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덕분에 대통령상 받은 사서 실무사가 되었습니다.”
강제길 인천부원초등학교 사서 실무사
2015년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삼형제의 아빠로 명성을 크게 얻은 강제길 사서 실무사. 이제는 정부 포상인 ‘산업포장’을 받은 직업인으로서, 12년간 우직하게 걸어온 걸음과 커리어를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길을 걸어갈 거라고 굳은 다짐을 보이는 그를 인천부원초등학교 도서실에서 만나고 왔다.
글 편집부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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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인천부원초등학교 도서실에서 사서 실무사를 담당하고 있는 강제길입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희망 드림 일자리 사업을 통해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 12년 차로 오늘 인터뷰가 저에겐 무엇보다 뜻깊게 느껴집니다. 저는 태어나서 100일도 전에 황달로 인한 고열이 41도까지 올라갔었고, 급히 병원에 갔지만 그 후유증으로 뇌병변장애를 가지게 됐습니다.
지난 4월에 열린 ‘장애인고용 촉진대회’에서 산업포장을 받으셨습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감흥이 어떠셨는지요?
처음엔 제가 받는 상의 무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국가산업발전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받아도 되는 상인가 어리둥절하기도 했습니다. 시상식 이틀 전에 공단 선생님이 학교에 방문하셔서 교장선생님과 나누는 대화를 듣고 정부 포상인 걸 알았고, 이내 그 무게를 실감했습니다.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특히 부모님은 시상식에 같이 참석하셨는데 ‘강씨 가문의 영광’이라고 감격해하셨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묵묵히 자리를 지키라는 의미로 알고 일에 더욱 매진하고 있습니다.
‘사서 실무사’는 어떤 업무를 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하루 일과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사서 실무사는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도서 대출, 반납을 주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대출하고 반납한 책을 비롯하여 신간 등의 책들을 분류해서 서고 정리도 하고 도서관 내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학기 중에는 정오에 출근해서 4시 반 퇴근, 방학 중에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1시반에 퇴근하고 있습니다.
강제길 사서 실무사가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사서 실무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을 때는 언제였을까요?
우리 학교엔 도서실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요, 제가 담당하는 곳은 ‘생각채움터’라고 불리는 곳으로 저학년 학생들이 와서 읽을 수 있는 동화책이 많습니다. 처음에 일할 때는 학생들이 저를 무서워할 때도 있었어요. 낯선 모습이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도서관 선생님’으로 부르면서 편하게 대하곤 합니다. 하루는 퇴근길에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이 저에게 인사를 하더라고요. 처음엔 갸웃하다가 이내 알아볼 수 있었어요. 우리 학교를 졸업해서 중학교로 진학한 학생들이라는 것을요. 도서관에서 꾸준히 책을 보며 저와 인사했던 학생들이 ‘어느덧 저렇게 자랐구나’, 그리고 ‘날 기억해주는구나’ 하는 애틋한 마음과 함께 보람을 느낍니다.
12년을 한 가지 일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동안 시스템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없나요?
처음에는 손잡이 바코드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간편하게 바코드를 대기만 하면 입력되는 시스템으로 변화했어요. 그리고 제가 처음에 들어올 때만 해도 수기로 대출 반납 정보를 기재했었거든요. 지금은 컴퓨터로 데이터베이스화하니 편리하기도 하고 업무 처리에 시간이 반 이상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이 달라진 건 바로 저, 자신인 것 같아요. 처음엔 책등 하단에 있는 분류표를 구분하지 못해 서가를 많이 헤매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학생들이 말하는 책이 어느 책장 몇 칸에 있는지까지도 알려줄 수 있습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인천부원초등학교 도서관의 환경은 어떤가요? 장애인 파트너와 함께 일하는 동료분들과의 관계와 일상, 회사 생활이 궁금합니다.
제가 출퇴근 시간이 다른 분들에 비해서 늦고, 빠른데 많이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높으셔서 특별히 무언가를 더 해주려고도, 덜 해주려고도 하지 않으세요. 동등한 업무 파트너로서 인정해 주시는 모습에 저도 번듯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업무를 하려고 하고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이 ‘도서관 선생님’으로 대해준다는 점에서 인식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흐뭇한 부분도 있습니다.
강제길 사서 실무사님의 앞으로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이곳에서의 제 정년은 2035년입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일해서 무탈히 학교생활을 정리하고 싶어요. 이후에도 공공기관이나 다른 학교를 향한 사서 실무사 도전도 게을리하지 않을 거고요. 그리고 건강을 지키고 싶어요. 작년에 왼쪽 복숭아뼈 아래 통증이 있어 부주상골증후군을 앓았었는데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고, 올해도 한 번 더 수술 계획이 있습니다. 아내가 제게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만큼 병치레가 잦은 편인데요, 건강한 삶으로의 회복이 올해 가장 큰 목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제가 처음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문을 두드렸을 때 인천지사의 최민호 과장님을 만났습니다. 지금은 어느덧 차장님이 되셨더군요. 덕분에 12년을 근속하는 직장도 얻고, 이를 인정해주는 상도 받았습니다. 어쩌면 상을 받을 분은 제가 아니라 최민호 차장님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정말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모든 직원분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바로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직원분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마음과 함께 제 커리어를 지키는 마음을 담아 열심히 사서 실무 업무를 해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