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수부 막내즈, 가을 향 찾으러 왔습니다.”
고용개발원 교육연수부 이소희 대리, 이경수 주임
회사에서 제일 의지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고민 없이 서로를 지목할 고용개발원 교육연수부의 이소희 대리와 이경수 주임. 가을을 맞아 나만의 룸 스프레이와 퍼퓸 핸드크림을 만들기 위해 공방을 찾았다. 서로의 베이스 노트가 될 두 사람이 간직할 가을 향은 무엇일까.
글 편집부 사진 김덕창
좋은 인연은 강한 힘을 가진다
룸 스프레이와 퍼퓸 핸드크림을 만들기에 앞서 두 사람의 향 취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시향대 앞에서 여러 추천을 받은 두 사람, 이소희 대리는 플로럴 계열의 향을 이경수 주임은 뽀송뽀송한 파우더 향을 선택했다. 특히 평소 향수를 좋아하는 이경수 주임은 보유하고 있는 향수들의 이름을 대며 취향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소희 대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경수 주임의 칭찬을 늘어놓는다.
“우리 주임님이 향수에만 박식하신 거 같죠?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세요. 얼마나 지식이 풍부하신지 옆에서 매번 놀란다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공방 선생님의 질문에 이경수 주임이 바로바로 답하는 게 심상치 않았다. 향수는 탑, 미들, 베이스 노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탑은 첫인상이자 가장 빨리 휘발되는 향, 미들은 몸통 부분으로서 향수의 특징을 구분 짓는 향, 마지막 베이스 노트는 가장 오래 남는 향으로 인상을 결정짓는 향이다. 모든 설명에 알고 있는 지식을 덧붙이며 질문하는 이 주임에 공방 선생님도 놀란 눈치다. 금목서의 상콤달콤한 향을 맡으면서는 “금목서가 피면 가을이 왔다는 거래요”라고 해서 모두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향을 좋아하면서 이것저것 공부한 보람이 있네요. 대리님이 늘 잘 들어주시고 호응도 너무 신나게 해주셔서 덕분에 저도 신나요. 저는 대리님의 상냥함과 배려심에 늘 빚지는 사람입니다(웃음).”
이경수 주임은 2019년 상반기에, 이소희 대리는 2019년 하반기에 입사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 같은 부서에 있었을 때도 의지를 많이 했지만, 이경수 주임이 육아 휴직을 하면서 앞으로 같은 부서에서 일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잃었다고 한다.
“휴직하고 돌아와 마음 맞는 동료와 다시금 같은 부서에 배정받는다는 건 희박한 일이라 기대도 안 했는데, 복직하고 보니 교육연수부에 이소희 대리님이 계신 거예요. 어찌나 든든하던지. 좋은 인연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공단의 연구기관인 고용개발원, 그중에서도 공단 직원들과 관련 종사자들을 교육하는 교육연수부의 막내라인을 담당하는 두 사람은 기쁜 일도 답답한 일도 서로 의지하며 풀어가고 있다.
서로에게 오래 남는 베이스 노트 같은 사이
향수 원액과 알코올을 섞으니 룸 스프레이 100ml가 금방 완성됐다. 2주 동안 직사광선을 피한 공간에 뒀다가 뿌리면 향의 깊이가 생긴다고. 곧 건조해질 가을에 대비해 퍼퓸 핸드크림 만들기에 돌입했다. 저울 위에 용기를 올려두고 각 성분을 용량에 맞게 넣으며 소수점까지 맞추고 싶어 신중을 기하는 두 사람. 크림 베이스와 향 원료, 그리고 촉촉함을 더해줄 성분과 천연보존제 등을 한꺼번에 넣어 꼼꼼히 섞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을 때도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법이 없다.
