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접근성이 옵션이 아닌, 당연한 서비스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형섭 ㈜엔비전스 정보접근성사업팀(IA사업팀) 팀장
회사에 사업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정보접근성사업팀을 만든 사람이 있다. 14년간 근속하며 사원으로 시작한 팀의 팀장이 된 사람, 바로 엔비전스의 김형섭 팀장이다. 정보접근성이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도록 오늘도 치열히 공부하는 그를 만나봤다.
글 편집부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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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려요.
고맙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보접근성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서비스 품질 향상에 고민이 많았는데요, 저에게도, 다른 장애인 근로자분들에게도, 그리고 이 컨설팅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파트너사에게도 저마다의 의미로 기록될 수 있는 것 같아 감개무량합니다. 그리고 추천해 주신 회사의 이사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정보접근성 분야가 생소한 분들에게 김형섭 팀장님의 업무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접근성’은 정보통신 기기나 서비스를 장애의 유무, 나이의 적고 많음의 차이에 구애 없이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한 화면당 접근성에 대한 오류나 문제가 10개 정도가 발견되었어요. 이럴 때 사용 당사자 입장에서 어떤 불편함이 동반되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를 보고하는 컨설턴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형 웹 접근성 지침(KWCAG) 및 국제 접근성 지침(WCAG) 기준에 맞는 전문적인 개선 전략을 각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에게 맞춤으로 전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보접근성 분야에 몸을 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시각장애인은 컴퓨터를 전문적으로 종사하지 않아도 컴퓨터나 모바일을 숙명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화면 읽기’라는 프로그램을 써서 화면의 전반적인 텍스트를 탐색하게 되는데, 시각장애인이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컴퓨터 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 정보접근성 부분에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고요. 엔비전스에 입사 후 정보접근성 파트에 대한 사업의 중요성을 꾸준히 어필했습니다. 회사 설립 3년 후부터 정보접근성사업팀이 본격적으로 구성되고 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이 신설된 게 2012년, 지금은 팀장님이 되셨어요. 그때와 지금의 정보접근성 환경의 차이는 어떤가요? 많이 개선되었을까요?
정보통신과 의사소통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무를 포함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 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 보장을 포함하는 ‘지능정보화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정보접근성 환경이 한 단계 발전했습니다. 자연스레 기업들의 인식 또한 많이 열렸고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개발자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 관련 코드가 30가지 정도였다면 이제는 그 재료가 100가지가 넘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나옴에 따라 저희가 발맞춰 가야 할 길이 멀지만, 10년 전과 비교한다면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도 개최하신다고 들었어요.
AAA(All About Accessibility) 접근성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호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이 세미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서비스 출시 전의 기획 단계부터 정보접근성 파트가 녹여지면 여러 오류가 나타나지 않거나 개선될 여지가 많거든요.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정보접근성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필요성을 전할 수 있는 매개가 되기 때문에 세미나를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정보접근성사업팀에 다른 시각장애인분들도 웹 테스트 엔지니어로 근무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점과 정보접근성에 대한 애정이 높다는 거예요. 어쩌면 각자의 삶과 연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열정적으로 업무에 몰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저는 전맹이고, 다른 두 팀원분은 저시력 장애를 가지고 계세요. 그래서 서로 몰랐던 다양한 정보접근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서 좋습니다.
본인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능력껏 일을 할 수 있을 때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능력껏 하는 일이 제한 받지 않을 때 존중 받고 있다고 느껴요. 엔비전스를 오래 다닐 수 있는 건 제 능력을 알아주고, 제 비전을 믿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성과는 저를 믿어준 회사에 대한 보답이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고요. 이 모든 게 거듭 순환되고 결과로 나타났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구직, 취업을 앞둔 장애인분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기엔 저도 같은 장애인 근로자이기 때문에 주저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경험에 비추어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자신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그 비전과 맞닿은 회사를 꼭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평범하고, 당연하고, 일반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접근성 파트를 개선하고 싶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그 비전이 오늘날 저의 원동력이 되고 있거든요. 미래를 향한 비전을 가지신다면 자신의 가치와 맞닿은 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요즘엔 각 회사에 QA(Quality Assurance)팀, 서비스의 기능을 검증하고 관리하는 팀이 있습니다. 서비스 오픈 전에 오류를 바로잡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 QA팀에 정보접근성 파트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서 장애인 QA를 전담하는 인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있는 서비스에 정보접근성을 끼워맞추는 게 아니라, 애초에 출시될 때부터 정보접근성을 녹여내어 그야말로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아주 어렵고 이상적인 꿈이라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지만, 그러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최종 목표이자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