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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두드리는 선율을 연주합니다.”

네오플, 음악으로 일자리 창출에서 인식개선까지

지난 6월 28일, 판교에 자리한 넥슨 사옥에서 특별한 연주회가 열렸다.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OST에서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 카르멘 서곡까지.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중증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해 창단한 최초의 장애인 연주단은 그렇게 말보다 강한 음악의 힘으로 모두를 감동시켰다.

편집부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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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는 게임회사 최초의 장애인 연주단원들 사진
다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앙상블 힐’ 첼로 연주단원들
게임회사 최초의 장애인 연주단 창단

‘앙상블 힐(Ensemble Heal)’은 게임사 최초의 장애인 연주단이다. 중증 발달장애인 연주가를 직접 고용한 기업은 바로 네오플. 국내 최대 규모 게임회사인 넥슨컴퍼니의 자회사로 주요 출시 게임으로는 ‘던전앤파이터’와 ‘사이퍼즈’가 있으며,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게임이 언뜻 장애인 일자리와 인연이 없는 분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넥슨컴퍼니는 그동안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의료지원 등 다양한 장애인 친화 사업을 선보여 왔다. 2011년에는 게임업계 최초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은 넥슨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에 참여하는 등 다각도로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앙상블 힐 창단식 현장에 참여한 윤명진 네오플 대표는 “네오플의 구성원이자 넥슨컴퍼니 가족이 된 ‘앙상블 힐’ 연주단원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단원들의 아름다운 연주가 우리 사회에 꿈과 희망을 전달할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회사도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연주단’이었을까? 네오플의 처음 고민은 사회적 책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장애인고용으로 시작한 변화의 움직임은 점차 다양한 장애인 구성원과 함께하며 진화하기 시작했다. ‘단순 고용의 영역을 벗어나 상호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음악과 미술, 기술이 한데 모이는 게임 분야이기에 보다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데 말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진지한 표정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단원들의 사진
진지한 표정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단원들의 사진

진지한 표정으로 첼로 연습에 집중하고 있는 단원들의 모습

앙상블 힐,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으로

앙상블 힐의 역사는 8년 전 최영순 첼리스트의 재능기부로 열린 첼로 레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섯 명으로 시작한 앙상블은 현재 세 파트로 확장되어 7명의 연주자, 1명의 피아노 반주자로 구성됐다. 모두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시절부터 연주를 시작해 대부분 15년 이상 숙련된 첼리스트들이다.
첼로가 단짝이자 삶의 동반자인 이들이지만, 직업 연주자로서 길을 걷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아직까지는 많은 장애인 일자리가 각자의 재능보다는 장애 특성에 맞춰 개발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앙상블 힐의 박영미 씨는 네오플과 만난 순간, 연주자로서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단원들의 지난 시간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모색하던 네오플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업을 통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 연주단 발굴을 시작했고, 그렇게 앙상블 힐과 인연이 닿게 된 것. 본격적인 채용 전 네오플은 연주단 채용을 위한 고용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단원들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에서 기본 교육과 합주 연습을 진행했다. 그리고 2023년 3월, 연주단 8명의 근로계약이 체결됐다.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여정을 시작하다

연주단원 모두 조직에 속하는 상황이 처음이었고 생소한 맞춤훈련교육을 받기까지 기대도 있었지만 걱정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통을 이어간 것은 네오플이었다. 함께 일하기 전 단원과 그 가족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았고, 안정적인 이해관계를 만들기 위한 시간과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일까? 처음의 걱정과는 달리 근로계약에서 창단식까지, 분주하게 흐른 시간을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안정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 연주단은 하루 8시간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합주에 필요한 개인 파트를 연습하고, 주 2회는 서초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합주를 진행했다. 마침내 열린 창단식 날, 새로운 가족을 맞게 된 네오플을 포함한 넥슨컴퍼니 임직원의 반응은 뜨거웠다. 바쁜 업무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직접 창단식에 참여한 직원들 덕분에 홀 내부에 자리가 없었을 정도였다.
앙상블 힐은 장애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던파 페스티벌 등 내부 기업 행사는 물론,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이 있는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끝없는 모험을 펼치는 던전앤파이터의 주인공들처럼, 단원들 역시 음악의 힘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셈이다. 이 여정의 끝에 어떤 사건과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네오플과 앙상블 힐 단원들 모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의 순간을 만날 수 있을 테다. 이들이 선보일 가슴 벅찬 선율에 기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황종완 파트장이 정면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사진
황종완 파트장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입니다.”
황종완 파트장
처음 맞춤훈련센터에서 단원들을 만나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인사를 어떻게 건네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저에게 반갑게 먼저 다가와 주셨는데요. 너무 많은 고민과 생각으로 소통이 어려웠던 사람은 오히려 저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인사 담당자로서 장애인고용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일단 부딪혀보라는 조언을 건네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스스로 생각했던 한계 밖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애인고용으로 시작된 고민의 결실이 이제는 단순 고용영역의 한계를 벗어나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나아가 더 나은 고용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 좋은 사례로 기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네오플의 가족이 되어서 행복합니다.”
박영미 씨(김석영 단원 부모)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통해 발달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겨났지만, 현실의 삶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미래도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싶던 순간도 있었지만 잘 참고 견뎌내 이렇게 네오플 가족이 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앙상블 힐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연주를 이어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는데, 감사하게도 네오플에서 그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단원 모두 직업 연주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언젠가는 네오플에서 제작하는 게임 OST 녹음에도 참여해보고 싶고요. 던파 페스티벌 등 네오플을 알리는 다양한 자리에서 음악의 뜨거운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박영미 단장이 정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사진
박영미 씨(김석영 단원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