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함께하다
KEAD 툰
함께 일하는 세상을 위한 장애 유형별 에티켓 –지적장애인 편
그림 권도연 글 편집부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들뜬 표정의 신입사원 김현수가 마음속으로 말한다. 오늘 인턴 온다고 했지? 나도 드디어 후배 생긴다.
잠시 후, 단발머리를 한 30대 중반의 여자 팀장이 현수에게 20대 후반 지적장애인 박지호를 소개한다. 현수 씨, 이쪽은 인턴 박지호 씨에요. 긴장한 지호가 조금 과장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인턴 박지호입니다. 저는 지적장애인입니다. 일을 배우는 속도가 조금 느리긴 하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겠습니다. 현수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안녕하세요. 김현수입니다. 제 옆자리에 앉으시면 되세요.
사무실 복도, 멀리 지호의 뒷모습이 보이고 대화를 이어가는 현수와 팀장. 팀장이 현수에게 말한다. 원래 문서수발팀으로 뽑힌 직원인데 한 달간 우리 팀에서 오제이티를 하기로 했어요. 쉬운 일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세요. 현수가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네, 알겠습니다.
사무실 자리로 돌아온 현수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하아, 요즘 일도 많은데 OJT를 하다 보면 오히려 일이 늘겠는데…?
옆자리 지호에게 질문하는 현수. 지호님, 혹시 복합기 다뤄본 적 있어요? 지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설명해주면 할 수 있어요.
복합기 앞, 현수가 지호에게 설명한다. 자, 프린트물이 나오면 이렇게 카피 버튼을 누르고 카피한 페이퍼를 커버 맨 앞장에 놓고 나머지 페이퍼와 한 번에 스템플러로 찍어서…. 지호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말한다. 죄송하지만, 천천히 다시 복사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잔뜩 지친 표정의 현수가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아, 벌써 세 번째 설명인데….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지호에게 설명한다. 자, 마지막으로 천천히 시범을 보여 줄게요. 잘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지호가 진땀을 흘리며 현수 말에 집중한다.
다른 날, 복도에서 현수를 마주친 여자 팀장이 말을 건다. 현수 씨, 박지호 씨랑은 어때요? 업무에 잘 적응하나요? 현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생각보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현수에게 조언하는 여자 팀장. 힘들죠? 서로 다 처음이라 낯설고 불편할 거예요. 회사 구성원의 다양성을 위해서 현수 씨가 좀 더 이해하고 협력해주면 좋겠어요. 팀장의 말에 현수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넵, 알겠습니다.
혼자 회사 휴게실에 있는 현수는 음료를 홀짝이며 핸드폰을 본다. 그래, 매번 다양한 장애 유형의 직원과 근무할 때마다 공부하곤 했는데, 막상 함께 일하게 된 지호님 장애는 따로 알아보지 않았어.
현수가 들고 있는 핸드폰 화면 속에 클로즈업된 글자 텍스트가 보이고, 노란색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다. 내용을 보면 지적장애인과 이야기할 때는 쉬운 표현을 사용하고, 작업 지시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지적장애인의 이해도를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사무실 안, 머릿속 생각을 정리 중인 현수. 맞아. 그동안 내가 지호씨한테 너무 어렵게 설명한 것 같네. 더 쉽고 반복적으로 설명해야겠어. 현수는 곧이어 지호에게 음료를 건넨다. 지호님, 이거 마시면서 해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지호가 현수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현수가 음료를 마시고 있는 지호에게 묻는다. 지호님, 아침에 회사 올 때 어떻게 와요? 누가 데려다줘요? 지호가 말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뭐든지 연습하면 혼자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까 시키신 거 다 했어요.
서류를 살펴보며 지호를 칭찬하는 현수. 오~ 지호씨, 실수 없이 너무 잘했는데요? 현수의 말에 지호가 환하게 웃는다. 진짜요? 감사합니다. 현수가 속마음으로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지호님에게 이런저런 편견을 가졌었어. 가만 보면 일도 잘하고 잘 웃고 인사성도 바른 후배인데 말이야.
한 달 후, 다른 팀으로 떠나는 지호를 따뜻한 미소로 배웅하는 현수와 팀장. 팀장이 말한다. 현수 씨, 지호 씨. 한 달 동안 수고 많았어요. 지호가 말을 잇는다. 현수 선배님!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지호에게 말하는 현수.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물어봐요. 지호님은 저의 일호 후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