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두드리다
일터 트렌드

의복관리원

장애인고용으로 특별한 사내 복지를 제공하다

지난 코로나 시국 동안 사람들은 호흡기 건강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가 사람들의 경각심을 높인 것. 공기 청정기나 의류 관리기와 같은 전자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이유다. 공단은 이러한 시류를 빠르게 읽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의복관리원’이라는 신규 직무를 개발했다.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한 직무인지 지금부터 살펴본다.

편집부
*2022 직업영역개발 사업보고서를 재구성해 소개합니다.

한 남성이 옷을 관리하고 있는 일러스트 그림
커지는 의류 관리기 시장에서 일자리 창출

코로나19 이후 위생 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런 상황에 특수를 누리게 된 전자제품이 있으니 바로 의류 관리기다. 처음 출시할 때 소비자의 반응이 미미했던 의류 관리기는 사람들의 위생 민감도가 높아지고, 미세먼지가 더욱 이슈화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2018년 30만 대 규모였던 국내 의류 관리기 시장은 2023년 현재 70만 대 수준으로 약 2배 이상 커졌다. 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이내 구매하고 싶은 가전제품 1위라고 한다. 의류 관리기는 어느덧 필수가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공단은 이러한 현상을 눈여겨보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로 ‘의복관리원’이라는 직무를 개발했다. 의복관리원이란 사업장 내에 배치한 의류 관리기를 이용해 직원들의 근무복 등 의류를 탈취, 살균, 건조 및 관리하는 직무이다. 발달장애인은 변화가 적고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직무에 배치하면 업무능력을 높일 수 있다.
등록장애인 중에서 발달장애인은 전 연령대 모두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청소년·청년층에서 그 비중이 최대 76%에 달할 정도로 장애인 인구 구성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실업률은 전체인구 및 전체 장애인구와 비교해 높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얻게 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개발은 공단이 매우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 중 하나이다.

㈜러쉬코리아, 장애인고용 시범사업 선정 과정

이러한 상황 속에 신규 직무를 개발한 공단은 의복관리원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 선정에 고심했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인이 쾌적한 근로환경에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포함된 의류업계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이에 공단은 눈을 돌려 대민서비스를 많이 하거나 직원 복지에 신경을 쓰는 기업에 주목했다. 세계적인 친환경 브랜드 ‘러쉬’의 한국 지사인 ㈜러쉬코리아와 접촉에 성공했다.
러쉬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20~30대의 직원들이 다수인 젊은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오티즘엑스포에서 미술에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 내 장애인 적합 직무개발의 어려움으로 장애인 직접 고용이 활성화되지는 못한 상태였다.
공단은 러쉬코리아에 의복관리원 직무를 소개하고 고용사례 개발을 위한 업무협의를 수시로 가졌다. 또 사업체 특성에 맞게 직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세부 조건을 협의했다. 그 결과 의복관리원 직무는 직원 복지의 영역에 해당해 제약이 적고, 직원들의 만족도 제고라는 장점도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시범사업에 참여시킬 수 있었다.
이후 공단은 관할 기관인 서울동부지사와 업무협의를 통해 발달장애인 의복관리원과 더불어 해당 인력의 근태 관리 및 업무 적응 지도를 담당할 장년 장애인 잡매니저를 모집했다. 또한 면접관인 러쉬코리아 경영진과 인사팀 관계자를 대상으로 고용개발원 개발자료인 ‘장애인과 함께 근무하는 직원을 위한 안내서’ 내용 중 장애 유형별 고려사항에 관해 설명하는 등 면접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로써 발달장애인 2명과 잡매니저 직무에 여성·장년 장애인 2명이 선발되었다.

발달장애인 2명과 잡매니저 2명 취업 성공!

선발된 4명은 사업체 배치 전, 사전 교육을 받았다. 잡매니저에게는 발달장애 유형 관련 고려사항을, 발달장애인 의복관리원에게는 직장에서 지켜야 하는 매너와 주의사항을 교육해 직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훈련기간 동안 발달장애인 훈련생은 의류관리기를 청소, 작동 및 관리하는 방법을 익혔고 관리가 끝난 의류를 보관하고 전달하는 업무를 배웠다. 보조업무로 배송품을 수령 및 보관하는 일과 사무공간을 정리, 정돈하는 업무 등도 익혔다. 잡매니저 2명 역시 입사 후 발달장애인 의복관리원의 적응을 도왔고, 시간이 갈수록 직무에 잘 적응하며 장애인 인턴 제도를 통해 취업의 기회를 가졌다. 그 결과 의복관리원 직무 훈련생 2명도 조기 취업에 성공했다.
이처럼 공단은 새로운 직무개발을 통해 장애인고용을 창출하였고, 대표적인 소외계층인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 기업의 ESG 경영 실천에 있어서 좋은 사례임을 보여주게 되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이 장애인고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일터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