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인플루언서
장애인식개선 강사 신홍윤
“장애인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전합니다”
글. 임채홍
사진. 신현균
“안녕하세요. ‘아는 친구’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 모셔볼 게스트는 누굴까요?” 유튜브 촬영을 알리는 신홍윤 강사 특유의 밝은 톤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게 만들었다. 뇌성마비를 가졌지만 그 어떤 비장애인보다 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유쾌하게 날려버리는 신홍윤 장애인식개선 강사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장애인과 일터> 독자를 위해 신홍윤 강사님을 소개해주세요.
장애를 콘텐츠로 방송과 강연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식개선 전문 강사 신홍윤이라고 합니다. EBS ‘세상을 비집고’, KBS 라디오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방송하고 있으며 학교나 기업에서 장애인식개선을 주제로 강연도 다니고 있습니다.
Q. EBS 토크쇼 ‘세상을 비집고’에 출연하고 계신데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요?
장애를 가진 청년들끼리 세상을 비집고 들어가서 탐구하고 즐기는 콘텐츠를 주로 했습니다. 출연자끼리 돌아다니며 말도 타고, 파라 아이스하키도 즐기고,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여러 주제를 다뤘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장애인들의 학창 시절과 연애 이야기 등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콘텐츠를 많이 촬영했습니다. 최근엔 여행 콘텐츠를 찍으면서 해외여행도 다녀왔습니다.
Q. 방송활동을 하시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EBS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출연자상을 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을 촬영할 때도 기쁜 일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공중파에서 상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에 더 기뻤던 것 같습니다. 특히 장애인 중 공중파에서 진행자 상을 받은 사람이 아직까지 저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도 제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 현재 밀알복지재단 유튜브 알TV에서 ‘아는 친구’라는 토크 콘텐츠를 제작하고 계십니다. 이 영상에선 주로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보통 미디어에서 장애는 ‘이렇게 불쌍한 사람 있어요’라는 식으로 다뤄집니다. 그렇지만 모든 장애인의 삶은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일상적인 고민이 있고, 친구들과 앉아서 수다 떠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제가 알고 있는 장애인, 친구, 주변인 등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가리지 않고 모두 섭외했습니다. 그래서 운동하는 장애인 친구와는 운동 이야기를, 장애인 국회의원과는 국회에서 일어나는 의정 활동을 이야기하며 정말 있는 그대로의 장애인들의 삶을 전하고 있습니다.
Q. 유튜브를 촬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한 번은 제 친어머니를 게스트로 모셔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와는 항상 집에서 편하게 얘기했었는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까 오히려 평소에 하지 못하던 얘기를 서로 하게 됐습니다. 당시 콘텐츠로 제 어릴 적 사진들을 보며 어머니와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어머니가 저를 키우면서 보냈던 시간이 내 삶 자체였다고 말씀해 주신 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장애에 대한 선입견과 잘못된
인식을 짚어보며 새로운 정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Q. 방송계에서 일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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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과 우연이 겹치며 방송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왔는데 KBS 라디오에서 미국의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달라고 섭외가 왔습니다.
그렇게 라디오 녹화를 마쳤는데 당시 PD님이 좋게 봐주신 덕분에 한 주 한 주 출연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라디오 코너의 고정을 맡아 7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라디오를 통해 EBS에서도 섭외를 받았고 지금은 유튜브에서도 콘텐츠를 만들게 됐습니다.
이 일을 통해 인생에 언제 기회가 올지는 모르지만,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Q. 강사님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강연도 다니고 계십니다.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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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강연을 시작했던 5년 전에는, 장애인의 부정적인 모습보단 떳떳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과 장애라는 주제에 대해 1, 2시간 동안 같이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엔 저 혼자 강연에서 열변을 토해냈다면, 지금은 사람들에게 말을 많이 거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라면 소개팅 전에 장애 유무를 미리 밝히는 게 좋을까요?’처럼 사람들이 평소에 못해 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드립니다. 그럼 돌아오는 사람들의 답변을 통해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한 선입견과 잘못된 인식을 짚어보며 새로운 정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Q. 비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선입견은 무엇인가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장애인이란 불쌍하고 도와줘야 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나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남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하며 이런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길을 걷다 보면, 어르신들이 몸도 불편한데 밖에 나와 고생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어르신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저 같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장애에 대해 연민을 많이 느끼는 편입니다. 특히 어르신 세대는 장애인은 불쌍하고 무조건 도와야 하는 존재라고 여기십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장애를 대하는 좋은 태도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이런 연민 어린 시선은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장애인과 일터> 독자들과 장애인 취업 준비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장애인과 일터> 독자님들은 누구보다 장애인식 개선에 앞장서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장애인고용은 물론이고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즐기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일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부터 방문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취업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체계적으로 지원해 드릴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지레 겁먹지 마시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상담을 통해 자신이 어떤 분야에 취업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