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가구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마켓비
2만여 가지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마켓비에는 가구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시니어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그리고 장애인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다름을 존중하고 대우하는 것이 기본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다양성의 시너지가 움트고 비로소 싹을 틔우는 곳, 경기도 파주의 마켓비 본사를 찾아가 봤다.
글 편집부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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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존중하는 회사
가구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홈퍼니싱 전문 업체 마켓비. 2006년에 설립된 이래 가구, 조명, 생활·리빙, 소품 등 2만여 가지가 넘는 아이템을 보유하고 판매 중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다양한 문화를 소구하는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가구들을 제안하는 등의 노력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켓비의 가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위 ‘침투력’이 높다고 평가된다. 웬만한 집엔 마켓비의 가구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있다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차분함, 발랄함, 모던함까지 아우르는 제품들로 폭넓은 세대층의 눈과 귀, 호기심을 사로잡으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로 스며들고 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비결은 가격경쟁력이다. 생산 과정에서 조립 단계를 생략하고, 가구 완성의 재미를 소비자로 하여금 느끼게 하면서 가격 단가는 낮추는 방식을 취한다. 자연스레 조립에 대한 문의가 많은 편이고 고객 응대 파트와 영업 지원 업무의 중요도는 높아지는 편이다. 핵심 업무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두 팀에 장애인 근로자가 각각 고용되어 근무하고 있다. 각자 어떤 역량을 발휘하며 일하고 있을까?
마켓비가 장애인 근로자를 뽑은 이유
마켓비는 회사의 성장에 따른 감사함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이어왔다. 국제구호협회와 지역 유소년 축구팀 지원과 더불어 지역 공부방 환경개선을 위해 자사 제품을 기증하는 활동도 진행했다. 매년 지속했던 사회공헌 활동들을 점검하다가 일시적이고 이벤트적인 후원과 응원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회사인 만큼, 다양성을 지지하는 활동과 사회공헌 활동 등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2020년엔 장애인 근로자 채용을 결정했고, 현재 3명의 근로자가 마켓비의 정직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마케팅팀 김예별 사원은 처음 장애인 근로자 채용 공고를 내기 전, 내부에서 고민했던 고려 사항에 대해 솔직히 털어놨다.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특수 직무를 마련하느냐, 기존 직무에 맞는 채용을 결정하느냐가 당시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논의가 그리 오래가진 않았어요. 단순 업무 위주의 새로운 직무를 마련할 수도 있었지만, 향후 장애인 근로자의 역량 성장과 더불어 결속감, 소속감을 고려하며 기존 직무에 맞는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회사에 입사한 순간부터 ‘가족’이 되는 거니까요. 대표님과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현재 장애인 근로자들은 기술지원팀에서 1명, 전략기획팀에서 2명이 근무 중이다. 기술지원팀에서는 홈페이지, 유선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고객 상담과 더불어 상품 파손, 교환, 환불 등 A/S와 관련된 상담까지 이뤄진다. 전략기획팀에서는 마켓비의 대리점, 위탁 대리점, 취급점 등과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와 관련한 제반 사무와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주요 업무로 분류된 부서의 일들인 만큼 장애인 근로자들은 정확한 매뉴얼 숙지를 비롯해 사내 프로그램 및 각종 업무 관련 프로그램 활용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소통의 장이자 역량을 펼치는 장
경증 지체장애의 기술지원팀 한종윤 주임은 입사 3년 차로 2만여 가지의 제품의 조립법과 제품별 택배 방식, 평균 배송일자를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전한다. 고객이 문의한 가구의 실물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층의 쇼룸을 오고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장 많은 문의는 바로 가구 조립 파트다. 마켓비 가구들은 고객이 원한다면 조립 서비스도 받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조립 제품이기 때문에 조립에 대한 문의가 많은 편이다. 상담을 위해서 가구의 형태와 움직임의 원리, 세부 부품에 대한 파악에 공을 들인다. 상품 정보가 자세히 담겨 있는 상세페이지를 뜯어보는 일부터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신속하게 응답하는 일까지 고객상담의 최전선을 지키는 한종윤 주임. 하루에 45~50건의 고객 문의 전화를 소화하며 고객들이 마켓비의 가구와 소품에 전하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직원으로 입사해서 제가 가진 고객 응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감정적으로 상기되었던 고객님이 상담이 끝날 즈음엔 만족감과 더불어 ‘친절한 설명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면 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2년은 회사와 함께 도약하는 기회이자 기간으로 삼고 싶습니다.”
마켓비에는 입사 전 대표와 1:1 면담을 갖는 시간이 있다. 미래의 임직원이 될 한 사람 한 사람을 손수 마주하고 대화하며 비전을 공유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신뢰가 기반이 된 관계는 올해 또 하나의 ‘도약’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국내 대리점 100호점 돌파와 더불어 해외 유통사 입점 등을 통한 30개국 수출을 목전에 앞두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내일을 마켓비에서 기대해 봐도 좋을 이유다.
“전문가로 대우해주는 회사라서 스스로 자긍심을 느낍니다.”
기술지원팀 한종윤 주임(지체장애)
마켓비는 저의 첫 직장입니다. 3년간 기술지원팀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소속감’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거든요. 고객 응대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가까이 계신 팀원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동료들의 이야기를 역으로 들어주면서 조언하곤 하는데 이럴 때마다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제가 장애가 있다는 걸 잊을 만큼 전문가로 대우해 주시고, 늘 편안하게 대해주는 동료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드립니다.
“더 많은 장애인 근로자분들을 만나뵙길 기대합니다.”
마케팅팀 김예별 사원
마케팅팀에 있다 보면 고객의 문의에 대해서 기술지원팀과 논의해야 할 상황들이 생기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한종윤 주임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주임님 덕분에 회사의 분위기도 점점 ‘무작정 도움을 주어야 하는 대상’이 아닌 ‘나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선후배, 동료’라는 인식이 꽃피고, 긴밀한 신뢰 관계를 통해 협업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도 이 인식이 무르익어 더 많은 장애인 근로자분들을 마켓비에서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