용산역 역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반 층만 올라오면 만날 수 있는 이곳, 섬섬옥수는 당일 열차표를 가진 모든 이에게 열린 네일케어 서비스 공간이다. SK쉴더스가 중증 여성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철도공사와 함께 시작한 사업으로 올해 3호점(광명역) 오픈을 눈앞에 그리고 있다.
글 편집부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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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이 만들어낸 꾸준한 성장
용산과 안양, 대전, 울산, 부산역 등 전국 주요 기차역 곳곳에서 ‘섬섬옥수’라는 간판이 걸린 매장을 찾아볼 수 있다. 철도역 가용 공간을 활용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한국철도공사, 공기업 또는 민간기업이 함께 협업해 여성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한 매장이다. 한국철도공사가 공간을 제공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 네일 아티스트의 교육과 양성, 취업 알선을 맡았다. 공기업 또는 민간기업은 매장 운영 주체로 사업을 관리하게 된다.
현재 안양역과 용산역 운영을 담당하는 SK쉴더스는 민간기업 최초로 이 사업에 참여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4월 문을 연 용산역점은 개장 초기에만 해도 찾는 이들이 하루 한두 명에 지나지 않았다. 기차표만 있으면 누구나 무료로 네일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행객 감소가 운영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팬데믹 와중에도 이용 고객의 뜨거운 후기를 바탕으로 예약이 점차 늘고 있다. 현재 하루 이용 고객은 평균 6~7명 정도, 연휴 혹은 금요일에는 최대 15명 정도 방문하고 있다.
사실 SK쉴더스는 용산점 개점을 준비하며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네일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소통은 원활하게 가능할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개점과 동시에 걱정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기(보조공학기기)로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현재는 구화와 의사소통용 보조공학기기를 활용해 문제없이 네일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막힘없는 소통으로 더 쉽게, 더 가까이
현재 용산역은 청각장애인 구성원으로만 오전 4명, 오후 5명이 하루 네 시간씩 교대 근무 형식으로 일하고 있다. SK쉴더스가 운영하는 다른 매장인 안양역의 경우 청각장애인 외에도 지체장애, 신장장애 등 보다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네일아티스트가 일하고 있다고. 용산역의 성공적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여성 장애인이 근무할 수 있는 섬섬옥수를 만들게 된 것이다.
섬섬옥수는 카카오톡을 통한 사전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예약 후 메시지를 통해 매장의 운영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방문객도 가끔은 존재한다.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수단으로는 수어로 대화하는 농인과 구화로 입모양을 읽고 소통하는 구화인이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의사소통을 하는 청각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고객이 들리지 않는다고 표현해도 계속 말을 걸거나, 매장 운영과 관계없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SK쉴더스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장 내 안내문을 부착하거나 의사소통기 외에도 필담 도구를 마련하여 극복하고 있다.
홍보가 잘 되지 않던 초기의 고민도 적극적인 언론 노출과 고객의 입소문 마케팅으로 해결했다. 매장 오픈 2년 만에 SK쉴더스의 주력 사회공헌 사업으로 떠올랐고, 열차 이용객과 SK쉴더스 직원,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까지 방문하며 규모를 키웠다.
개인의 역량을 키워주는 지속가능한 일터
공단은 앞으로도 다양한 장애인 일자리 모델을 개발할 방침이다. 과거 장애인의 재능과 무관하게 한정된 일자리만 존재했다면, 장애인 여성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겠다는 포부다. 단순노무직이 아닌 다양한 일자리가 개발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자격증 취득을 하거나 훈련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전문 직종의 폭도 늘어난다는 뜻. 이런 직종은 단순 일자리보다 고용안정성이 높고, 경력이 단절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리하다.
SK쉴더스 역시 앞으로도 기업이 가진 인프라와 역량을 적극 활용해 도움이 필요한 사회 구성원에게 안전, 안심의 가치를 제공하는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이어 나가고자 한다. 올해는 이런 활동을 더욱 확대해 연내 섬섬옥수 3호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고. 네일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운영팀에도 구화가 가능한 청각장애인 인력을 구성해 직원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업무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청각장애인의 다양한 일자리를 응원하고 싶다면, 기차역을 방문하는 날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섬섬옥수’를 찾아볼 것.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는 길, 청각장애인의 손길로 탄생한 부드럽고 고운 손이 설레는 마음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줄 테다.
- 섬섬옥수 전국지점 예약방법(사전예약제)
카카오톡 더보기 검색창에 섬섬옥수를 검색하세요.
- 검색방법 참고 ☜ (클릭해보세요)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 설레는 만남을 기다립니다.”
도현정 SK쉴더스 인재영입팀
저는 SK쉴더스 장애인 채용 담당자로, 섬섬옥수 사업장 구축 및 보안장비 설치 등을 비롯해 매장 운영 총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SK쉴더스는 지금까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최우선 경영전략으로 두고,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의 경력 개발 기회 제공하거나, 차별 없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등 인권보장 절차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직무를 담당하기 전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염려가 기우였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용산점과 안양역점 직원 분들 역시 누구보다 열심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같은 직장인으로서 많이 배우고 힘을 얻기도 하죠. 정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장애인 일자리 조성에 대해 더욱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리 섬섬옥수가 앞으로도 열차 이용객이 여행을 시작하는 설레는 마음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남는 여운을 더해주는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나와 꼭 맞는 일을 찾았어요!”
김아론 네일아티스트(청각장애)
2년째 섬섬옥수 용산점에서 네일 아티스트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네일아트를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훈련생으로 입학하게 되었는데요. 열심히 노력한 끝에 이렇게 어엿한 네일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어 새삼 뿌듯합니다. 취업 전에는 동료끼리 서로의 손에 연습만 하다가 막상 고객에게 네일케어를 하려니 두려움도 있었어요. 하지만 늘 실전처럼 꾸준히 이어간 연습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툴렀던 연습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너무 웃기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입니다. 이제는 저를 찾는 단골 고객도 늘고 있고, 케어를 마친 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네일아티스트로서 앞으로 더 실력을 키워보겠다는 마음이 커요. 근무 시간에는 열심히 일하고, 남는 시간엔 틈틈이 공부와 연습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다가올 장애인 기능경기대회 네일아트 분야에 참가해 대상을 받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