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함께하다
KEAD 툰
함께 일하는 세상을 위한 장애 유형별 예의 – 간장애 편
그림 권도연 글 편집부
사무실 밖, 현수와 단발머리를 한 여자 팀장이 걷고 있다. 팀장이 현수를 보며 말한다. 현수 씨, 이제 출발합시다. 어딘가 지쳐 보이는 현수가 넵! 팀장님하고 대답한다.
빌딩 숲 사이로 달리는 자동차. 팀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요즘 수고가 많아요. 일이 많죠? 현수가 조금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네, 계속 야근하긴 합니다.
자동차 안, 여자 팀장이 운전하고 있고 현수가 보조석에 앉아 있다. 팀장이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현수에게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상무님 기대도 크시니까 잘 준비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회의 후에 거래처 사람들과 회식이 있어요. 불금이니까 괜찮죠? 싫은 내색을 겨우 숨긴 현수가 회식이요?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볼멘소리를 하는 현수. 회식도 야근 아닌가. 그냥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데….
그날 저녁, 고깃집 안에서 회식 중인 사람들. 현수와 팀장 그리고 거래처 남 부장과 도준석 과장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50대 남 부장은 미소를 지으며 여자 팀장에게 맥주를 권한다. 팀장님부터 한잔 받으시죠. 그 말에 얼른 술잔을 기울이는 여자 팀장. 마침 목마르던 참이었어요, 부장님. 호호~ 그 옆에서 현수는 고기를 굽고 있고, 40대 남자 도준석 과장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이때 여자 팀장이 도준석 과장에게 맥주를 권하고 도 과장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죄송하지만 제가 술은 좀…. 팀장은 순간 멈칫하는데 이를 보던 남자 부장이 도 과장을 나무라는 투로 말한다. 아니, 도 과장! 팀장님 무안하시게 엄살은, 한 잔은 괜찮잖아? 먹어도 안 죽으니까 걱정 마요. 내가 책임져~
여자 팀장은 남 부장을 말리며 말한다. 에이~ 부장님. 요즘 세상에 술은 억지로 권하지 마세요~ 그래도 다들 일하느라 고생인데요, 분위기상 한 잔은 기념해야죠. 안 그래, 도 과장? 남 부장의 말에 도 과장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그… 그럼 한 잔만 받을까요? 그런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 현수.
며칠 후 탕비실 안. 피곤한 표정의 현수가 커피를 타고 있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유 대리가 옆에서 현수에게 말을 건다. 금요일에 완전 달렸다면서요? 늦게 합류했다면서 김 차장님이 그러시던데? 작게 한숨을 내쉬며 설명하는 현수. 휴, 그니까요. 주말 내내 집에서 쉬었는데도 피로가 안 풀리는 이 느낌 뭐죠?
혹시 간이 안 좋은 거 아녜요? 요즘 그런 사람 많아요. 현수를 걱정스레 보며 말하는 유대리. 이때, 현수의 핸드폰 진동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는 현수. 엄마, 네?! 외삼촌이 병원에요? 회사 근처니까 가볼게요.
병실 앞, 병실 유리문 안으로 병상에 누운 60대 남자가 보이고, 외숙모가 현수를 배웅 중이다. 간이식은 안 해도 된다니 천만다행이지. 외삼촌이 워커홀릭이었잖니? 너도 일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술도 조심하고, 알지? 와줘서 고맙다. 현수가 외숙모의 말을 경청하며 대답한다. 네, 외숙모. 들어가세요.
소화기내과(간담췌 병동) 안내판이 보이는 병원 복도를 걷는 현수. 이때, 환자복을 입은 도준석 과장을 발견하고 놀란다. 도준석 과장님? 도 과장도 당황하며 대답한다. 아, 현수 씨.
병원 내 벤치에 나란히 앉은 현수와 도 과장. 현수는 도 과장을 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눈도 피부도 외삼촌처럼 노라시네. 이게 황달 증상이란 거구나. 너무 쳐다보지 말자, 신경이 쓰이시겠어. 도 과장은 담담하게 현수에게 말한다. 병문안 왔군요, 저는 내일 퇴원해요. 도 과장의 상태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현수. 과장님, 그날 회식이 원인일까요?
도 과장이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한다. 사실 3년 전에 간이식을 했어요. 간 장애로 장애인등록도 했죠. 이직한 거라 지금 회사에선 몰라요. 근데 요즘 야근도 많고 술도 먹고 해서 급성 간염이 와가지고. 사회생활 하면서 몸을 사리기가 쉽지 않네요. 도 과장의 설명에 진심을 담아 말하는 현수. 그러셨구나, 얼른 회복하시길 빌게요.
다시 병실로 향하는 도 과장의 뒷모습이 보이고, 현수는 핸드폰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를 알아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간장애인에게 술은 금물이므로 회식 시 술을 권하지 않아야 하며, 업무로 인하여 과로나 수면 부족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고….
간 건강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집안 내력도 있는데 나도 조심해야겠어.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거라잖아? 용기를 내자, 김현수! 병원 정문을 나서며 다짐하는 현수.
다음 날, 회의실에 현수와 팀장이 마주 앉아 있다. 팀장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현수 씨 얘기를 듣고 내가 반성을 많이 했어요. 거래처와 협의해서 프로젝트 일정 조정을 해뒀어요. 팀장의 말을 들은 현수는 밝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팀장님! 이어 현수는 마음속으로 작게 외친다. 야홋! 역시 말해보길 잘했어. 도 과장님도 조금 편해지시겠지? 정말 다행이다~ 현수는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