“일할 때 저희가 가진 강박 중에 하나가 교육 진행 중에 장애가 없게 하자는 거예요. 화상 교육을 할 때 마이크가 고장나거나, 재생이 잘 되던 영상이 갑자기 먹통이 되거나 하면 머리가 새하얘지거든요. 오프라인 교육 때는 그래도 저희끼리 내부적으로 정리가 되는데, 코로나 비대면 교육 때는 저희가 해결하기 힘든 외부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원인 파악부터 애를 좀 많이 먹었어요. 교육 시작 전에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다양하게 해보는 편이에요. 교육생들이 매끄러운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요.”
이경수 주임은 교육생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을 내어 교육을 듣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그 시간을 알차게 채워주고 싶어서 준비하는 시간을 배로 쓴다고. 반면 이소희 대리는 강사를 섭외하는 시간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좋은 교육은 좋은 강사에게서 오는 거라 믿기 때문이다. 마치 나무를 할 때 8할을 도끼 가는 데 쓰는 것처럼 두 사람은 완벽한 교육을 위해 저마다의 포인트를 준비하고 벼른다. 이소희 대리는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 박차를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차장님, 부장님의 조언이 필요한 막내즈에요. 인사, 교육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던 제가 교육연수부에 왔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절묘해서 모든 걸 많이 흡수하며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때로는 버겁다가도 때로는 교육생들께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면 그 보람만으로도 즐겁게 출근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교육, 저희에게 말씀해 주세요!
용량을 맞춰 뒤섞은 크림이 우리가 으레 사용하는 핸드크림의 점도로 완성됐다. 실리콘 주걱을 쥐고 알뜰살뜰하게 긁어모아 용기에 담아낸 두 사람은 남은 크림을 서로의 손등에 발라주며 향을 함께 음미한다. 기분마저도 건조해질 때 이 퍼퓸 핸드크림을 바르면 기분이 뽀송뽀송하게 좋아질 거라면서. 한결 촉촉해진 손등을 매만지며 불현듯 감사한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교육 중에 생기는 기기에 대한 문제나 돌발상황에 대한 변수에 대해 미리 겪은 선배님들이 해결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셔서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여 가고 있습니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감사한 분들입니다.”
이 주임이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자 이 대리가 이어 부장님에 대한 감사함을 전한다.
“이영우 부장님은 진심으로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세요. 다른 부서에서 필요한 교육에 대한 발굴이 어려울 때는 해당 부서 워크숍에 참석해서 니즈를 파악하는 것도 좋다고 추천도 해주시고요. 그래서, 만약 부서별로 필요한 교육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저희에게 아이디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 적극적으로 교육 기획에 반영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교육이 향이 된다면,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향대가 나올 것만 같았다. 이론적인 교육부터, 때론 이성적이고, 때론 감성적인 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교육생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설계해 그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시간을 만들 것만 같다. 그것이 장애인 근로자를 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사람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자부하므로. 두 사람 사이에 달콤, 상콤한 금목서 향이 퍼지는 것만 같았던 가을날의 만남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묵직한 우디향!”
이소희 대리
모든 경영지원 업무가 비슷하겠지만 우리 부서가 하는 일은 막상 눈에 보이지 않는 편이에요. 밑에서 직원들을 받쳐 주는 역할일 경우가 많달까요. 묵직한 우디향처럼 직원들을 든든하게 지원하는 업무를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과는 다른 커리큘럼으로, 다른 강사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했던 작년과 올해 상반기를 회고하면서 올해 하반기도 직무별 교육 체계를 더욱 고민해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제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전공했던 프랑스어를 다시 공부해서 일상에 곁들여 좀 더 풍부한 삶을 영위하는 게 목표입니다.
“때로는 페퍼민트, 때로는 라벤더향처럼.”
이경수 주임
쉼이 필요할 때 맡는 향이랑, 깨어나고 싶을 때 맡는 향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우리 부서에서도 두 가지의 교육을 모두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업무에서 좀 쉬고 싶을 땐 라벤더와 같은 교육을, 환기하고 깨어나고 싶을 땐 페퍼민트와 같은 교육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분에게 필요한 교육을 늘 고민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하고요, 필요한 교육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교육연수부 누구에게든 말씀해 주시면 반영해서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언제든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