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진심인 MZ세대의 운동법
‘오운완’을 아세요?
평일 저녁이 되면 서울 광화문 인근은 MZ세대의 러닝 코스로 변한다. 코스 곳곳에는 이들이 뛰는 모습을 전문가용 카메라에 담는 사진사도 자리 잡고 있다. 러닝을 마친 이들은 자기가 제일 잘 나온 사진을 골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바쁘다. 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땀 흘리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글 강나경 자유기고가
‘노오력’이 아닌 놀이처럼 재밌고 즐겁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건강 트렌드가 달라졌다. 코로나19 이전에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죄책감’이었다.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나 ‘치팅 데이(Cheating Day)’가 괜히 유행했던 게 아니다. 이제는 엔도르핀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같은 표현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헬시 플레저는 김난도 교수(소비자학)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펴낸 책 <2022 트렌드 코리아>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건강을 관리한다는 건 ‘노오력’이 따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건강을 관리하는 데는 고통이 뒤따랐다. 그러나 MZ세대는 운동을 재미있게 즐기고, 운동 성과를 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건강 관리를 ‘놀이’로 만들어 버렸다.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보면 ‘#오운완’이 붙은 게시물은 600만여 개, ‘#운동하는남자’ 1,100만여 개, ‘#운동하는여자’는 1,800만여 개가 나온다.
운동 트렌드도 달라졌다. ‘덤벨(Dumbbell) 이코노미’라는 표현처럼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운동은 곧 헬스(피트니스)였다. 이제는 테니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BC카드에서 헬스케어 분야 카드 결제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테니스 관련 지출은 2019년과 비교할 때 4.4배가 늘었다. ‘골린이(골프+어린이)’ 열풍을 불러일으킨 골프(1.6배)와 비교해도 게임이 되지 않는다. 테니스는 골프보다 돈과 시간이 모두 적게 든다. 그러면서 옷도 예쁘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건강관리 추구
TV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영향 등으로 여성 축구 인구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이미 축구 관련 매출이 3배 늘었는데도 주요 브랜드 축구화나 풋살화는 230~250㎜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나이키와 푸마 등은 여성 전용 유니폼과 축구화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운동복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원래 운동복(트레이닝복)은 집에서 입는 옷이었다. 이제는 ‘웍슬레저’ 차림으로 직장에 출근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Work)과 레저(Leisure)를 합친 웍슬레저는 운동복처럼 편하지만, 오피스룩으로도 손색이 없는 옷을 뜻한다. 요가할 때는 레깅스처럼 출근할 때는 슬랙스처럼 활용할 수 있어 점심시간을 이용해 걷기(Walking)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로 하는 ‘워런치족(걷기 운동을 즐기는 직장인)’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워런치족은 먹을거리 시장도 바꿔놓았다. 당(糖) 함량을 최소화한 ‘제로’ 음료와 채식 위주의 ‘비건’ 식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건 ‘프로틴(단백질)’ 제품이다. 비쩍 마르기만 한 체형보다 근육이 있는 몸매를 선호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헬스장에서나 볼 수 있던 프로틴 제품을 찾는 여성 소비자도 늘었다. 특히 프로틴 음료는 식사에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간편하고 빠르게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다.
기성세대는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면서 참고 참았다. 그러나 MZ세대는 ‘어다행다(어차피 다이어트할 거면 행복하게 다이어트하자)’라면서 소소한 성취와 재미로 무장한,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 삶의 의미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건강 열풍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