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여행

휠체어로 떠나는 강릉여행
오죽헌부터 커피거리까지

글, 사진. 하석미
저신장장애인으로 한국장애인힐링여행센터 대표이자 장애 인식개선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오죽헌은 한국의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휠체어 사용인도 무장애 길로 쉽게 접근 가능하며 또한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하게된다. 또 강릉의 아름다운 자연경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경포호수는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은 명승지이며, 경포호수와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경포해변은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해변이다. 해변 길을 따라 달려 도착한 커피 거리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된다.

  • 겨레의 어머니·민족의 스승이 태어난 성지 오죽헌

  • 세계 최초로 당당하게 우리의 화폐의 주인공이 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얼굴이 있는 화폐 두 장과 함께 꾸며놓은 포토 존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표를 끊지 않고 복지카드만 보여주면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입구 근처에 한복 체험관이 있어 입어보려 하였으나 계단뿐인 체험관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더 들어가면 조선 중기 유학자이며 정치가로 성학집요나 동호 문당 등 저술을 남긴 율곡 이이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넓은 대지는 휠체어로 다니기에 크게 어려움은 없다. 율곡 이이가 태어난 생가를 보기 위해 자경문을 통과해야 하지만 자경문 입구는 경사로가 없고, 대신 휠체어 사용인을 위해 큼직한 휠체어 이정표를 설치해놨다. 이정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입지문의 경사로 길이 나오는데, 경사가 곡선으로 되어있어 내려올 때 조심해야 한다. 비장애인들의 관람 동선과는 반대라 자경문 근처로 이동해 동선을 따라 관람하면 된다. 안쪽으로는 사임당 배롱나무가 있는데, 나이가 무려 600살이라고 하지만 나처럼 키가 작아 귀엽기까지 하다. 율곡 선생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원지 사당 및 어제각 등이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한다. 날씨가 더워 시원한 곳을 찾은 율곡기념관은 천도 책을 비롯해 외국까지 이름을 알린 행장기를 볼 수 있었다. 그 외 오죽헌 안에는 강릉 화폐전시와 강릉시립박물관 등 여러 전시공간이 있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둘러보면 된다.

    오죽헌 자경문 입구

    오죽헌 자경문 입구

  • 동해가 품은 아름다운 경포호수

  • 경포호수는 넓은 호수 주변에 오래된 소나무 숲과 벚나무가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경포호수 둘레는 4.3km로 누구나 여행하기 좋도록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전동휠체어 사용인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또한, 경포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조각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조각품은 강릉과 관련한 시와 설화를 배경으로 제작되었다. 경포호수는 바다와 이어지는 넓이 38만 평의 자연호수로, 바다와 맞닿아 있다. 특히 겨울 철새 도래지로 청둥오리와 원앙 등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래서 사계절 내내 산책하기 좋은 코스로 봄에는 벚꽃 따라 거닐고, 여름에는 호수 주변 가시연 습지로 들어서면 수많은 연꽃이 가득하다. 강릉 바우길 이정표를 따라서 가다 보면 옆으로 천이 흐르고 작은 들꽃들이 인사한다. 전동휠체어로 이런 구석구석까지 볼 수 있어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가을이면 곱게 물든 벚나무 단풍과 갈대 습지를 돌아보고, 겨울이면 추워도 그만의 낭만이 있다. 게다가 밤의 경포호수에 비친 달은 빼어나게 아름다워 꼭 봐야 하며, 자연과 전통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이상적인 휴양지로, 휠체어로 여행하는 우리에게 최고다.

    경포호수 길

    다양한 조각품이 설치된 경포호수길

  • 동해안 최대의 경포해변

  • 여름 바다 하면 동해안의 경포해변을 빼놓을 수가 없다. 경포해변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큼직한 2개의 느린 우체통. 빨리빨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느린 우편물은 왠지 어울리지 않을 듯하지만, 여행지에서 보낸 엽서를 몇 달 후나 1년 후에 받으면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경포해변은 2020년 ‘열린 관광지’로 선정되면서 해변 근처에 장애인 주차구역, 무장애길, 촉지음성안내판과 열린 관광지 점자 리플렛 등을 조성해 누구나 여행을 즐기기 편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구분 없이 공용으로 사용하게 되어있으며 예전에 해변으로 뻗어있던 나무데크로는 태풍에 파손된 이후 아예 없어져 버려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포 관광안내센터에서 수동휠체어 대여도 가능하다. 해변을 따라 만들어진 나무데크로와 송림 속으로 조성한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소나무 숲길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길을 달리다 보니 나무데크로가 끊어져 그만 모래에 빠질 뻔 했다. 결국 인도로 달려야만 했는데, 이번에는 인도 중간에 소나무가 있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 구간을 지나가야 했다. 여행하다 보면 민원 접수할 일이 다반사다. 다녀봐야 또 바꿀 수 있긴 하다.

    경포대해변 나무데크길

    해변을 따라 만들어진 경포대해변 나무데크로

  • 커피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

  • 강문해변, 송정해변을 지나 도착한 안목해변, 이곳은 커피 거리로 유명하다. 1980년대 초부터 커피 명소로 명성을 얻어오다가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국내 최고의 커피 명장들이 모여들며 전국 커피 마니아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아 왔다. 또 매년 커피 축제가 열리면서 즐길 거리도 많아졌다. 커피 거리에 들어서면 해변으로 열린 관광지라는 표지와 함께 보행 약자 모두가 아름다운 안목해변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나무데크로를 만들어 놓았다. 그 길 끝에는 커피 거리답게 커다란 커피 잔 조형물이 보인다.
    커피 거리의 작은 골목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그려진 벽화와 시 한 소절이 나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커피 거리에 왔으니 맛있는 커피 한 잔하며 분위기 한번 잡아보려 했으나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카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커피 집에 들어가 커피 한잔 구입해 땅거미 내려앉은 경치를 보며 영혼의 쉼을 가져본다.

    안목해변

    커다란 커피잔 조형물이 설치된 안목해변 나무데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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