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함께하다
KEAD 툰
함께 일하는 세상을 위한 장애 유형별 에티켓 – 심장장애 편
그림 권도연 글 편집부
00 지하철역 3번 출구 앞, 출근길인 현수가 지하철 입구에서 나와 손목시계를 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하마터면 지각할 뻔했네.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중년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깜짝 놀란 현수가 급하게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가 본다. 몇몇 사람들 사이로 30대 남성이 쓰러져 있다. 그중 50대 아주머니가 쓰러진 남성을 살피며 주위 사람들에게 큰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한다. 어머, 어떡해?! 누가 119 좀 불러줘요! 마음속으로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는 현수. 심장마비인가? 빨리 CPR을 해야 해!
심각한 표정의 현수가 쓰러진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현수가 속마음으로 말한다. 이런, 호흡도 의식도 희미해! 가슴압박 30회를 먼저 해보자. 하나, 둘, 셋…! 그래도 반응 없으면 인공호흡을 2번 하랬지. 이때 멀리서 119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119 구급차 앞, 남녀 구조 대원 2명을 배웅하는 현수. 119 대원들이 현수를 칭찬한다. 쓰러진 남자분은 원래 심부전증 환자라고 하시네요. 응급처치를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서 배우셨어요? 현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아, 얼마 전에 예비군 훈련을 다녀와서요. 환자분, 잘 부탁드립니다. 현수가 당부의 말을 남긴다.
이윽고 떠나는 구급차가 보이고 급히 전화를 받는 현수. 앗, 팀장님! 급한 사정이 생겨서요. 바로 가겠습니다! 현수가 속마음으로 외친다. 으아~ 지방 출장인데 지각이다. 서두르자!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운전 중인 단발머리의 여자 팀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야~ 현수 씨, 의인이네. 표창장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왜 그냥 왔어요? 보조석에 앉은 현수가 쑥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에이, 팀장님. 그 정도는 아니에요. 하하.
자동차 안에서 현수가 말을 잇는다. 근데, 재무팀 김경아 과장님은 같이 안 가세요? 예산 보고도 해야 하잖아요? 운전에 집중하며 대답하는 팀장. 아, 김 과장은 따로 오기로 했어요. 아무튼, 너무 잘했다, 현수 씨. 대단해요, 정말. 나도 심폐소생술 배워둬야겠는 걸~
00 지사 입구, 회의에서 보고를 마치고 나오는 팀장과 현수, 그리고 30대로 보이는 김경아 과장. 팀장이 현수에게 말을 건넨다. 회의가 순조롭게 끝나서 다행이에요. 현수 씨는 회의록 작성한 거 홍보팀에 공유해주세요. 현수가 큰 목소리로 넵! 하고 대답한다. 이때 옆에 있던 김 과장이 잠시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저기 팀장님, 올라가는 기차표가 매진되어서 그런데요. 저 좀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안, 운전 중인 여자 팀장이 말한다. 우리 가다가 맛집 들러서 저녁 먹는 거 어때요? 그 전에 잠깐 전기차 충전소에 좀 들립시다. 보조석에 앉은 현수가 네, 좋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호응한다. 뒷좌석에 앉은 김 과장이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아, 네….
전기 충전기 앞, 세 사람이 모두 밖에 나와 서 있다. 미소를 머금고 김 과장에게 말하는 팀장. 굳이 따라 나올 필요 없는데, 편하게 차에 앉아 있어도 돼요. 15분 정도면 되거든요. 그 말에 김 과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데…. 사실, 제가 작년에 인공 심장박동기 삽입 수술을 했어요. 전기차 충전할 때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조금 조심하려고요. 이때 현수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스친다. 아, 맞아! TV에서 본 것 같은데? 전자파 때문에 심장 환자가 쇼크로 위험했다는 뉴스!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근처 벤치에 앉아 대화를 이어가는 세 사람. 팀장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김 과장을 위로한다. 아이고, 그러시구나. 직장생활이 많이 힘들텐데…. 혹시 장애등록도 했어요? 김 과장이 담담하게 말한다. 네, 올해 초 심장장애 판정을 받았어요. 좀 피곤하긴 하지만, 병원도 다니고 약도 먹고 하니까 회사는 다닐만해요. 저는 일하는 게 좋거든요. 두 손으로 엄지척하는 현수. 와, 진짜 멋지세요. 현수는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열심히 일하는 그녀가 진심으로 대단해 보인다.
다시 자동차 안, 현수가 보조석에 앉아 핸드폰으로 심장장애를 검색해본다. 현수의 핸드폰이 클로즈업되면, 화면으로 심장장애에 대한 정보가 보인다. 심장장애는 흔히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고혈압증, 심막염 등의 심장질환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심장장애인은 5천여 명에 이르며, 전체 장애인의 0.2% 정도이다.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현수. 심장장애를 가진 사람도 많구나. 겉으론 전혀 안 보이니까 몰랐어.
이윽고 00식당 앞, 차에서 세 사람이 내린다. 팀장이 현수와 김 과장을 보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너무 배고프다. 현수 씨, 여기가 맛집인 거 맞지? 실망시키면 나 슬퍼져요~ 농담을 하듯 웃으며 대답하는 현수. 걱정 마세요, 팀장님! 이 식당의 평점이 엄청 높더라고요. 한편, 김 과장은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먹을만한 게 있으려나…?
식당 테이블에 세 사람이 둘러앉아 있다.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하는 현수. 과장님, 여기 음식이 달지도 짜지도 않아서 건강한 맛집이래요. 심장장애에 염분, 당분 다 안 좋잖아요, 맞죠? 김 과장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어머, 일부러 여기로 온 거군요? 배려해줘서 고맙습니다. 여자 팀장은 현수의 말에 그를 자랑스럽게 치켜세운다. 오전엔 의인! 오후엔 배려의 왕! 우리팀 막내 현수 씨가 이렇게나 바람직한 청년입니다~
테이블에 음식이 나와 있고, 세 사람이 오순도순 대화를 이어간다. 순간, 김 과장이 궁금한 표정으로 팀장에게 묻는다. 근데, 의인이요?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팀장. 네, 오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라고 말하는 여자 팀장. 그 말에 팀장을 보던 현수가 무안해하며 얼른 손사레를 친다. 에이, 별일 아닙니다. 현수는 다시금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잠시 돕고 배려한 것뿐인데, 이렇게나 칭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 그렇지만 마음이 뿌듯해지는 게 사실이야. 현수는 기분 좋은 듯 얼굴에 미소를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